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권에 가까운 작문은 어느 수준인 거야?'
라는 의문은 끝없이 들 거다.
왜냐?
그정도 수준의 작문은 공유가 잘 안 되거든.
잘 쓴 작문은 본인의 최종 무기인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게 공공재가 되어버리면 써먹을 수가 없게 되니 말이다.
고로, 언시생 사이에도 정보 불균형이 당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다.
나 역시 수강생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똑같이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이 블로그를 보고 공부할 누군가들을 위해서 가끔씩은 이렇게 합격자 자료를 공유해주려 한다.
일차로는 자신의 소중한 자료 공개를 허락해 준 넓은 아량의 합격자,
이차로는 이 자료를 굳이 설명과 함께 포스팅하는 나에게 딱 3초의 감사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ㅋㅋㅋ
예능 공채 PD 최종합격자 작문
시제 : 아래 사진을 보고 아래 사진과 연관시켜 스토리텔링하시오. (사진 속 남자는 동일 인물임)
제목: 미남이시네요
1. 로그라인
*미션형 작문
미션: 오늘 소개팅은 안경 없이 나가야 한다.
주인공 수식어: 키 165cm에 몸무게 50kg의 늘씬한 몸매, 컵으로 가려지는 작은 얼굴에 오똑한 코의 화려한 외모. 타고나 DNA 덕분에, 웬만큼 잘생긴 남자 아니면 만나지 않는 눈이 높은 여자.
주인공 원초적 욕망: 오늘 소개팅은 안경 없이 나가야 한다.
방해 요소: 목소리에 집중, 대화에 집중, 매너에 집중.
2. 개요
-서+본1: 안경 없이 나간 소개팅, 소개팅남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가늠이 안 됨. 소개팅남의 얼굴이 안 보이는 대신 목소리가 들림->순수한 목소리(다급, 서투름)
- 본 2: 얼굴이 잘 안 보이지만, 대화에 집중함->로맨틱한 그의 취미, 사랑시->로맨틱한 그의 면모를 보게 됨
- 본 3: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나를 위한 섬세한 배려->밝은 인사성, 하나부터 열까지 맞춰주는 배려, 어색하지 않게 하는 진행톤.
-가결: 집에 도착한 다음, 주문한 안경을 택배로 받음.
-꺾기: 소개팅남이 애프터 신청하고, 그제서야 소개팅남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
-진결: 예상했던 외모가 아님. 평소에는 만나보지 않았을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안경 덕분에 내가 외모로 상대방을 편견 어린 눈으로 봤음을 알게 됨. 애프터 신청을 수락함.
[미남이시네요]
“아아악!!!! 말도 안돼!!!”
우지끈, 소리가 나며 금테 안경이 두 동강 났다. 왼쪽 눈 –0.6, 오른쪽 눈 –0.5에 근시까지 1m 반경의 시계도 희뿌옇게 보였다. 시력이 워낙 좋지 않아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일회용 렌즈도 없다. 시청역 앞, 소개팅 30분 전, 금요일 저녁이라 버스가 더 막힐 수도 있다. 서둘러 안경을 주문시켜 놓고, 옷장으로 간다.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하핫.”
보자마자 소개팅남은 헛기침을 하며, 손을 내민다. 미인이라는 말, 이제는 지겹다. 165cm의 훤칠한 키, 50kg의 늘씬한 몸매, 머그컵 한 잔에 가려지는 작은 얼굴의 타고난 DNA. 그 덕분에 나는 늘 잘생긴 남자만 만나왔다. 그런데, 가만, 망할 놈의 안경 때문에 남자의 외형은 오리무중이다. B612의 몬스테라 필터 10, 블러 효과는 100으로 해놓은 것 같다. 간신히 눈을 찌푸려 본 그의 모습은 소...소지섭? 소지섭이다! 소개팅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난 지 얼마만인가. 고맙다, 친구야. 소지섭 닮은 친구가 있다는 걸 왜 이제 말했니. “듣던대로 미남이시네요, 하핫.”
“주연씨, 주연씨, 어떠..어떠..어떤 거 좋아하세요.”
소개팅남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자, 시각 대신 청각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일단, 어쩐지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서 소개팅 자리의 서투름이 느껴졌다. 그조차 너무 순수하게 느껴졌다. “해물 크림 파스타, 버섯 크림 파스타, 알리올리오, 봉골레, 다..다 있네요.” 귀여운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계속 질문을 던졌다. “어떤 파스타를 제일 싫어하세요?”, “지금까지 먹어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최고로 맛있는 곳 있으세요?” 쓸데없는 질문들 덕분에 더듬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귀를 가격했다. 이 남자, 귀엽기까지 하다.
눈에 뵈는 게 없는 내가 집중할 건 대화였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유재석처럼 명MC를 자처했다. 취미가 뭔지 물어보자, 소개팅남은 시를 쓰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아침에 날 비춰주는 해가 너라면, 사랑해.”, “사랑은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고 하더라고. 근데 난 왜 보이지?! 너는 내 앞에 있고.” 소개팅남의 꽉찬 돌직구에 내 창자는 적어도 180번은 꼬일 것 같았다. 섬세한 로맨티스트이기까지, 이 남자, 매력이 끝도 없다.
