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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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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일기. 누군가 분명 했을 법한 멋진 말들을 암기해서 그게 마치 내가 한 말인 것마냥 내뱉은 후에 우쭐해 하면서 역시 나는 멋진 사람이야, 라고 자기 기만적으로 사는 걸 나는 아무래도 하기 힘들다. 내 속이 얼마나 좁은지, 말하고 나면 후회하고, 쓴 다음에는 괜히 썼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내내 자책을 해도,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낫지,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 참아가면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체면따위 지키려고 안간힘 쓰는 건 고역이다. 외로움은 시시때때로 내게 찾아오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거의 매순간 나와 함께하고, 내가 못 났으면 뭘 또 얼마나 못 났다고 구걸하는 시늉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라는 삐뚫어진 마음으로 아싸리 등을 지면 내가 졌지, 누군가 내게 등 돌리고 가버리는 꼴을 나는 보지 않겠다.. 2024. 1. 12.
거창한 결의 에쓰에프를 욕심내겠다. 미스터리도 고집하겠다. 코미디만은 고수하겠다. 그리고 이런 욕심과 고집과 고수 속에서 돈 세어 나가는 소리는 줄창 우렁차게 들린다. 그 옛날엔 페이스북은 아주 열심히 했고, 인스타도 제법 했었는데, 언젠가부턴 안 하게 되었다. 거기서 얻는 관계가 내게 효용으로 다가왔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일절 다 거추장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는 것들 중 어느 하나도 나 자신을 위하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군가를 위한 헌신'이라는 말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 좋자고 헌신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빌려와 이타쟁이 코스프레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나를 위해 산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또한 나를 위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니, 그 사랑 때문에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일은 나 자.. 2024. 1. 8.
도망다니기. 일어나면 폰을 좀 만지다가 쭈뼛쭈볏 몸을 좀 푸는 시늉을 하다가, 씻고, 밥 먹고,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그런 나날이다. 그러다가 책도 좀 읽다가 책 읽기 전엔 블로그에 내 기록도, 그게 비록 하찮은 기록일지라도 일단은 남겨야 한다고 맘 먹고는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인데, 이러고 있으니 좀 졸리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아까 밥을 너무 많이 먹었으니 지금으로부터 한 2시간 후에는 집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는 명상도 하겠다는 미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그게 성사될 확률은 반반이라 쳐야지. 그리고 지금 바라본 내 큰방의 풍경. 한 두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방 안 아이템들의 배치를 이렇게 저렇게 나름 바꿔대는 내 버릇은 이제 좀 그치려나. 제법 맘에 든다. 그 동안 버린 것들 몇 개의 가구들과 .. 2024. 1. 6.
휘말리기. 밖에 나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집으로의 귀환은 버스로 해결해야지 맘을 먹었는데 시간은 마침 사람들 퇴근시간. 버스 안에 사람들이 제법 타기 시작하고, 그렇게 내가 살며 처음 본 사람들과의 부대끼기가 펼쳐졌다. 그들이 각각 저마다 풍기는 냄새와 점유하고 있는 공간. 그리고 성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표정.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으면서 나는 내 혈연가족들을 생각했고, 사람은 주변에 휘말리기 마련이구나. 아무리 집 밖을 나서지 아니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해도 결국엔 휘말리게 된다. 아주 짧은 구간의 버스 탑승을 통해서도 나는 그렇게나 휘말려 버리는데,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원하지 않는 것에는 덜 휘말릴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기 자신의 밥줄을 자기가 쥐고.. 2024. 1. 5.
1월 3일 오전 11시 59분 나의 강아지 유순이가 어느덧 7살이다. 20년 후에 나는 60살이고, 유순이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물론 박복이 극에 달해 내가 먼저 하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여하간 유순이의 기대 수명은 나보다는 짧단 말이다. 저 쥐방울 만한 놈이 발톱 소리 챡챡챡 내면서 집 안으로 걸어 다니는 게 언젠가는 더 없이 귀하고 그립게 여겨질 날이 안 올 리 없다. 유순이가 우리의 곁을 떠나는 그 상상을 안 하면 지금처럼 괜히 마음 애달픈 순간을 감내하는 고역을 안 겪을 순 있겠다. 근데 이렇게 매일 잠깐씩이나 인내를 하는 것이, 앞으로 내가 유순이를 대하는 태도를 크게 좌우하겠지. 사랑하기 때문이다. 매 명절 때마다 나와 함께 있어준, 내가 선택한 나의 가족이다. 누가 봤을 땐 분명 순종 아닌 뚱뚱이 치와와- .. 2024. 1. 3.
