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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트스쿨957

김봉민의 작가는 서울의 초여름 밤 누가 갑자기 스위치를 눌렀고, 그래서 여름이 왔다, 라고 써도 무방할 정도로 갑자기 여름이 왔다. 나는 영동대교에 갔다가 집에 왔다가 다시 영동대교 아래로 가 맥주를 마시고 잠실철교로 향했다가 강변역에서 건대입구역으로 갔다가 호몽이 집 가는 걸 구경하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잤다. 일어나니 비가 내리다가 만다. 에어컨을 켰다. 밥 먹고 씻고 설거지 하고 커피를 내리는 중이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뱉어본다. 여름이구나. 기회를 창출하여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프지 말고 가을을 맞이하자. 그리고 이 여름을 잘 즐겨야지. 2018. 5. 16.
5월 15일 스승의 날 나에겐 여러 스승이 있으나, 그중에 직접 대면하여 가르침을 주신 스승은 단 한 분. 이강백 선생님 뿐이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께서는 수첩을 품에서 꺼내며 말하셨다. "여기에 내 온갖 관계가 야기한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다.수 백 개가 있다.수 백 개가 있는데, 오해하면 안 된다. 나도 그렇지만, 늬들 인생도 수백명에 의해 굴러가는 게 아니다. 5명 남짓이다. 5명에 의해 내 인생은 돌아간다. 너희도 그 5명을 믿고 가라.너무 많은 사람에게 기대지 말고, 5명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 사람 때문에 힘들 때면, 계속 떠오르는 말씀이다.언제나 감사하다.선생님, 만수무강하세요. 내년에는 정말로 직접 한 번 찾아뵙고보은을 해야 되겠다. 이강백 선생님. 제가 살 수 있는 근거를 마련.. 2018. 5. 16.
김봉민의 작가는 내 인생의 노래들 / 넥스트. <Here, I stand for you>, 비틀즈 <The long and winding road>, 언니네 이발관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나는 음악을 달고 살았다. 자부한다. 내 나이에 나보다 음악 많이 들어본 사람되게 많을 거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그러나 정말 많이 듣긴 들었어.. 그래서 모아두려 한다. 내 생각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노래들을. 넥스트. Here, I stand for you. 10대 시절, 내 인생의 노래다. 이 노래의 테이프는 중2때 삐삐가 순원빌라 201호에서 강제 퇴거 당한 날 샀다. 당시 나는 인간적으로 고립된 상태였기에 신 같은 사랑이라는 존재가 나를 구원해주길 바랐다, 라고 적어두겠다. 가사가 압권이다.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2018. 5. 14.
여기 불이 타고 있다. 꺼지지가 않는다. 탄내가 난다. 원망스럽다. 이 불을 꺼야 한다고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꺼지지가 않아 자책을 일삼아왔다. 이젠 안다. 이 불은 꺼지지 않는 불이다. 끄기를 포기해야 한다. 체념은 아니다. 죽을 때까진 죽은 게 아니고, 살아있는 것이다. 이 불을 잘 달래주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겠다. 나는 살아야 한다. 운이 닿는다면, 이 불이 나 같은 인간들이 필요로 할 때 고기라도 구워먹을 수 있게 사용되면 좋겠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사람이다. 살아도 꿈 없이 죽은 것처럼 살면, 진정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고기를 먹고 싶다. 탄내가 난다. 2018. 5. 13.
가족의 반달 그래도 가족이니까 어쨌든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 이 말은 가족에게 지대한 사랑받은 네가, 그렇지 못하긴 커녕, 괴로움만 줄창 받아 괴로웠던 내게 할 말은 아니다. 네 아빠가, 네가 5살이었던 때부터 지금까지성폭력을 저질러왔는데도너는 네 아버지를 사랑할 자신이 있는가? 그게 성폭력이 아니라 언어폭력이었다면, 그래도 좀 괜찮은 거야? 정말 괜찮다면, 그럼 정말, 가족이니까 사랑해야 한다, 라는 말을 내 앞에서 해라, 이 어설픈 가족주의자야. 아무 예쁜 짓도 안 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예쁨 받았으니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뭘 말해도 설득력을 갖췄을 거란 그 오만함. 내가 너였으면 지금의 너보다 훨씬 더 잘 살았겠다. 아냐? 어디서 그 더러운 유니세프질인가?그렇게 사랑을 받았는데도 그 정도로 밖에 왜 못 .. 2018. 5. 10.
