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을 들으며 - 김봉민의 뇌스트레칭
-이인증이라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이인증을 병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병이 아니라 현상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모든 병은 현상에 포함된다. -모든 현상이 병인 것은 아니다. -현대 의학의 주된 습관 중 하나는 분명히, 수많은, 허나 알고 보면 쓰잘데기 없는, 고유명사를 양산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유명사를 '병'으로 취급해버린다. -이인증. 사람이라면 누구나 앓는 현상. -내가 신병교육대에 있을 때. 나는 '내가 누군가', 생각했다. 내 자체가 낯설었다. -내가 인도에 막 도착한 후, 혼자 델리의 어느 여관방에 누워있을 때, 나는 내가 누구지, 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이 생경스럽게 느껴졌다. -영월문화재단과 계약하러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우리 회사 인감도장을 확인하다가 나는, ..
2017. 5. 8.
김봉민의 가족과 밥 먹은 소리
어제 아빠랑 엄마랑 여자친구랑, 넷이, 처음으로 밥을, 정확히는 오리고기를 먹었다. 엄마는 내가 진작에 '입방정 좀 제발 떨지 마'라는 우려를 표명했으나, 보란듯이 어기며 왜 이렇게 늙은 애를 만나니? 라는 질문을 천진난만하게 여자친구에 던졌다. 오리고기를 먹을 땐 막상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제 와 다시 되짚어보니, 내가 이제 서른 넷이다.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고,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더라도, 이런 데다가 쓸 땐 아버지나 어머니라고 쓰는 것이 권장되는 나이다. 엄마한텐 입방정, 같은 어휘는 쓰면 안 될 연령이다. 아빠랑 엄마랑 여자친구랑 넷이 밥을, 아니 오리고기를 먹었으면 계산은 내가 좀 하는 게 합당한 시기다.그러나 그에 대한 나의 반박 사항은 엄마 말에 모든 게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다. 늙은 애...
2017. 5. 1.
스파이스 걸스 <2 become 1> - 김봉민의 작가는 뇌스트레칭
가급적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고, 그 음악을 들으며 최대한 자유롭게, 거의 방종에 가깝게, 짧은 문장의 글을 쓰며 표현력을 기르는 글쓰기 연습법 *주의: 잘 쓰려고 하면 안 됨. 이건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그리고 장난이니까, 또한 세상을 살며 그냥 못해도 되는 거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는 거니까. .2010년. 알바몬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나 고역이었던 날들. .시급을 보고 하루 근무시간과 휴무일을 보며 내 한 달 페이를 계산하면 내 청춘의 마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길을 걷다 보게 되는 보도블럭, 입간판, 광고전단지보다도 나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 끙끙거렸다. .이제 시간이 지나고나니, 에이 그때 그거 다 별거 아니었어, 내가 너무 오바했어, 라고 하지만, 솔직히 그땐 정말 죽도록 ..
2017. 4. 25.
B'z <Calling> - 김봉민의 작가는 뇌스트레칭
가급적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고, 그 음악을 들으며 최대한 자유롭게, 거의 방종에 가깝게, 짧은 문장의 글을 쓰며 표현력을 기르는 글쓰기 연습법 *주의: 잘 쓰려고 하면 안 됨. 이건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그리고 장난이니까, 또한 세상을 살며 그냥 못해도 되는 거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는 거니까. .나는 다른 이가 던져주는 리듬에 랩하기 싫다. 춤도 추기 싫다. 기타 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내 리듬을 내가 만들 거고, 거기에 맞춰서 랩을 하든, 춤을 추든, 기타를 치든 할 거다. .내가 만든 리듬에 맞춰 내 인생을 살 거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모든 인간이 나 같은 마음이면 좋겠지만, 그렇기는 힘들겠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자, .엘리트주의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 .근데 내가 ..
2017.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