1월 2일. 오늘은 일어나서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 하고, 뜀박질하고, 밥 먹고, 씻고, 빨래 개고, 몇몇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늦은 새해 인사 카톡 돌리고, 그러다 유순이랑 한솔이랑 산책하고, 집에 와서는 발 씻고, 귤 먹고, 이렇게 뭔가를 써본다. 심란하지 않은 나날이 있었던가. 있었겠지. 없지 않았겠지. 심란이 맞나, 심난이 맞나. 괜스레 헷갈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도 헷갈린다. 제법 괜찮은 삶의 조건을 청소와 설거지와 빨래와 뜀박질과 밥 먹기와 씻기와 연락하와 산책 정도로 규정을 해보고 싶다가도 아, 나는 이렇게 글도 써보고 있으니 그 조건에 글쓰기도 낑궈 넣어볼까 싶은데, 헷갈린단 말이다. 이걸 다 쓰면 게임을 할 거다.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 사실 게임을 하는 걸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 2024. 1. 2.
저장용 아들들은 아버지를 미워한다 아버지가 아들들을 미워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들이 자신을 미워하는 것을 알자, 그들을 더욱 미워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겐 아들들에게 욕하고 때리고 화낼 수 있는 특권이 있으나 아들들은 아버지를 미워하면 윤리에 벗어난 폐륜아가 되어 버린다 폐륜아를 아들로 키운 아버지는 부끄럽다 아들들은 아들들을 폐륜아로 키운 아버지가 부끄럽다 아버지는 아들들을 미워한다 아들들이 아버지를 미워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엄마들은 몇 해 전, 묵묵히 죽었다 아버지와 아들들도 계속 그렇게 묵묵히 사랑하며 죽어갔다 지루하기만 했던 우리의 청춘이 사실은 이미 오래 전, 조루로 끝났던 건 아니었을까. 좀처럼 마음이 발기하지 않는 밤, 부리가 삐뚤어진 두 마리가 중랑천 살찐 옆구리에 둥지를 튼다. 저만치,왕년엔 .. 2023. 12. 25.
인생전문가. 인생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오성급 사기꾼들이 써내는 수필집이나 자기계발서에선 이런 말들이 나오곤 하지. 너 자신을 믿어라. 네 감정을 소중히 대해라. 넌 뭐든지 될 수 있다. 그런 말에 해까닥 매료되는 멍청이들은 엊그제쯤 잠들기 전 했던 그 쉬운 결심과 다짐을 또다시 반복하지. 너 자신을 믿어라. 네 감정을 소중히 대해라. 넌 뭐든지 될 수 있다. 자아는 종교는 아니다. 믿을 대상이 아니다. 히틀러나 스탈린이나 폴 포트가 행한 악의 근저에는 내가 옳은 짓을 하고 있다는, 절대적인 자기 신념은 있었다. 능력도 재능도 용기도 부족해서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대체 뭘 담보로 대책 없이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부추기냔 말이다. 차라리 자기 의심이 낫다. 한 사람을 가장 심각하게 망치고 괴롭히는 건 다름아닌 자기 자신.. 2023. 12. 22.
막막만만 사는 것이 막막하지 않고 사는 것이 만만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살아도 죽고자 하는 것이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아있는 것은 아무래도 부인 못할, 살아있는 것이구나. 막막 1장. 내 짐을 다 싼다고 쌌는데 예상보다 훨씬 양이 적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인해 발걸음의 중압감이 상쇄된 거라고 자위하면서 나는 종로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버리지 못 하고 품고 있던 나의 계획을 나와 함께 일하기로 한 친구에게 스피치하고는 내가 앞으로 덜어내야 하는 것과 덜어낼 수 없은 것을 분간하고자 했지만 지금 당장은 오늘부터 어디서 지내야 하는 것인가부터 해결해야 했다. 부랴부랴 나는 또다른 친구를 만나러 서울시청 인근의 존슨탕 가게에 갔다. 오늘 하루 너희 집에서 좀 잘게, 라는 말이 내가 원래 더 쌌어야 하는 짐보.. 2023. 12. 20.
2023년에 대한 기억 내 생일 지나고 며칠 후, 강남에서 같이 술 마시던 한 배우에게 개진상짓을 당했다. 화가 나서 잠재우기 위해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절에 다니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살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안 가게 되었다. 여름과 가을에는 자전남녀가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총 2번 받았다. 뮤지션이자 배우이자 음악감독인 한 형님과 친해졌다. 한창 절에 다니고 러닝에 심취하던 여름부터 이명이 심해져서 몇 번 병원에 가봤지만, 낫지 않았다. 징코메디라는 약을 먹는데, 별 효능이 없다. 형제의밤 공연권을 팔았다. 내가 과거에 노력했던 것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뒤늦게 받은 거 같아서 작은 위안이 되었다. 몇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접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인 시나리오인데 뻔뻔하게 그냥 쓸 수는 없다. 아,.. 2023. 12. 17.
