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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OST, 존 브라이언 < Here we go> - 김봉민의 작가는 뇌스트레칭

by 김봉민 2017. 4. 24.

<뇌스트레칭>

가급적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고, 그 음악을 들으며 최대한 자유롭게, 거의 방종에 가깝게, 

짧은 문장의 글을 쓰며 표현력을 기르는 글쓰기 연습법 


*주의: 잘 쓰려고 하면 안 됨. 이건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그리고 장난이니까, 

또한 세상을 살며 그냥 못해도 되는 거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는 거니까. 



<8분 31초부터 플레이 해야 here we go를 들을 수 있음>

 



.집이 편한 이유는 그곳에 나만의 전용 변기가 있기 때문이다. 


.혹은 극소수의 사람하고만 공유하는 변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극소수는 가족,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들이다. 


.변기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엔 드럽게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전용, 혹은 극소수와만 공유하는  변기가 없는 사람은 노숙자일 것이다. 


.노숙자가 고달픈 이유는 자기만의, 혹은 극소수와만 공유하는 침대와 변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참으로 더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이야기가 더러운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더러운 것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놓여진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현실적이라, 이따금 더럽게 보이는 이야기도 할 뿐. 


.더러움 없이 아름다움은 제대로 논할 수가 없다. 


.인간은 똥을 싸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똥을 싼다는 것은 인간에겐 아주 소중한 행위이다. 


.세상을 만약 거대한 화장실로 본다면,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역할은, 이 거대한 화장실 안 변기 옆에 달린 두루마기 휴지다. 세상의 잔여물을 아낌 없이 온몸으로 느끼고, 정작 자신은 더러워지더라도, 세상이 갖고 있는 뒷 걱정은 말끔하게 처리하여 보다 이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허나, 작가가 휴지라면, 현실 속 휴지와 심대하게 다른 건, 그렇게 닦여진 휴지가 물에 녹아 형체를 잃게 되거나, 쓰레기봉투에 버려지는 일만 있는 게 아니란 것. 정말 잘 닦아내면, 인류의 유산이 되어 보란듯이 도서관에 보관된다. 


.작가란, 전문적으로 세계의 슬픔을 취급하고,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을 고민하여 기록해보는 직업을 말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 거 이외엔, 남의 똥을 기본적으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똥은, 기꺼이, 필요한 경우라면, 외면하지 않는 법이다. 엄마가 아가의 똥을 치우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극단적인 경향이 있다.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거의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내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얼굴을 상상하고는, 머리를 삭발시키는 게 첫 번째 -> 그런데도 사랑스럽게 여겨진다면, 


.두 번째는 그 사람의 겨드랑이털을 상상한다 ->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면, 


.그 사람의 코딱지를 상상한다 -> 변함 없이 사랑스럽다면, 더 악랄해진다. 


.ㄷㅂ을 싼 그 사람의 ㅎㅁ을 상상하고는 내가 그 사람의 그곳을 닦아내줄 수 있는지 묻는다 -> 그 사람이 나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답하게 된다면,


.최종 단계다. 그 사람의 60년 후를 상상한다. 할머니가 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본다. 쭈그렁할망구가 된 모습을 장시간 상상해봤다. 


.근데 그렇게 늙어버린 그녀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그 사람이 늙어가는 그녀만의 아름다운 역사를 내 눈에 못 담아낸다면, 그게 너무 게 슬플 것 같았다. 


.이토록 악랄했는데, 더 이상은 나쁜 걸 상상할 여력조차 없다. 즉각 항복을 선언하고 선량한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이젠 머리속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이 현실 속에서 나의 실험을 증명해내는 게 남았다. 


.항구에 정박 중인 배는 안전하다. 

허나 정박이 배의 본질일 수 없다. 

배의 본질은 항해다. 


항해는 위험을 동반하는 모험이다. 

항해는 자기 발견의 시작이고, 

자기 노선의 확장을 이룬다. 

위험 없는 발견과 확장은 있을 수 없다. 


청춘은 배다.


나는 항해하는 인간이 되겠다. 

이 멀미를 달고 살,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져본다. 

이것을 나는 나의 숙명이라 명명하기로 했다.


.자처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발견하고 확장하여 발명해낼 기쁨의 원재료다. 


.어쩐지 미안하고, 내 마음의 못난 점들에 대해 질책하게 되는 새벽..


.그러나 내 안엔 좋은 것들도 분명히 있으므로 그것을 반드시 너에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보고 싶다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OST, 존 브라이언 < Here we go> - 김봉민의 작가는 뇌스트레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