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꾸준히 하면 뭐가 어떻게,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 궁금해들 하길래 준비했다.
아래 예시는
기본 언시 교본 요약을 마치고
구체적으로 쓰기를 4차례 정도 연습한 후
일단 현재의 수준을 체크하기 위해 쓴 1주차 작문과,
10주동안의 훈련 후 써 낸 작문.
이렇게 두 가지이다.
각설하고,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자.
현 예능피디 전 언시생의 작문 훈련 1주차 작성 작문
시제:
나는 오늘도 ___을 하기 위해 ___에 간다.
-> 다음 두 빈칸을 채워 첫 문장으로 삼고, 글을 완성하라.
12월 1일, 나는 오늘도 공부하기 위해 독서실에 간다.
벌써 4년째. 한 때 나영석, 김태호 PD 같은 스타 예능 PD를 꿈꿨지만, 다 부질없는 이야기다. '귀하의 능력은 높이 평가되었으나, 아쉽게도†' JTBC 면접장에서 만난 심사위원의 말이 걸렸다. 벌써 27살이신데, 이렇다할 활동이 없네요? 네† 논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했다. 하지만, 그 경력은 사회에서 공백으로 치부했다. 오늘 Jtbc의 결과까지 합치면 벌써 20번째 낙방이다. 졸업하자마자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은 벌써 4년차였다. 매일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었냐는 엄마의 전화도 이제는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보게 된 유튜버 '여락이들'의 포르투갈 한 달 살기는 탈출구였다. 결단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겪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그래,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포르투갈로 떠나자. 통장 잔고는 고작 30만 원뿐. 100% 토종 한국인인 탓에 포르투갈어는 27년의 인생 살이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보수적인 부모님도 큰 산이다. 그래도 장수생보다는 그 편이 더 쉬울 것 같았다.
일단 돈부터 벌기로 했다. 마침 1분 거리에 GS25에서 구인 공고를 하고 있었다. 최근 포켓몬 빵으로 인해 손님들이 몰려 알바생이 줄줄이 그만둔 탓에 마포구청 지점 사장님은 두 손 벌려 반겼다. 밤에는 배민 라이더로 활동했다. 집에 와서는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했다. '장수생의 헬조선 탈출기'라는 블로그 이름에 맞게, 매일 번 돈과 포르투갈에 가기 위해 예산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블로그에 기록했다. 또한 편의점 알바, 배민 라이더 알바의 장단점도 후기로 남겼다.
포르투갈에서 살기 위해서는 언어도 필수였다. 유튜버 'Caf com Juli'가 알파벳과 발음, 기본 인사말, 보사노바 노래까지 재미있게 포르투갈어에 대해 알려줬다. 포르투갈에 대한 목표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포르투갈어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렸다. 가끔 힘들 때면,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 맛집, 유명 관광지에 대한 내용도 올렸다. 그렇게 3개월이 되자, 구독자 수는 10만 명, 6개월이 되자 입소문을 타 50만 명이 됐다. 꼭 포르투갈 돈 모아서 헬조선 탈출하시길 바랄게요! 가서 포르투갈 살기 후기도 꼭 남겨주세요! 응원의 댓글도 달렸다.
구독자 수의 증가로 광고 수입도 얻게 돼, 8개월 만에 돈을 다 모았다. 문제는 보수적인 부모님이었다. 무엇보다 자취방, 학원비를 지원해 주시던 부모님은 8개월 간 아들이 포르투갈로 가기 위해 준비한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엄마, 아빠. 제가 작년부터 사실은† 알고 있다. 너 포르투갈 가려고 돈 모았잖아. '헬조선 탈출기' 블로그 보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된다. 출국 준비 잘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그렇게 8월 1일, 대망의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은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포르투갈로 가는 날이다.
비행기에 타기 30분 전, 인천공항을 둘러봤다.
이제 진짜 헬조선 떠난다.
띠리링. 그때 갑자기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톡파원 25시> 제작진입니다. 승재 씨 되시죠?
네네. 무슨 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혹시 저희가 이번에 포르투갈 톡파원이 필요해서요. 혹시 가셔서 포르투갈에 관한 내용을 취재하고, 영상 편집해주실 수 있으실까 해서요.
띠리링. 10분 뒤, 갑자기 또다른 02 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블로그 관리팀인데요. '장수생의 헬조선 탈출기' 반응이 너무 좋아서요. 아예 네이버 블로그 대표 인플루언서로 선정해서 책까지 출판하는 걸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서요. 혹시 승재 씨는 어떠실까 해서요.