술에 취해. 나는 요즘 글쓰는 게 즐겁다. 너무 좋다. 요즘처럼 글쓰는 게 좋은 적이 있었나. 있었다. 그 허접한 자기 비극팔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나는 전혀 없다. 나는 그때 어땠나. 괴로웠다. 근데, 그걸 감수할 만큼 나는 글쓰는 게 즐거워서 다 참았던 거 같다. 같다? 같다라니. 이 얼마나 비겁한 화법인가. 정정하자. 나는 나를 바로잡을 수 있다. 나는 그때 글쓰는 게 힘들어도 그마저 즐거워서 다 그런 대로 좋게좋게 넘겼다. 나는 나를 바로잡을 수 있다. 글을 쓰는 것보다 좋은 건 내게 없었다. 이 하찮은 나를 그럴싸 하게 여겨준 사람이 있어서 행운이었고, 그 행운을 반드시 갚고 또 갚고, 더 갚아낼 심산이다. 제목은 이다. 2023. 11. 30.
깨진 거울 어떠한 거창한 꿈이 있다거나 어딘가에 내세울 만한 뜻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런 건 없다.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없다고 말해도 상관 없을 정도로 희박하니, 없다 말해도 된다. 사람은 왜 태어나는 것일까. 꿈이 있어서 태어나는 게 아니다. 뜻이 있어서 태어나는 게 아니다. 태어난 후에 억지로 꿈과 뜻에 의미를 두며 마치 그걸 위해 사는 것 마냥 구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냥 태어났다. 태어나버린 거다. 던져지듯 세상에 나와버렸다. 출산을 간절히 원해서 했든, 아니면 임신이 되어버려서 그냥 여차저차 중절을 못 해서 낳아버렸든 어떠한 남자와 여자가 그 주범이란 말이다. 애초에 태어날 자에게, 너 태어날래? 라는 식으로 물어볼 조건은 성립도 안 된다. 그냥 부모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결단을.. 2023. 11. 26.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날씨 안 추운 날. -가수 김광진의 노래를 듣는다 -이 사람, 좀 잔인한 구석이 있다고 하지 -순둥하게 생긴 사람이 잔인해진 사유 -노력해서 순둥하게 생긴 거 아니잖아 -오래 전 나는 속단을 하지 말자고 속단을 했었더랬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내린 결정의 기준이랄 게 있을까 -하지만, 그리고, 그럼에도, 그러나, 그런데 -러닝을 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다. 혼탁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매 순간. -책은 빌리기 위해 빌릴 뿐. 읽는 건 옵션이야. 응. 그렇게 내내 주장할 계획이다. -내게서 그대를 찾으려 애쓰던 그 잔인한 사람들 -무엇이 알고 싶었나요, 무엇을 위해서인가요 -이승환, 침묵의 기록 -나는 오늘도 헤매고 있고, 헤매고 있기에 잘못된 길로 깊숙이 들어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준은 아닐 가능성도.. 2023. 11. 22.
써지는 대로 쓰는 일기. 어떠한 열망이라던가 광적인 집착이라도 없으면 그대로 가루나 먼지가 되기라도 할 것처럼 끙끙거릴 때의 나는 이제 그 정도로까지 나 자신을 쥐어 짜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안 될 거 같더라도 되게 하려고 했던 그 안달복달이 장기화되고 고착화되어 내 가장 중요한 특질 중 하나가 된 게 고달팠던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극단적으로는 거의 무생물처럼 있더라도, 심지어는 똥처럼 굴러다니더라도 욕 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게임에 지지 않는 방법은 게임에 아예 참가를 안 하는 것이기에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헛된 승리를 갈구하며 내 눈썹 사이에 주름을 더 깊게 파내는 짓을 하고 싶지 않다. 그 모든 강박을 으깨버리고 남의 말, 남의 표정에 너무 좌지우지 안 해도 되는 삶을 구축하고 싶었.. 2023. 11. 6.
테넷 OST 들으며. 가끔은 내가 여기에 왜 있는 건지 생각 안 날 때가 있다.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오늘 뭐하다가 이 시간을 맞이한 건지 기억을 더듬어볼 때도 있다. 오늘 일인데도 구체적으로 안 떠오를 때도 있다. 나는 어쩌다가 여기에 온 걸까. 케케묵은 헛소리일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없지는 않다. 있다. 근데 있다와 없지 않은 것 사이에도 엄청난 간극이 있다. 갭의 차이랄까. 나는 숨을 쉬려 노력하지 않아도 지금은 저절로 숨을 쉬고 있는데, 언젠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숨을 못 쉬는 그런 시간이 찾아올 거다. 그 앞에서 나는 얼마나 내 이 망각적 하루들에 미안해질 것인지. 이런 노래를 들으면 결국 이런 걸 쓰게 되어 있는 법이지. 멈출 수 없는 걸 멈추려 해본 적이 있다. 바로 지금이다. 사는 게 즐겁길 바란다면 즐.. 2023. 10. 27.
