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게 생각이 나, 급하게 여기 남겨본다.
사실 다급할 필요는 없다만,
어차피 언젠가 남길 거라면 지금 해도 나쁠 건 없겠다.
나는 지금 이러고 싶다.
10대 초반 시절. 나는 내 사는 모양새가
친형의 그림자 안에서 이뤄진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21세기가 되면 저절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오는 걸로
알았고, 20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증 받는 걸로 알아,
빨리 20세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런 일기를 많이 썼었다.
고2때는 시 같은 것도 써서 갖고 다녔다.
제목은 <음지식물>이었다. 대충,
내 머리 위의 그림자가 무거워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고,
저 태양에 대하여 나는 소문만 들었을 뿐,
내 인근은 축축하기만 하다.
라는 식으로 전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를 지갑에 넣고 다녔는데,
조호용이라는 놈이 우연찮게 봤던 것도 기억난다.
여기에 왜곡은 없다.
다만 망각이 있었다.
살면서 있었던 그 모든 걸 기억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러다간 일정 시점부터는 과거만 곱씹어야 하고,
현재의 삶은 포기된 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없었던 거처럼, 잊게 되는 시절의 정보가 있다.
가끔 그 공백이 느껴질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행인 것 같기도, 안타깝기도.
여하간 뭐가 이리도 빨리 흐른단 말인가.
나는 저절로 20세가 되었었고,
지금은 어느덧 35살이 되었다. 아직 어른은 아니다.
어쩌면 여전히 음지식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때와 동일한 의미의 음지식물은 아니리라.
잊고 있었던 게 생각이 나 기록하면,
복원의 일부 아닌가. 부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걸 지금 했다.
이젠 이끼가 끼더라도 여기에 우뚝 서 있어라, 나의 나무여.
언제든 다시 와서 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