처음 포르투갈에 가기 위해 꿈을 꾼 지1년 만이었다. 12월 1일, 나는 헬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리스본 마데이라 공항에 간다. 헬조선은 움직이지 않은 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직접 세상에 부딪히며, 콘텐츠를 쌓아가니 저절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제는 더 이상 스트레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포르투갈로 떠나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끝-
아래는 이에 대한 나의 피드백
그리고, 매일같이 10주를 노력한 후의 작문 퀄리티 상승을 얼마나 이루었을지 한번 보자.
현 예능피디 전 언시생의 작문 훈련 10주차 작성 작문
시제: 다음 명언 중 최소 3개가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이야기를 만드시오.
1)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2)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3) 남자와 사귀지 않는 여자는 갈수록 퇴색한다. 여자와 사귀지 않는 남자는 서서히 바보가 된다.
4)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은 때다.
5) 겸손은 범인에게는 한갓 성실이지만, 위대한 재능의 소유자에겐 그저 위선이다.
6) 항구에 정박 중인 배는 안전한다.
허나 정박하라고 배를 만든 것은 아니다.
배의 본질은 항해다.
항해는 위험을 동반하는 모험이다.
항해는 자기 발견의 시작이고,
자기 노선의 확장을 이룬다.
7) 반복해서 행동한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탁월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관에서 비롯된다.
[현실 싸이코 되다]
10년 만에 시민1, 행인1을 벗어났다. 연기라는 두 글자를 늦게 빠져 지금 <킬미캐치미> 싸이코 의사 역할을 맡을 때까지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다. 역할 하나를 맡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반복해서 행동한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탁월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겉은 멀쩡한 의사, 실상은 사이코패스인 이 역할 하나에도 말투, 외모, 범죄 도구까지 연구했다. 최근 택시기사로 위장해 7명을 죽여 용의선상에 오른 마포구 연쇄살인마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노력 덕분인지 <킬미캐치미>는 시청률 11.1%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상암동 생활맥주에서 진행된 종방연 회식. 스스로에 대한 보상으로 아낌없이 술을 들이부었다. 새벽 2시쯤 카카오택시에 탔다. “아저씨이...쿠욱...서현도옹...혀언대 아파트...420동!! 쿡! 이여..!” “네에에.” 잠깐 끝을 ‘에에’로 흐리는 말투, 어쩐지 익숙하다. 자동차 백미러로 기사 아저씨의 눈을 확인한다. 눈가 주위로 선명한 주름 3줄, 그 밑의 검은색 흉터. 이런 이런, 곁눈질로 본 조수석에는 어나더레벨의 야구배트가 보인다. 그동안 내 연기 모티브, 마포구 연쇄살인마, 나는 틀림없이 그의 택시를 타고 있었다.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기로 했다. 상암에서 분당까지 아직 40분이나 더 가야 한다. 무작정 소리 지르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리로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최대한 호의적인 친구처럼 다가가 방심한 틈을 타 저 야구방망이로 놈의 머리를 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킬미캐치미>에서 싸이코 정신과 의사인 나는 쇼팽의 시적 감수성이 담긴 녹턴 2번으로 살인 욕구를 가라앉혔다. 그래, 감성을 건드리는 녹턴의 선율은 마포구 연쇄살인마에게도 안 먹힐 리 없었다. “아저씨이...제에가..딸꾹..너어어무 듣고 싶은 노오래가 있느응데여..딸꾹! 틀어주울 쑤 이쓰까여?” “네에에.” 감미로운 내림 마장조, 안단테의 선율에 운전대를 잡은 오른쪽 팔이 툭 하고 핸드 브레이크 쪽으로 떨어진다. “좋네에에.”
이제 택시는 강변북로를 따라 한남대교를 건넌다. 다행히 분당쪽으로 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남은 시간은 20분 남짓. 살인마와 대화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근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지? 문득 싸이코패스 의사 연기를 했던 <킬미캐치미> 속 대사, 행동이 그와 통하는 지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14화 여자친구의 목을 졸라 죽이는 씬의 기억을 최대한 떠올렸다. 그 여자의 목을 누르니 흰 피부와 대비되는 솟구쳐 오르는, 선명한 핏줄에 살인 욕구가 되살아났다는 대사를 영웅담처럼 흥미롭게 풀었다. 역시 반응이 온다. “요새 범죄드라마가 스릴도 있고 아주 재미나대에에. 긴장감 넘치고, 현실적이대에에.” 현실감 넘치는 걸 어떻게 알지. 훗, 자기가 연쇄 살인마라고 아주 대놓고 말하시지.