2023년 10월 25일 목탁소리 목탁소리가 들린다. 내가 켜놨거든. 그리고 뭔가 타는 냄새도. 이건 출처를 몰라. 어쩜 타는 냄새가 아니라 김치찌개류의 음식을 만들며 파생된 냄새일 수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출처를 몰라. 뭔가 타는 냄새라면 큰일일 테니 누군가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는 것이기를. 그리고 목탁소리는 들린다. 내가 끄지 않았거든. 밖에선 오토바이 내달리는 소리 들린다. 배달 오토바이였을까. 혹시 김치찌개류였을까.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내가 끄지 않은 이 목탁소리가 내 귀에는 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탁소리가 창문 너머 어쩌면 김치찌개류의 음식을 끓이는 집에도 배달될 수도 있겠다. 타는 냄새의 출처에도 이 목탁소리가 손을 내밀고 있을 수도 있겠다. 온갖 것에 대해 나는 모른다. 이 목탁을 실제로는 누가 두들겼는지도 .. 2023. 10. 25.
선천과 후천 여행을 가고 싶지는 않다. 어디선가 아예 새로운 생활은 하고 싶다. 일회적인 경험에 너무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 좀 더 항구적인 것. 그 자체로 나를 더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는 분명히 다르다. 근데 또, 아주 심하게 다르냐, 라면 그렇지도 않다. 사람은 달라지는 존재인가. 그렇다. 죽어가고 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생명 지속의 측면에선 '악화'라는 변화의 양상 속에서 부단히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나는 달라지고 있다. 여행을 가면 그 시간은 즐거울 거 같다. 하루에 쓰는 돈의 액수가 일상 생활 속에서 쓰는 액수보다 상당히 증가할 테니, 그 금액 만큼 즐거울 거다. 그러나 사라진 액수 만큼 또 그늘지게 될 나의 일상. 그리고 우리의.. 2023. 10. 16.
바람을 막고. 내가 앉아 있는데 공기와 맞닿으며 시원함을 느꼈다면 그건 내가 바람의 길을 막았단 거겠지. 영문 없이 눈물이 흐를 거 같은 순간에, 나는 얼마나 많은 걸 무지라는 이름으로 뭉개었을까. 영문 없을 리가 없단 소리다. 자기 유리한 대로 생각하는 오래된 습성까지 스스로 바꿀 괴력이 나에게 없고, 다만 부끄러워할 줄 아는 걸 재능으로 여기고, 재채기를 한 후에는 내 인근에 나의 침이 묻었는지 정도는 꼼꼼하게 살펴보는 양심도 꾸준하게 발동을 시켜봐야지. 지금 이 순간에도 늙어가는 나의 강아지가 언젠가 죽더라도 속절없이 자책만 하는 뻔뻔함을 헤아려 늙어가고 있다는 말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가급적 한 번이라도 더 쓰다듬어줘야 하겠다. 그건 일단 전적으로 나를 위한 것이고, 나 대신 시원할 수 있었으나 내가 거기에 .. 2023. 10. 12.
유아적 멍청징징이. 나 좀 이해해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인간은 남을 제대로 이해해본 적이 없거나 그 시도조차 안 해봤다고 봐야 타당하다. 누군가를 깊게 이해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인지 경험해본 적이 있다면, 함부로 그런 걸 요구할 수는 없단 말이다. 그러니 정말로 이해해주길 바란다면, 이해해달란 말을 하지 마라. 스스로 이해 가능할 수준으로 그냥 살면, 저절로 사람들이 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현상이 뒤따를 테니. 하지만 이 말이 적확히 어떤 뜻인지 이해할 수준의 인간이라면 이미 나 좀 이해해달라는 말은 애초에 입 근처에 올리지도 않았을 거야. 폭력적인 인간은 조폭 같은 쓰레기 부류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일방적 이해를 요구하는 유아적인 멍청징징이들에게도 통용된다. 계속 이해해달라고 징징거리면서 주변.. 2023. 10. 7.
나는 3일 단식 못 한다.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사람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딱 3일만 단식을 해보자. 그럼 개기름 좔좔 흐르는 개소리는 절로 안 하게 될 것이다. 분명 인간의 형상으로 태어났음에도 삶의 고충은 기생을 통해 해결하고 있으니 그런 기상천외 한 말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입밖으로 배출하게 되는 거란 말이다. 밥 한 끼만 굶어도 인간 기능을 절반 가량 상실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라고 봐도 무방할 텐데... 누가 만약,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만 기생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느니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겠다고 선언하더니 실제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선언에 입각해 살려는 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사는 게.. 2023.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