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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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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다니기.

by 김봉민 2024. 1. 6.

일어나면 폰을 좀 만지다가 쭈뼛쭈볏 몸을 좀 푸는 시늉을 하다가, 

씻고, 밥 먹고,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그런 나날이다. 

그러다가 책도 좀 읽다가 책 읽기 전엔 블로그에 내 기록도, 

그게 비록 하찮은 기록일지라도 일단은 남겨야 한다고 맘 먹고는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인데, 이러고 있으니 좀 졸리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아까 밥을 너무 많이 먹었으니 

지금으로부터 한 2시간 후에는 집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는 

명상도 하겠다는 미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그게 성사될 확률은 반반이라 쳐야지. 

그리고 지금 바라본 내 큰방의 풍경. 

한 두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방 안 아이템들의 배치를 

이렇게 저렇게 나름 바꿔대는 내 버릇은 이제 좀 그치려나. 

제법 맘에 든다. 그 동안 버린 것들 몇 개의 가구들과 

몇 번 버리려다가 버리지 않고 지금은 내 등을 지지해주는 

빈백을 생각해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가구들 같았고, 

또 누군가에겐 이 빈백 같은 사람이었을까. 

 

마음의 미래. 

수학이 좋아지는 수학. 

다시 수학이 좋아지는 순간. 

작은 방엔 영화 브로커의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그리고 하이쿠 선집 두 권.

 

이 중에 완독하는 건 아마 1권도 안 되겠지만 

일단 그냥 빌려나 보는 거지. 

너무 거창한 목표는 없도록 해야겠다. 

그러고는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눌러보니 

일자눈썹을 성사시키려는 모근의 끄트머리들 몇 개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그래, 요즘 나는 아무래도 구조의 문제에 빠진 거 같다.

구조적 문제는 아니고, 구조의 문제. 

정확히는 이야기 구조 짜는 것에 대한 문제. 

내가 중요하게 여길수록 문제가 더 커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내가 중요하게 여긴 것에 의해 압도라도 당한 것처럼 되어 

하루종일 요리조리 바쁘게 도망다니듯 산다. 

다시 마주해야 하겠지. 날 위해 그걸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지, 

그걸 위해 내가 복무하는 것이 아니니까, 

아무렇게나 막, 지금처럼 써보도록 해야겠다. 

 

칸노 요코의 노래도 참 듣기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