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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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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이른 새해 소원

by 김봉민 2017. 12. 6.


살아있다는 게 경미한 수준 이상으로 

폐를 끼치고 있다는 부채의식이 나한테는 있는데, 

그게 어찌 나만의 성격적 결함인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양과 질에 관하여 

나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거라 자부하고, 

오늘은 내 근방에 공평하게 눈이 내렸다. 

살면서 숱하게 본 눈이다. 

그러나 2017년 12월 6일 무렵에는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눈이다. 단 한 번뿐인 눈이므로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같은 원리로 나도 그렇다.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같은 원리로 나 아닌 이들도 그러하다. 

그 누가 살아있는 걸 민폐인 것처럼 만들든, 

나는 나의 편이고, 그래서 당신들의 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신들을 가족 삼아 미래를 궁리하고 있겠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당신들'은 

주어진 것 희박하고, 가진 것이라곤 상상력이라 불리우는 

천대 받는 것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 


까불면 다친다고 했다. 

그리고 다치는 건 사실이었다.

혼자 다쳤다. 다친 것보다 혼자였다는 게 더 아팠다. 

그러나 다음 번엔  혼자 다치지 않게, 

내가 온몸으로 괴롭히고 싶은 

너희도 다치는 수준에 다다르면 좋겠다.


설령 당장은 실패하더라도 

그 시도 자체가 자랑스러운 셀프 훈장이 되고, 

제2의, 제3의 그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 되자고, 

그렇게도 무산되었던 소망을 

오늘 아니면 다신 안 내릴 오늘의 눈처럼, 

또 한 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