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분명 했을 법한 멋진 말들을 암기해서 그게 마치 내가 한 말인 것마냥
내뱉은 후에 우쭐해 하면서 역시 나는 멋진 사람이야, 라고 자기 기만적으로 사는 걸
나는 아무래도 하기 힘들다. 내 속이 얼마나 좁은지, 말하고 나면 후회하고,
쓴 다음에는 괜히 썼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내내 자책을 해도,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낫지,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 참아가면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체면따위 지키려고 안간힘 쓰는 건 고역이다.
외로움은 시시때때로 내게 찾아오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거의 매순간 나와 함께하고,
내가 못 났으면 뭘 또 얼마나 못 났다고 구걸하는 시늉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라는 삐뚫어진 마음으로 아싸리 등을 지면 내가 졌지, 누군가 내게 등 돌리고 가버리는
꼴을 나는 보지 않겠다.
사람들이 싫어졌다는 건, 그 이전에 사실 사람들을 너무도 그리워했다는 걸 뜻한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거 같다. 하는 거 같다, 라는 책임회피성 말을
써내는 걸 치욕으로 여겼던 날들을 아직 나는 기억하고, 여전히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라므로,
내가 위에 쓴 글은 정정을 가해야겠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을 그리워 한다.
그러나 보고 싶다고 즉각 그 충동에 복무하여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면서
쫄래쫄래 찾아가지 않는다. 그리워 하는 건 그리워 하는 것이고,
내가 더 잘해야 하고 보살펴야 하는 사람이 누군지 나는 안다.
그리워진 사람보다는 그리워 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 내게 더 귀한 것이다.
내가 얼마나 멋 없고 사실 매우 추하다는 것도 아는데도
옆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모든 면에서 항상 나는 마음 속에 가점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 사람의 추함마저 그 사람의 엄연한 일부이므로
마땅히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삐뚫어졌지만 그런 대로 여기까지 심하게 곤두박질 된
꼴은 안 되고 오고 싶은 곳 언저리까지는 같이 힘내어서 왔다.
너무 무리하게 남겨진 내 시간들이 행복 일변도가 되게 해달라고 바라지만 말자.
그런 일은 없다. 추함과 불리함과 불쾌를 무릅쓰고 우리는 또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처한 무릅씀이 또 언젠가는 귀중한 재산이 될 거라고 나는 또박또박
이렇게 적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