강아지 유순이
강아지 유순이와 놀다 보면 얘가 당최 왜 이러나 싶을 때가 생긴다. 소파에서 지가 떨어트린 뼈다구를 소파 위에서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혓바닥을 낼름낼름, 입맛을 다시고, 이내 자기 뼈다구가 왜 자기 입에 안 달라붙어 있게 된 것인지 항의라도 하듯 앙앙, 짖어대는 걸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소파 밑으로 네가 내려가면 되잖아, 해보는데, 유순이는 또, 저 인간 도대체 왜 저래, 날 보며 의아해 했을 순간이 많았을까. 내가 하면 되는데, 내가 하지 않고, 그게 나에게 오길 바라는 식이라든가, 쓸데없이 성을 내고,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헥헥거렸을 때, 유순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에게 나는 얼마나 개같았을까. 유순이는 귀엽다. 얘는 노력해서 고의적으로 귀여워진 게 아니다. 멍 멍 유감이다. 귀여워지는 것..
2018. 7. 5.
진짜 긍정과 진짜 부정과 가짜 긍정과 가짜 부정
물이 반이나 남았네,이건 긍정적인 게 아니다. 불이 반밖에 안 남았네, 이것도 부정적인 게 아니다. 물이 반 남았다. 이게 긍정적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고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후,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게 긍정적인 것이다. 물이 반 있는데, 물이 3/5 있다고, 말하는 게 부정적인 것이다.현실을 왜곡하여 바라보고, 그에 따라 판단, 행동하는 게 부정적인 것이다. 그럼물이 반이나 남았네는? 그냥 주관적인 것이며, 조증 초기일 수 있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는? 역시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며, 울증 초기일 수 있다. 긍정은 주관이 아니라 객관의 영역에서 다뤄줘야 한다. 감정에 치우쳐 현실을 왜곡하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걸 자유한국당 일파들의 예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2018. 7. 2.
만병통치의 애튀뜌드
요즘 통, 안 보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플롯이 내 안에 있다. 그러나 요즘 통, 안 보는 이유는, 요즘 통, 안 보는 이유가 되어버린 이유가 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별 시덥지 않는 이야기나 늘어놓다가 그 정도의 충고밖엔 해줄 수 없을 걸 알면서도 오히려 들으면 힘이 더 빠지는 그런 말을, 아주 집중한 표정으로 듣다가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닐까나. 또한, 역으로 별 시덥지 않은 고민을 마치 굉장한 이야기인냥, 듣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나. 솔직히, 좀스럽다 할 수 있겠으나, 수 만원이 깨지는 건 기본일 테고, 약속 장소로 왔다갔다 하며 드는 시간도 아깝다. 외출하면, 집에는 코딱지 만한 크기의 강아지가 떡하니 나만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 모습도 내내 아른거리며 미안해질 게 ..
2018.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