캐릭터 캐릭터를 만들 땐, 다음과 같은 사항에 관하여 메모하면 좋을 것 같다. 1. 직업이 포함된 캐릭터 수식어 2. 캐릭터의 욕망 3. 그 욕망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잃게 되는 것들 4. 캐릭터의 일관된 모순점 5. 캐릭터의 욕망의 방해점 이걸 제대로 쓸 줄 알면, 최소 대본 창작의 1/10은 이해하고 있는 셈.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까?여지 없이 대입시켜 본다. 쓰라리겠지만, 무지보다 더 큰 죄는 없다.나는 경범죄는 저질러도 대죄는 안 저지르는 사람이다. 1. 나의 직업을 포함한 수식어 : 친가족과 관계를 절연한 극작가 겸 작문강사 겸 코딱지 만한 회사 창업자. 재밌고 다정하지만, 욱하며 폭발을 곧 잘 한다. 2. 나의 욕망: 위대한 극을 써내는 작가로서만 살며 가족을 일구고 싶다 3. 나의 욕망이 이뤄.. 2018. 5. 9.
건국대 산책 건국대 산책을 했다.스쿨 폴리스한테 걸려 쫓겨났다. 건국대엔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안 된다. 건ㄷ 2018. 5. 6.
알찬 일지 5월 4일 밤에 따릉이를 타고 건대에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전철을 타고 홍대에 갔다. 홍대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연트럴파크로 갔고, 연트럴파크에서 다시 따릉이를 타고 동대문까지 갔다. 동대문에서 따릉이를 파킹하고, 씽크홀 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며 주변을 도보로 어슬렁거리다가 말로만 들었던 '동대문의 새벽 세계'를 보았다.대단했다. 서울 동대문의 새벽은 성실함 투성이였다. 그러다 너무 피곤하여, 택시를 타긴 뭘 타. 안 타고 신당동에서 다시 따릉이. 건대에 가서 허기를 채우려다가, 채우지 아니 하고, 돈까스와 맥주를 사와 화양사거리에 있는 내 집에서 맥주 마시고 있다.로버트 맥키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맨유 대 브라이튼, 축구를 보면서. 허기는 채워지고 취기는 오르고 잠은 막 온다. 이제 5월 5일 새벽 5.. 2018. 5. 5.
욕망 더 이상의 욕망이 없기를 바라는 것도 욕망이라고 씨발 2018. 5. 4.
비즈니스 일이라고 할 만한 것들에 있어서, 나 아닌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니, 편해진다. 일은 말이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므로융통성 같은 게 필요하단다, 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그걸 곧이 곧대로 따라버린 내 잘못이다. 근데 이제 나는 안단다. 나는, 나 혼자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 기회를 엿보고 돈이 될 만한 이야기를 만들고, 우리쪽에 연락을 취해 작전 같은 걸 짜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뭐가 잘 안 돌아가면, 왜 안 돌아가는지 보살피고. 그리고 또 연락하고. 협업의 환상에 놀아났다. 나의 오판이고, 실수이다. 지금 여기 최고 수준의 기술이 있는데, 이걸 썩히고 있다니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그러나 이마저도 니쥬로 삼아야 함을 안다. 나 혼자 잘할 수 있다. 설령, 이번에 잘 못하더라도, .. 2018. 5. 4.
