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 동안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를 진행해온 내 경험 상,
보통 12월 말이 되면 부랴부랴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로
예정된 서울예대 극작과 정시 입시를 부랴부랴 준비해보고 싶은
극작과 입시생들의 연락이 쇄도하곤 했었다.
아래에서 보다시피 1차는 실기 작문 시험이다. 여기서 붙어야 2차 구두문답시험도 치를 수 있다.
최종 합격자 수의 3배수만이 2차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하기 위해선 1차 작문 시험이 중요할까,
2차 구두문답시험이 더 중요할까?
당연히 둘 다 중요하다만, 그런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하는 유형의 인간이 나는 아니다.
나는 작문 시험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한 번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 주구장창 합격할 때까지,
장수생이 되는 걸 불사하는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생들의 대략적 성향을 감안하면,
1차 시험에서라도 붙어본 경험이 있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자신감 때문이다.
1차 작문 시험도 못 붙어본 주제에 내가 과연 계속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에 도전해도 될까, 라는
심대한 의문 속에서 그다음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에 나설 정도로 광전사의 심장을 지닌 이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많아야 3~4번 정도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에 도전해봤는데, 1차 작문 시험에도 합격을 못 해버리면
제 풀에 꺾이게 된다. 그러니 단 한 번이라도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1차 시험에 합격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건
너무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총 3번 서울예대 극작과 불합격을 맛본 후, 나에게 연락을 하고는 서울예대 극작과 학생이 된, 내 제자의
연습 작문을 함께 살펴볼까 한다. 내 제자는 매번 1차 작문 시험에서 매번 불합격했기에 자신감이랄 게 바닥을 치던 시기에
과감히 선생을 교체하기로 하고 열심히 구글링을 한 후 내게 수업을 받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거두절미하자.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의 연습 작문
.시제: 결국 좋은 일이 된 나쁜 상황
제목 : 안 되잖아, 집중이
‘나 자신을 사랑하라.’
온라인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갔다. 7800원의 자기계발서 표지에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사랑도 상황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 나는 도저히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주변 친구들이 대학을 가서 목표를 이루고 있을 때, 삼수째인 데도 나는 아무것도 이룬 거 없이 원룸 방에서 몸만 썩히고 있다. 치운 지 오래된 방, 몇 주일째 씻지 않은 몸, 걸인 행색을 한 듯, 길어진 머리. ‘몸만 썩힌다.’라는 표현도, 과한 것만은 아니다. 이 자기계발서를 산다고 해서, 이 한심한 내가 바뀔 수 있을까? 아마, 바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국민체크카드에서 7800원이 빠져나갔다. 이어, 작은 갈색 박스와 뽁뽁이로 무장한 자기계발서 책이 나의 원룸방 앞에 배송되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 뽁뽁이를 벗기자 다시금 표지의 문구가 보였다. 그래, 나도 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다. 이 한심한 인생에서 벗어나겠다.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런데,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을 보자 하니, 더러운 책상이 문제였다. 농심참깨라면, GS25삼각김밥 쓰레기들이 내 집중을 분산시켰다. 방바닥도 그렇다. 발바닥에 모래 같은 것이 지근지근 밟히는 게,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는 나쁜 상황의 환경이었다. 떡진 머리를 대충 캡모자로 가리고 나서, GS25로 향해 쓰레기봉투를 구매했다. 그리곤 원룸방의 모든 쓰레기들을 쓰레기봉투에 때려 박았다.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빗자루를 빌려 방바닥의 먼지, 머리카락, 음경 털들까지 모두 쓰레기봉투에 넣고 나자, 처음 이사 왔을 때의 말끔한 방이 되었다. 후, 이제 집중을 할 수 있겠군.
