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2002년에 입학했던 대학의 동기 아버지께서 생을 마감하셨다.나는 장례식장에 갔다. 실로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났다. 만나니 좋았다. 이제 우리는 슬슬 우리의 부모님들께서 돌아가셔도 그다지 이상할 게 없는 나이 아닌가. 그렇게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결혼한 한 동기는, 자기 둘째 아이의 돌이 다음 달이니, 그때 꼭 오라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못 갈 것 같다고 했다.이제 우리는 아이가 둘 있어도 그다지 이상할 게 없는, 이 아니라 마땅히 그럴 수 있는 나이 아닌가. 동기는 계속, 꼭, 오라고 했지만, 나는 장례식장에는 꼭 가도 결혼식장에는 거의 안 가는 그런 사람이다. 하물며 돌에 갈 리는 없으므로,굳이 거짓말하기 싫어,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축하는 내가 안 해도 될 것..
2018. 1. 25.
어쩌면 더러운 이야기
나는 찬 흰우유를 마시면 그게 곧장 뒷문으로, 나오더라. 그러면 나의 인간적 존엄도 자칫하다간 무너질 상황에 직면한다. 이것도 무슨 병명이 있을 텐데, 굳이 알고 싶지는 않고, 나는 여하간 찬 흰우유를 마실 때조심해야만 한다. 그러나 데워서 먹으면 괜찮고, 다른 음식과 같이 먹으면 불상사는 안 생긴다. 찬 흰우유만, 독자적으로 마셨을 때만 사건이 생긴다. 그러나 나는 1년에 한 번씩은 꼭 이 사실을 잊고 찬 흰우유만, 독자적으로 마셔버리는 것이다. 괜찮냐? 라고 지인환은 내게 물었으나, 나는 당연히 괜찮지가 않았고, 씨발, 좆 같아, 같은 상스러운 욕지거리를 선생들이 못 들을 정도로 작게, 아주 작게, 그러나 나와 지인환의 귀에는 닿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고3이 된 나는 삭발까지..
2018. 1. 21.
6년 사이
2012녀 4월 30일 나의 드러나는 성격은 밝다. 명랑하고 유쾌하다. 잘 노는 녀석처럼 보인다. 그것은 장점이다. 밝은 것은 좋은 것이니까. 하지만 내가 늘 시달렸듯이, 내 감춰진 면은 어둡다. 우울하고, 감상에 빠져 허우적거리곤 한다. 곤란할 때가 많다. 근데 그게 나쁜 것인가? 어두운 것은 나쁜 것인가? 내 성격이 밝은 것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내가 어두웠기 때문도 있다. 어두웠기에 늘 밝아지길 바랐다. 행복해지고 싶었고, 나에게 맞는 행복을 생각하며, 나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나는 자랐다. 그렇게 나는 내가 되었다. 그러니 걱정, 근심, 고민을 너무 피하지 말자. 눈, 코, 입처럼 그것은 나의 소중한 일부이니까. 하지만 비율을 깨뜨리는 너무 큰 눈, 너무 큰 코, 너무 큰 입은 보기 흉하다. 적..
2018. 1. 18.
생겨먹은
나는 어렸을 때, 씨발, 내가 틀린 게 아니니까 나한테 욕 좀 그만하고,내가 당연히 내 인생의 주인이란 걸 입증하는 걸 만들어 널리 유포할 거야, 라는 욕구가 강했다. 나랑 현재는 동업하고, 국1 때부터 친구였던 지인환은 어딜 가나 주목 받고 자기를 중심으로 뭔가가 굴러가는 게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한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전교적인 판치기 고수였고, 스타크래프트에 심취했는데, 지금은 주식하다가 홀라당 당해서 빚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자. 친구들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은 나는, 어렸을 때, 씨발, 내가 틀린 게 아니니까 나한테 욕 좀 그만하고,내가 당연히 내 인생의 주인이란 걸 입증하는 걸 만들어 널리 유포할 거야, 라는 욕구가 강했다고 이미 말했는..
2017.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