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하여 현재 극작과 학생이 된,
나의 제자가 입시생 시절 썼던 작문 한 편을 가지고 왔다.
이제 서울예대 극작과 수시 전형도 슬슬 다가오고 있으니
작년 수시 경쟁률을 한 번 살펴보고 극작과 합격자의 작문을 보도록 하자.
서울예대 극작과 정원내 일반 전형의 경우 모집인원 17명. 근데 지원인원은 415명이다.
서울예대 극작과 수시 경쟁률 24.4대 1
1차 작문 전형의 합격률은 24분의 3이다. 최종 합격자의 3배수를 뽑으니까.
고로 지원자들의 상위 12.%5에 속해야 합격.
그리고 2차 면접은 경쟁률 3:1.
최종 경쟁률은 고로 4.17%.
일반 인문계로 치면
한 반에 25명이라 가정한다면 1등만 합격하는 법.
수능을 안 보기에 전국에서 오직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 25명 중에 1등을 해야 합격한다는 거다.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르고 오늘 하루도 허송세월 하면서 지내면서
운이 좋으면 어쩌면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인간에겐 희망이 없단 소리다.
최소한, 내가 제작하여 수많은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를 양산해낸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 위에 있으니 이거라도 꼭 보길 바란다.
그래야 운이 아니라 지식과 실력에 의해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을 이뤄낼 수 있을 테니
시제: '현자는 원래 고독한 법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창작하시오.
<약장수>
톨스토이는 말한다.
“현자는 원래 고독한 법이다.”
지금 나만큼 그의 말에 공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3년 동안의 취준 생활을 놓아버리고, 나는 눈앞의 생계를 택했다.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에게 건강식품이나 물건을 파는 일이다. 남들은 약장수라 낮춰 부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일만 가지게 되면, 퇴짜만 맞아온 취준 생활의 지겨웠던 외로움도 좀 가시나 했더니, 웬걸, 시골은 또 어찌나 멀리 있는지 하루의 반을 차 안에서만 보내는 것 같다. 지금도 혼자서 투둘투둘한 시골길을 운전 중이다. 그래도 다짐한다. 오늘도 할머니들을 열심히 구워삶아 약을 최대한 많이 팔 것이다.
월요일 오전 11시)
수촌읍 감리 마을 노인정에 막 도착하니 할매들이 문 앞에 나와 있었다. 나를 아침부터 기다렸다고 하는데, 빨리 옷을 갈아입고 재롱을 떨어야 할 것 같다. 반짝이 스팽글로 장식된 보라색 턱시도 자켓을 걸치고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1번 곡은 역시 할매들의 영원한 오빠, 나훈아의 ‘테스형’으로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신이 났는지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케이, 그럼 이 기세를 모아 다음 곡은 국민 프로듀서 할매들의 원픽,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로 7080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다. 전주가 나오자 장내는 함성으로 난리가 났고, 그렇게 4시간을 내리 열창했다. 할매들도 이제 지친 것 같은데, 드디어 본론을 꺼낼 시간이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약통 하나를 꺼냈다.
“이게, 이게. 아주 요물이야.있던 병 없던 병까지 아예 싸악 고쳐준다니까. 만병통치약!
내가 옆 마을에서는 25만 원에 팔았어.
근데 우리 어머니들은 오늘 나 너무 예뻐 해줘서, 내가 딱 15만 원만 받을게.”
월요일 오후 4시)
노인정에 있었던 30명의 할머니 중 10명이 약을 샀다. 하지만, 이걸로는 택도 없지. 나는 아직 배고프다. 구매하지 않은 나머지 20명의 할머니들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제 하나마트에서 떨이로 산 휴지, 라면, 콩나물을 들고 할머니 집들을 방문했다. 선물 공세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니까. 마침 휴지가 똑 떨어졌다며 좋아라하는 할매 곁에서 장남이 30년 전에 삼성생명에 들어갔던 이야기부터 작년에 손주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자랑이든, 이야기라면 다 들어줬다. 할매가 목을 축이려 잠시 말을 멈췄을 때, 드디어 본론을 꺼낼 타이밍을 잡았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약통 하나를 꺼냈다.
“아까 무릎 시큰거린다 그랬지? 그거에 이 약이 직빵이야. 인삼 다린 거라, 효과도 빨라.
내가 옆집 김 엄마한테는 8만 원에 팔았는데, 울 엄마한테는 내가 딱 5만 원만 받을게.”