소개팅남은 매너까지 좋았다. 포크, 수저를 주는 웨이터에게조차 “상당히 반갑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도 놓치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기분을 물어보기도 했다. “주연씨, 끝나고 집 데려다 줘도 돼요?”, “주연씨, 차에 꽃다발 사 놓았는데, 줘도 돼요?” 모든 섬세하게 배려하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빠져들었다. 장미꽃 100송이를 손에 들고 내리자, 옷에는 머리 아플 정도로 강한 그의 향수 내음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늘은 여기에서 물러나지만, 다음번에 꼭 만나요~” 내가 어색할까봐 그는 진행톤으로 가볍게 인사까지 해줬다.
띵동-. 집에 돌아온지 10분 후, 문 앞을 나가 보니, 택배 상자에 ‘아이즈원 안경원’이라고 적혀 있다. 오늘 아침 새 주문한 안경이 그새 도착했다.
띠리링-. 그때 휴대폰 알람이 뜬다.
‘주연씨,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요^^’
‘저도요..ㅎㅎ’라고 보내려던 그 순간, 갑자기 싸한 촉이 온다. 잠깐, 생각보다 작은 실루엣이 프로필 사진에서 느껴진다. 프로필을 꾹 누른다. 그제서야 희뿌옇던 소지섭 뒤의 실체가 드러난다.
소...지섭이 아니라 조세호..????
165cm의 키, 70kg의 몸무게, 큰 얼굴까지 정확히 내 범주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다시 띠리링-. ‘다음주 시간 언제 괜찮아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에 ‘저랑은 인연이 아닌...’을 보내려는 찰나, 별안간 그의 좋은 모습이 떠오른다. 순수한 목소리, 로맨틱한 취미, 좋은 매너까지. 안경을 제대로 썼었더라면, 절대 보이지 않았을 그만의 장점이었다. 한 번 더 그에게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우지끈-. 그래도 당분간은 그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은 없기에, 안경을 두 동강 낸다.
다시 답장을 보낸다. ‘담주 수요일 저녁 비어요.’
-끝-
아래는 내가 실제로 한 피드백.
시제 반영 부분은 혹시 모르니 밑줄이나 볼드 처리해주는 습관을 들이자.
그것만 해줘도 정말 심사관은 엄청난 서비스를 제공 받는 느낌이라
페이오프가 오른다.
시제에 맞춰서 잘 고쳐서 썼다. (<--본인의 레퍼런스 작문 로개요를 활용해서 한 이야기)
근데 위에서도 말했던 결말도 한 가지의 추가 버전으로
더 갖고 있어도 되겠다.
외모지상주의자인 여자가 오히려 당하는 이야기로 말이다.
시제가 어려울수록 많이들 망하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끝까지 써내는 게 제일 중요하고,
가급적 갖고 있던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게 리스크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니, 늘 유념하자.
아무튼 이건 합격.
합격권이긴 하지만,
이 작문도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아쉬운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시제 관련된 부분 강조 안 해준 것이나 (시제 관련된 부분을 본문에 썼을 때는 밑줄, 볼드처리, 작은 따옴표 등 반드시 심사관이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해줘야 한다), 3의 법칙 활용이 덜 된 부분들 등등.
하지만, 이정도면 누가 보고
'에이, 이게 뭐야'
이런 말은 절대 안 나올 거라 본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
부단히 본인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만들기 위한 반복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일정 수준에 이르면, 다른 방법은 없다.
루틴화 된 훈련만이 합격을 가능하게 한다.
고퀄일반공식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풀어서 설명하고, 예시를 들어 알려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그 스킬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변형, 반복 연습을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레퍼런스를 시제에 맞추어 계속해서 바꾸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 하고.
그냥, 본인이 한 번 잘 쓴 작문을 달달 외워서 시험장에 가지고 가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보통은 기출 시제로 연습을 할 텐데,
그 기출 시제와 똑같은 시제가 나올 리는 당연히 단 0.0000001%도 없다.
때문에, 그냥 외워서 가면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는 거다.
잘 쓴 작문, 합격권 작문을 하나 만들었다면
그 로개요를 여러 시제에 맞추어 변형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오늘 보여준 예시 작문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 포스팅을 본 사람 10명 중에 적어도 3명은,
'엥? 이 정도가 합격권이야? 쉬운데?'
라고 생각하는 놈들이 있을 거다.
눈으로 보면 다 쉬워 보인다.
마치 곧바로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제대로 작문 공부를 안 해 본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장담한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작문을 써 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저정도 수준의 작문을,
어떤 시제가 나오더라도 퀄리티 유지하며 계속해서 써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당연히 하면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라도 저정도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
단, 제대로 하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매일, 훈련하며
제대로 된 피드백이 동반된다면
말이다.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을 게 아니라
글쓰기를 익혀 피디가 되려고 하는 게 피디 지망생이다.
이상한 고집 부리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자.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제대로 훈련하여
하루라도 합격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시켜 보자.
위에 포스팅들도 참고하길 바라고..!
연말이라고 마냥 풀어지면
연말에도 정신 꽉 잡고 한 애들보다 당연히 뒤처지게 된다.
피디가 될 때까지, 이제 방학은 없는 거다.
그 방학 기간만큼 언시생 기간은 늘어나게 되는 것 뿐이다.
고통스러운 게 당연하다. 고통스럽자. 그래야 빨리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여기로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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