서울숲의 강아지 김유순 김유순은 서기 2018년 5월 1일. 서울숲에 갔다. 이렇게까지 행복해 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헤헤.헤헤. 헤헤. 계속 웃었다. 발걸음은 총총총. 혀가 이렇게 길었나. 헤헤. 헤헤. 헤헤. 냄새를 맡기 때문에 강아지인 것이다 사람 화장실에 가려고 했지만, 못 들어갔다. 들어갈 이유가 없으니까. 서울숲이 좋은가 보다.헤헤헤헤. 웃는 소리가 정겨웠다. 유순이는 풀을 좋아라 한다. 이게 베스트샷이다. 유순아..! 내 강아지, 유순아...! 요즘 날씨에 서울숲 가는 건 누구에게라도 권장하는 바이다. 서울숲 같은 숲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아무튼 계속 웃는 유순이 수술하느라 다리에 털을 밀었던 유순이. 어서 털도 다 자랐으면 좋겠다. 으, 개아련한 유순이..! 그리고 아래는 .. 2018. 5. 2.
서울숲에서, 자꾸 잊게 되는 이야기들 오늘 서울숲에 가 근래 내가 애용하는 '마보(마음 보살피기 어플ㅋ)'을 실행하여 걷기 명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누가 보든 안 보든 내 길 내 걸음으로 끝까지 간다" "절박하게 다가가면 모든 문은 열린다" "모든 것은 변화하니 끊임없이 정진하자"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다 사람을 위해 살자" 라는 문장들이 안에서 떠올랐다. 오래 전, 그러니까 6년 전, 인도에서 읊조렸던 말들이, 나 여기 있다고 고개를 든 것이다.그래. 너무 방치하고 살았던 건 아니었는지. 여기 내게 필요한 것들이 다 있었다. 자꾸 잊게 되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또 자꾸 떠오르는 이야기들. 2018. 4. 26.
김봉민의 작가는 윈도우와 리눅스 세상이라는 플랫폼이 운영되는 방식, OS라고 하자.그 OS에서 각 개인은 자유롭기 어렵다. 문화, 헌법, 정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OS는 어떤 특질이 있을까. (고민해서 해될 리가 있을까? 모든 것의 메뉴얼화라고 나는 본다. 메뉴얼화는 빠르게 정형화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이라는 이 플랫폼에 사는 인간이라는 콘텐츠는 이 OS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OS는 윈도우라고 하자.대개의 우리나라 인간은 윈도우에 맞춰서 산다.자기 삶의 운영 방식도 그대로 윈도우를 가져다가 쓰는 것이다. 문제는 이 플랫폼이 계속, 쉬지 않고 달라지고 있는데 OS의 업그레이드 속도는 그것을 못 따라가기 마련이란 것에 있다. 새롭게 달라진 세상에 구태의연한 방식이 먹힐 리 없다. 그래서 아예 이 OS를 거부하는 콘텐츠.. 2018. 4. 25.
기억하려 애쓰지 않았지만 잊지 않은 것들 -오리지날스 "그 어떤 변화도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최소 2년 간은 노력해야 가능하므로 단기간에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생각에 관한 생각 "생각은 시스템1과 시스템2에 의해 하는 것이다. 시스템1은 즉각적, 직감적인 생각 방식이다. 오류가 많다. 시스템2는 숙고를 통해 이성적 판단을 하는 생각 방식이다. 게으르게 작동한다. ^_^ 2018. 4. 21.
음지식물 잊고 있던 게 생각이 나, 급하게 여기 남겨본다. 사실 다급할 필요는 없다만, 어차피 언젠가 남길 거라면 지금 해도 나쁠 건 없겠다. 나는 지금 이러고 싶다. 10대 초반 시절. 나는 내 사는 모양새가 친형의 그림자 안에서 이뤄진다 생각했다.그래서 그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21세기가 되면 저절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오는 걸로 알았고, 20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증 받는 걸로 알아, 빨리 20세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런 일기를 많이 썼었다. 고2때는 시 같은 것도 써서 갖고 다녔다. 제목은 이었다. 대충, 내 머리 위의 그림자가 무거워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고, 저 태양에 대하여 나는 소문만 들었을 뿐, 내 인근은 축축하기만 하다. 라는 식으로 전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그 시를 지갑에 넣고 다.. 2018. 4. 20.
