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 아래 작문을 보자.
서울예대 극작과 24학번이 된 나의 제자가 쓴 연습 작문이다.
- 시제: 인간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주관적 관점에 의거하여 쓰시오.
제목 : 꿈
“딱 3개월만 공부해봐. 그럼 습관 잡혀. 꿈도 생겨. 꿈이 생기면 쉽게 바뀌는 게 인간이야.”
요즘 유튜브 광고는 15초는 기본이다. 너무 길어서 저런 헛소리를 다 들어줘야 한다.
꿈. 나는 꿈이 없다.
그래서 우리 엄마아빠는 꿈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말도 안 듣는 나를 싫어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뿐인 이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가출을 일삼고 살았다. 가출을 하면 꿈이 없어도, 공부를 못해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 나의 9번째 가출이 또, 또. 실패했다. 오늘은 신한아파트 놀이터 벤치에서 자고 있는데, 경찰에게 발각됐다. 엄마한테 야자하고 간다 했더니, 경찰에 신고를 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나의 허술함이 원인인 것 같다. 나는 고민 끝에 다짐을 했다. 이젠 정말 똑같은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치밀하고도 철저한 계획으로 성공적인 가출을 이룰 것을.
가출 성공을 위한 1단계, 엄마아빠 안심시키기.
가출을 하려면, 우선 그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 같다.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미션들을 군말 없이 해내기 시작했다. 양말 제대로 벗기. 방 청소하기. 엄마아빠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 와있기. 고작 하루했는데, 벌써 에너지가 고갈됐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우리 애가 달라졌나? 하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한 달, 어느 순간부터 나를 보는 그들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2단계에 돌입할 때였다.
가출 성공을 위한 2단계, 성적 빌드업 하기.
부모가 자식을 가장 신뢰할 때는 언제나 성적표의 숫자가 높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모님은 7등급인 나를 증오한다. 좋다. 나는 바로 11시까지 하는 심야 자습을 신청했다. 등급이 하나라도 올라간 성적표를 보여준다면, 신뢰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부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그냥 미친 듯이 교과서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세 달 동안 미친 듯이 공부만 한 것 같다. 나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3등급이라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심지어 공부가 좀 재밌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 공부에 소질이 있을지도? 아무튼, 이제 3단계에도 완벽히 돌입할 수 있었다.
가출 성공을 위한 3단계, 가출 자금 마련하기.
3단계가 가장 고비일 거란 생각을 했다. 왜냐, 성적이 잘 나와야 학원 비, 문제집 비, 인강 비 등등 각종 핑계를 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려 3등급을 따낸 지금. 신뢰도는 말해, 뭐해 완벽했다. 가출 자금만 마련하면, 내 10번째 가출은 안 봐도 유튜브였다. 보나 마나, 성공이라는 말씀. 나는 곧바로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메기스터디 인강 프리패스 끊게 50만 원 보내주세요. 깜찍한 이모티콘도 잊지 않았다.
- 응. 아들~^^. 입금했다.
역시, 생각보다도 훨씬 순조로웠다.
10번째 가출 D-day.
3개월 전, 디데이 어플에 입력해놓은 10번째 가출 디데이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그래, 오늘이다. 나는 오늘, 가출을 할 것이다. 치밀하고도 철저한 계획 아래 기다리고 기다려온 가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50만 원이 들어있는 체크카드를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집을 나서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야자 때문에 늦어요.”
“그래, 아들 공부 열심히 해~”
지금은 저녁 7시 30분, 야자 1교시 쉬는 시간이다. 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매점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지금, 지금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 때가...
왔는데...
도형의 방정식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오늘까지 도형을 끝내야 내일 순열 들어갈 텐데. 오늘 가출을 하면 백방 진도가 늦어질 것이다. 안 그래도 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따라가기 힘든데, 고생길이 훤히 보였다. 마침, 칠판에 ‘기말고사 D-38!!’이라 쓰인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하, 기말에는 꼭 2등급 받고 싶은데...