밖으로 보니 판교IC가 보인다. 집에 가까이 가서 살인하려나 보다. 아주 잔인한 놈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때다.’ 일단 친분 관계는 어느 정도 쌓였으니 동정심을 유발해 도망갈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술을 마셨다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연기하기로 했다. 혀를 최대한 말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입을 손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아뗘띠! 읍읍!!” 그 모습을 본 살인마도 여간 당황한 눈치다. 안 그래도 자글자글한 눈가 주름이 2배는 많아졌다. 끼이익-소리를 내며 택시는 현대백화점 맞은편 길가에 급하게 선다. 지금이다. 순간적으로 조수석에 있는 야구배트를 들어 살인마의 머리를 힘껏 친다. 퉁-소리가 나며 마포구 연쇄살인마는 장렬하게 기절한다. 문을 박차고 나가 112에 신고한다.
새벽 3시, 삐뽀 삐뽀 소리를 내며 경찰차가 다가온다. 반가운 나머지 손을 흔든다. “제에가! 연쇄살인마 잡아아떠여!! 딸꾹!!” 앳된 경찰 2명이 저벅 저벅 걸어오더니 택시기사의 신원을 확인한다. 그리고서 나에게...
“무고한 시민폭행죄로 경찰로 이송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킬미캐치미> 종영 이슈보다, 마포구 연쇄살인마 이슈보다 더 뜨겁게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곤경에 빠지는 건 무엇인가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었다.’
‘60세 택시기사 정 씨, 아들 주려고 산 배트, 짜장면 먹다 묻힌 자국으로 마포구 연쇄살인마 오해 받아’
‘술에 취한 <킬미캐치미> 조연 배우, 취한 채 ’에에‘ 말투에 택시기사 연쇄살인마로 오해’
‘현대판 돈키호테, <킬미캐치미> 속 싸이코 정신과 의사, 현실 싸이코 되다’
-끝-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래는 이에 대한 나의 피드백
이 친구 같은 경우엔
1주차에도 아주 못 봐줄 만한 작문을 써내진 않았다.
교본요약을 하며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고퀄일반공식을
본인 작문에 최대한 대입해보려고 갖은 애를 썼기 때문이다.
고퀄일반공식을 쓰면 최소한 글이 엉망으로 망가지는 사태만은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1주차 작문을 본 후에
10주차에 쓴 작문을 다시 한번 보자.
일단 시작부터 제목이 생겼다.
서-본1-본2-본3-결(가결-꺾기-진결)의 분량 안배도 매우 좋아졌고,
그 세부적인 디테일인 구체적으로 쓰기의 퀄리티도 비약적으로 향상된 덕에
예능 작문으로서의 톤앤매너가 좀 더 확실하게 구축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눈으로 보면 참으로 쉬워보인다.
그냥 좀 더 읽기 편하다,
정도로 느끼기 쉽다.
그 '좀 더 읽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읽기 편하고, 읽기 쉬운 글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며 써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밀한 기술과 고통의 훈련 기간이 동반되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언시 공부에 몰두해 본 사람이라면 알 거라 생각한다.
할 거면, 도망 갈 자리를 만들어 두지 말고
다음 번에 잘해야지, 같은 마음도 접어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 해 임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나 긴 시간동안 언시에 도전하든지 간에 절대로 합격의 문턱은 넘을 수 없다.
하면 좋은 사람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연말이다.
마음이 조급해지는 사람도 있을 거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연초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에 한없이 느긋해지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어느 쪽이 되었든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이걸 꼭 해야 하는지, 그냥 조급한 마음에 이것도 한 번 찔러보려는 마음은 아닌 건지,
매일매일 불안감에 시달리며 하는 필기 공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정말로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것이 피디 합격은 물론,
어느 길로 갈지의 선택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줄 테니까.
내가 프로그램 진행 전 항상
'내가 피디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
를 써서 보내라고 하는 이유도 이런 거다.
자소서 글 복붙하지 말고,
6주, 혹은 8주 등등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 마지막 점검을 하라는 뜻이다.
정말로 할 건지,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본인만이 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다. 그 누구도 이 결정을 대신 해줄 순 없다.
오늘 작문 하나 더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결심이 먼저 서지 않으면, 무슨 공부를 하든 크게 의미가 없다.
포기하겠다는 결심에 이르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2024년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
남은 시간동안 반드시 깊게 생각해보기를..!
깊은 숙고 끝에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래 프로그램도 참고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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