불교는 원래 민중의 소원을 들어주는 기복신앙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 철학으로 시작됐는데, 인도에서 우리나라로 오며 많이 달라졌다. 이런 건 많은 사람이 아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굳이 나까지 쓸 필요는 없었으나, 뭐라도 글자를 적어놔야 하는 게 블로그잖아. 그냥 어제 간 용인의 법륜사 풍경 소리가 참 좋았다. 들어봐야 아니까, 들어보라고 올리는 건 아니고, 내가 언젠가 찾기에 쉽도록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소원은 늘 있다. 근데 다 이뤄질 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소원을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부처가 하셨는데, 이런 건 많은 사람이 알지만, 그래도 또 적어본다.아주 중요하다.소원을 좀 줄여보자. 아주 많이 줄여보자.소원이 다 안 이뤄지는 이유는 소원이 너무 많아서다. 가끔 절에는 가자. 이런 것.. 2018. 4. 20.
호기 좋은 마음으로 잠드는 건 중요한 것 같다. 어제는 인석이와 한솔이와 맥주를 먹다가 노기를 쏟아냈다. 부모님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되었는데, 그 기분이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잔류해 있더라.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객관적으로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었는지 알게 된다. 다 잊고 싶다.10년 전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무어라 말하고 싶은가. 그냥 빨리 독립하라고. 퍼뜩 나와. 더 미워하게 된단 말이야. 그러나 나는 자기 전엔 좋은 마음으로 있다가 잠들어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야. 그래서 적어본다. 조잡한 희망을 연거푸 품는 행태가 사람을 장기적으로 늪에 빠뜨린다, 라고. 조잡한 희망을 거둬드리면, 장기적으로 늪에 빠져있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라고도 적어본다.비극에서 벗어나면 심적 여유가 생긴다, 라.. 2018. 4. 19.
올리고 싶어서 올려본다 이건 2018년 4월 14일 강남과 논현 일대에서 찍은 거다.별로다. 왜냐하면 나는 찍어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처음부터 내가 잘 찍으면 나는 촬영감독을 해야 되겠지.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생각이 부족해서 탈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문제였지. 모든 게 처음이었다. 그나마 능숙한 것들이라 할 수 있는 숨쉬기, 잠자기, 배설하기, 이것들에 대해서도 나는 사실 잘 모른다.가끔은 숨이 잘 안 쉬어지기도, 잠이 너무 안 오기도, 아무때나 마려워서 힘든 적도 있었다. 결심은 점점 안 하게 된다.새로운 결심은 아무런 변화도 못 만들어낸다.그냥 찍고 싶은 건 찍고, 올리고 싶은 올리고, 써보고 싶은 건 쓰는 거다. 처음이라 못하는 게 당연하니, 기대치를 낮추고, 뭐든 못해보도록 하자... 2018. 4. 16.
건강한 소망의 일기 나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보다건강한 사람과 있는 것이 편하다. 나는 편한 것이 좋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늘 건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건강한 사람과 있는 것을 편해 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도울 수 있고, 그러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나아갈 방향은현상이 아니라 소망에서 비롯되니까.그러니 건강하지 않아도 괜찮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술에 취해 비틀비틀거리거나 어디선가 매타작을 당해 병 들었어도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재밌는 이야기의 오프닝도 또 없겠다. 2018. 4. 13.
수술 어제 4월 4일. 유순이가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다. 전화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수술은 잘 마쳤다고 한다. 아, 다행이다.수술비는 111만원이다. 아, 아, 아...그러나 생각해보니 돈을 왜 버는지 알겠다.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거로구나.뒷다리 탈구가 되면 깽깽이로 걷던 유순이가 앞으로 평생 네 발로 깡총깡총 잘 걷고 뛰면 좋겠다. 나한테 돈이 있어서 참으로, 진심으로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2018.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