월요일 오후 7시)
그래도 이번엔 15명의 할매가 약을 샀는데, 5만 원짜리라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가격이 좀 나가는 전기장판을 파는 게 낫겠다. 아직 약을 사지 않은 5명의 할머니 중 한 명에게만 팔아도 성공이다. 오늘 파란 지붕 황 할매 생일이라던데, 그쪽을 노려봐야겠다. 삐그덕 거리는 녹슨 철제 대문을 두드리니, 황 할매가 나를 반겨 맞아준다. 생일인데 자식들이 안 오냐고 물으니, 일 때문에 주말에 내려온다고 한다. 그럼 오늘은 나의 기회지. 점수 딸 기회. 그길로 나는 미역을 사 와서, 할매 주방에서 미역국을 끓였다. 괜찮다고 연신 말하는 할매지만,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소반을 펴놓고 같이 생일상을 먹었다. 황 할매가 국그릇을 다 비웠을 때,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나는 서둘러 가방에서 전기장판을 꺼냈다.
“엄마, 곧 겨울인데 전기장판은 있어야지. 이미 있다고? 에이, 이거는 엄마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거랑 다르다. 장판 표면에 한약재 성분이 있어서, 아무리 누워있어도 살이 안 배긴다. 내가 옆 마을 할매한테는 100만 원 넘게 받았는데, 특별히 엄마한테는 딱 60만 받을게.”
오늘은 역대급이다. 떴다방 입사 이래로 최대 수익이다. 이 조그만 마을이 이렇게 노다지일 줄이야. 처음 만병통치약 원가가 2만 원인데 15만 원에 팔았고, 그 다음에 무릎약은 원가가 9000원인데 5만 원에 팔았고, 그리고 전기장판 원가가 20만 원인데 황 할매한테 60만 원에 팔았으니. 이번 주말에 또 와야겠다.
토요일 오전 11시)
5일 후 다시 방문한 감리 마을, 오늘은 또 얼마나 팔 수 있을지 두근댄다. 차를 노인정에 대는 데, 누군가 창문을 미친 듯이 두들긴다. 당장 내리란다.
“당신이 그 사기꾼 약 팔이 새끼야? 어디 빼먹을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 돈을 빼먹어? 당장 환불해. 울 엄니가 산 전기장판이랑, 다른 할매들이 산 약값 다시 다 뱉어내!”
호된 호통에 귀가 얼얼하다. 환불을 해주고 나니 남은 돈도, 힘도 없다. 그냥 오늘은 접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노인정으로 할매들이 몰려온다. 아까 환불해준 돈을 쥐고서 내게 다시 내민다. 자신은 괜찮으니 오늘도 노래 열심히 불러달라 하신다. 그리고 이 마을에 계속 와달라 하신다. 재롱도 떨고, 늙은이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생일상도 차려주고, 자기 자식보다 낫다신다.
현자는 고독하다 말했던가.
외톨이 현자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바보로 사는 것이 낫다는 인생 선배 할머님들의 판단이다.
-끝-
그냥 쓰는 족족 이런 수준의 작문을 써낼 수 있다면 1차 작문 전형은 저절로 합격하게 된다.
물론, 쓰는 족족 이런 수준의 작문이 나오게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일주일에 작문 한 편 써내고는 '나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정신병 초기 증세의 입시생들은 내 제자들이 일주일에 수십 페이지의 과제를 수행해왔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둬야 한단 말이다.
여태껏 합격한 나의 서울예대 극작과 제자들 수 십명은
피나는 연습과 눈물나는 노력이라는 빛나는 행위와 가치를 통해
매일매일 합격의 성공률을 높여왔다.
나 역시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타 학교의 문창과 같은 건 전혀
입시 지도하지 않고, 오직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지도만을 하고 있는 이유는
한예종 제외,
우리 학교가 제일 나으니까. 내 제자들이 다른 학교의 문창과 가는 걸 원치 않으니까.
다들, "열심히 글을 쓰자!"라고 열정적인 분위기와
거기서 파생되는 극한의 자신감과 면학 풍토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안다.
그리고 그게 졸업 후 어떠한 결실로 이어지는지도.
그럼 남은 작문 2편도 보자.
이걸 쓴 애는 이런 작문을 대략 300편 썼다.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더 많은 자료를 보고 싶으면 아래 포스팅들도 보기 바란다.
모두,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가 된 내 제자들이 쓴 작문들이다.
https://vongmeanism.tistory.com/984
https://vongmeanism.tistory.com/983
https://vongmeanism.tistory.com/category/%EC%84%9C%EC%9A%B8%EC%98%88%EB%8C%80%20%EC%9E%85%EC%8B%9C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 작문 제목 <약장수> 및 작문 총 3편 공유 ㅣ 서울예대 극작과 수시 경쟁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