나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나는 가출보다 더 큰 꿈이 생긴 것이다. 나는 메기스터디 홈페이지에 접속해, 가출 자금 50 만원이 들어있는 체크카드로 프리패스를 구매했다.
메기스터디 형우진 선생님 말이 맞았다. 인간은 3개월이면 습관이 잡히고, 인간은 꿈이 생기면 쉽게 바뀐다는 말이, 맞았다.
끝.
중요한 건 시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마치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가 됐다 가정하고
위 작문이
- 시제: 인간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주관적 관점에 의거하여 쓰시오.
에 대해 쓴 것인지 점검해보길 바란다.
객관적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극작과 입시생이라면, 수긍할 거다.
위 작문은 시제에 대해 쓴 거 같다고 말이다.
그 이유는 무얼까?
위 작문의 첫 문장을 보자.
“딱 3개월만 공부해봐. 그럼 습관 잡혀. 꿈도 생겨. 꿈이 생기면 쉽게 바뀌는 게 인간이야.”
시제가 요구한 바를 충실하게 반영한 첫 문장이다.
이미 여기서 상당한 시제반영이 된 것이다.
그럼 위 작문의 마지막 문장도 보자.
메기스터디 형우진 선생님 말이 맞았다. 인간은 3개월이면 습관이 잡히고, 인간은 꿈이 생기면 쉽게 바뀐다는 말이, 맞았다.
마찬가지다. 시제를 반영했다.
- 시제: 인간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주관적 관점에 의거하여 쓰시오.
이 시제를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반영했다.
그래서 시제에 대해 쓴 작문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전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시제 반영
인 것이다. 제 아무리 극작과 입시 실기 시험장에서 퀄리티 높은 작문을 썼어도
시제 반영이 덜 되었다고 판단되는 작문을 쓰면 불합격이다.
왜? 연습 때 이미 준비된 작문을 그대로 복붙한 거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유수의 극작과 입시 학원에서 선생들이 제공한, 사실상 선생들이 대필해준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작문을 극작과 입시 실기 시험장에서 그대로 써버리는 입시생들이 몇몇 있었다. 다 불합격됐다.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사람들 앞에서
괴상한 재주를 부리면 안 되는 거다.
이미 준비된 작문을 그대로 써버리면 안 된다는 거다. 시험장에서 출제된 시제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위에서 봤듯 최소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는 시제에 관해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극작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 작문도 보자.
시제에 특히 유념하길.
제시어 : 반복해서 행동한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탁월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관에서 비롯된다.
<리얼 프리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싫어한다.
18살이나 돼서 공부도 못하고, 말도 안 들으면서, 돈만 달라고 하는 나를 싫어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습가출청소년’ 인 나를 싫어한다. 그리고 8월 12일, 오늘은 나의 15번째 가출이 실패한 날이다. 오늘은 공중 화장실에서 자다가 경찰에게 발각됐다. 야자하고 간다고 했더니, 엄마가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이게 다 나의 허술함 때문인가? 아무래도 가출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부평구 부일로19번 길을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 구속된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아- 프리덤.
그렇다면 일단 엄마아빠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다. 평소 나의 행실로 보아했을 때, 그들에게 나는 청개구리보다 더한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니 엄마아빠의 말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맨날 구박만 당하는 데 어떤 자식이 부모 말을 듣고 싶어 하겠는가? 이건 전적으로 부모님 잘못이 크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그들의 장단에 맞춰줘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방 좀 치워라’ ‘양말 좀 뒤집어 벗어놓지 마라’ ‘집에 일찍 일찍 들어와라’ 등,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미션들을 군말 없이 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나를 보는 그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부모가 자식을 가장 신뢰하고, 사랑할 때는 언제나 성적표의 숫자가 높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모님은 나를 거의 증오한다. 전번의 가출이 실패한 원인도, 내가 바보같이 야자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가출은 발각이 늦을수록 성공하기 쉬우니, 성적을 높여서 야자를 매일 한다고 하면 그만큼 가출 성공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좋다, 나는 매일매일 약 5시간씩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매일 학교에 전화해 나의 존재유무를 확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약 세 달 동안을 미친 듯이 공부만 했다. 그리고 결국 난생처음으로 반에서 3등이라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이제 나는 그들에게 야자를 한다는 핑계로 가출을 할 수 있는 구실을 마련했다. 가출은, 시간문제였다.
