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일기.
누군가 분명 했을 법한 멋진 말들을 암기해서 그게 마치 내가 한 말인 것마냥 내뱉은 후에 우쭐해 하면서 역시 나는 멋진 사람이야, 라고 자기 기만적으로 사는 걸 나는 아무래도 하기 힘들다. 내 속이 얼마나 좁은지, 말하고 나면 후회하고, 쓴 다음에는 괜히 썼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내내 자책을 해도,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낫지,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 참아가면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체면따위 지키려고 안간힘 쓰는 건 고역이다. 외로움은 시시때때로 내게 찾아오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거의 매순간 나와 함께하고, 내가 못 났으면 뭘 또 얼마나 못 났다고 구걸하는 시늉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라는 삐뚫어진 마음으로 아싸리 등을 지면 내가 졌지, 누군가 내게 등 돌리고 가버리는 꼴을 나는 보지 않겠다..
2024. 1. 12.
1월 2일.
오늘은 일어나서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 하고, 뜀박질하고, 밥 먹고, 씻고, 빨래 개고, 몇몇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늦은 새해 인사 카톡 돌리고, 그러다 유순이랑 한솔이랑 산책하고, 집에 와서는 발 씻고, 귤 먹고, 이렇게 뭔가를 써본다. 심란하지 않은 나날이 있었던가. 있었겠지. 없지 않았겠지. 심란이 맞나, 심난이 맞나. 괜스레 헷갈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도 헷갈린다. 제법 괜찮은 삶의 조건을 청소와 설거지와 빨래와 뜀박질과 밥 먹기와 씻기와 연락하와 산책 정도로 규정을 해보고 싶다가도 아, 나는 이렇게 글도 써보고 있으니 그 조건에 글쓰기도 낑궈 넣어볼까 싶은데, 헷갈린단 말이다. 이걸 다 쓰면 게임을 할 거다.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 사실 게임을 하는 걸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
2024.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