이제 부모님은 내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보트를 타러 간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들이다. 그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낭랑 18세의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돈’이다. 돈, 돈, 돈. 내가 공중화장실에서 잘 수밖에 없었던 건 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엄마아빠가 용돈을 조금 더 주긴 하지만, 가출하기엔 턱도 없다. 무엇보다도 내겐 자금이 가장 필요하다. 이미 야자를 한다는 핑계가 있으니, 좋다. 이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자. 그렇게 나는 밤 8시부터 12시까지 치킨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급은 7000원. 매일 매일 일을 하니 한 달 뒤 약 80만 원의 돈이 수중에 들어오게 됐다. 이제 모든 게 완벽하다.
“엄마, 오늘 야자 때문에 늦어요.”
‘그래, 아들 공부 열심히 해~ 먹고 싶은 거 있어?’ 윽, 소름이다. 요즘 들어 부쩍 나에게 잘해주는 부모님이 적응이 안 된다. 지금은 저녁 9시, 반 아이들이 간식을 사러 하나둘씩 나가는 쉬는 시간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 나는 몰래 싸놓은 짐을 가지고 교문 밖으로 나갔다. 돈도 있고, 시간도 충분하다. 자, 이제 어디로 가볼까?
음, 어디로 가야 되지?
어디..가지?
어라, 전에는 가고 싶은 곳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어느새 내게 구속은 하나의 자유가 되어버린 것 같다. 멈췄던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시 걷는다. 부평구 부일로19번길 그 거리를, 아, 오늘은 엄마한테 잡채나 해달라고 할까. 갑자기 잡채 당기네. 아, 리얼 프리덤
-끝-
정독했다면 똑똑히 확인했을 것이다.
첫 번째 작문과 바로 위 작문이 너무도 흡사하다는 걸.
그 이유는 무얼까. 이유는 간명하다.
첫 번째 작문이 바로 위 작문을 모방했기 때문. 차이가 있다면,
바로 위 작문 <리얼 프리덤>의 시제는
제시어 : 반복해서 행동한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탁월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관에서 비롯된다.
였고, 첫 번째 작문의 시제는
- 시제: 인간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주관적 관점에 의거하여 쓰시오.
였다는 거다. 리얼프리덤을 위 시제에 맞춰 수정한 연습을 한 거다.
그래야 시험장에서 시제 반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입시 준비 과정에서 이러한 연습을
그야말로 철두철미하게 시키는 거다.
그래야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예대 극작과 수시 경쟁률을 아는가?
일반전형은 24.4: 1이었다.
100명 중 최소 상위 5명 안에 드는 실력이야 합격한다.
남들 하는 수준으로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이 가능할 거란 기대를 버려야
비로소 제대로 된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https://vongmeanism.tistory.com/category/%EC%84%9C%EC%9A%B8%EC%98%88%EB%8C%80%20%EC%9E%85%EC%8B%9C
위 링크를 누르면 더 다양한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실기 작문들을 살펴볼 수 있다.
글 쓰는 족족, 저 정도 수준의 작문을 써낼 수 있다면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은 당연해지는 것이다.
내 제자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오늘의 결론
1. 시제 반영을 무조건 해야 한다.
2.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시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라
3. 합격 가능한 수준의 레퍼런스 작문를 많이 개발하라.
4. 그게 어렵다면 최대한 많이 합격 가능한 레퍼런스 작문을, 이렇게 지금 이 포스팅에서 봤듯, 많이 읽어놔라.
5. 그리고 그 레퍼런스 작문을 모방하면서 연습하라.
4. 무엇보다 다양한 연습용 시제에 맞춰 해당 레퍼런스 작문을 수정하는 연습도 동반하라.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 ㅣ 극작과 입시 실기 작문 연습법 ㅣ 극작과 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