깨끗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아, 이번엔 뭐가 문제인가?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사타구니, 겨드랑이, 귓바퀴가 살살 간질거렸다. 집중하기에는 정말 나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씻은 게 언제였나. 나는 파란색 사각팬티와 다 늘어진 흰색 티셔츠를 벗었다. 2평짜리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 온수를 힘들게 맞춘 다음, 몸을 씻겨내기 시작했다. 바디워시를 손바닥에 듬뿍 묻혀 사타구니, 겨드랑이, 귓바퀴를 구석구석 밀어냈다.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옷장에 개어놓은 파란색 사각팬티와 다 늘어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나자 몸이 개운한 게, 드디어 집중을 발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깨끗한 몸으로, 깨끗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려는데, 머리카락이 자꾸 시야를 방해했다. 왜 이렇게 나쁜 상황이 반복되는 거지? 머리끈을 찾아보았지만, 숭숭한 남자의 집에 머리끈이 있을 리가 없었다. 미용실을 안 간지도 참 오래됐다. 그동안, 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껴있는 비듬과 기름기가 부끄러워 미용실에 발을 들이지 못했지만, 오늘은 샤워도 했겠다, 집 앞 블루클럽 미용실로 향했다. 5천 원짜리 컷트를 마치고 나자, 눈앞을 가렸던 머리카락이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구렛나루도 적당한 길이였고, 뒷머리도 깔끔한 게 아주 시원했다. 이제야, 책에 완전한 집중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깨끗한 머리와, 깨끗한 몸으로, 깨끗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챕터1 : 방을 치워라.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치울 것 없이 아주 말끔했다.
챕터2 : 샤워를 해라.
오른팔을 들어 겨드랑이에 코를 가져다 댔다. 은은한 복숭아 향이 났다.
챕터3 : 머리를 단정하게 잘라라.
손바닥으로 뒷머리를 쓸어보았다. 까끌까끌한 게, 아주 단정한 모습이었다.
챕터4로 책을 넘기기 전, 나는 깨달았다. 집중을 방해했던 나쁜 상황들이, 자기계발서에 있는 지시사항들을 따르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지도 않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낸 내가 너무 기특하다. 몸이 두 개였다면, 나의 손으로 나의 까끌까끌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내가 너무 기특하다. 이런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인가? 챕터3에서, 페이지를 넘겼다.
챕터4
‘나 자신을 사랑하라.’
-끝-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한 내 제자가 쓴, 위 연습 작문의 로그라인과 개요는 다음과 같다.
[로그라인]
.주인공 수식어 : 독서를 해야하는 방구석 재수생 ‘나’
.욕망 : 자기계발서를 읽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
.방해물 : 더러운 방, 가려운 몸, 긴 머리.
[개요]
서- 자책하는 나. 자기계발서 책을 주문. 택배 도착. 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실패한 인생에서 재기하겠다.
본1- 책을 펼쳤는데, 지저분한 책상과 방이 거슬림. 참 나쁜 상황임. 깨끗하게 치움.
본2- 책을 펼쳤는데, 몸이 간지러워 자기 계발서에 집중이 안 됨. 참 나쁜 상황임.
샤워를 함.
본3- 책을 펼쳤는데, 긴 머리가 책을 자꾸 가림. 참 나쁜 상황임. 미용실로 가 머리를 자름.
가결- 이제야 자기계발서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꺾기- 챕터1 방을 치워라. 챕터2. 샤워를 해라. 챕터3. 머리를 단정하게 잘라라.
책을 읽기 방해한 나쁜 상황들이 좋은 일을 만들었음.
책을 읽지도 않고 챕터 1, 2, 3을 해냈다는 것에 몹시 뿌듯함. 나 자신에 대해서
기특함, 성취감을 느낌.
진결- 다음 페이지 챕터 4 나 자신을 사랑하라.
로그라인과 개요를 보니 위 작문의 골격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이다.
근데 로그라인과 개요가 뭐냐고?
내가 직접 쓴, 아래의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을 다운 받고
검색해보면 자세히 나온다! 무료다! 꼭 다운 받아라!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하고 싶다면 무조건 로그라인과 개요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운에 의거해 합격을 도모하는 것이 아닌, 자기 실력이라는 확실히 보증되는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할 만한
작가적 역량에 의해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거다. 그건 바로,
최대한 많은 레퍼런스 작문의 확보!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 바로 아래 작문도 읽어보자.
시제: 스토리텔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시오.
제목 : 원고를 위하여
미루고 미뤄온 탓에, 원고 마감일이 어느새 7일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아이고!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한달 전, 그렇게 미리미리 하겠다는 다짐이 무너진 것에 대한 한심함을 느꼈다. 한시라도 빨리 책상에 앉아, 원고를 완성해 유튜브 웹드라마 팀에 메일을 넘겨야 한다. 그래도 스토리텔링만 17년간 해온 베테랑 스토리텔러가 아닌가? 나는 의자에 앉았다. 꼭 7일 안에 원고를 완성해 메일을 보내겠다.
7일 전, 타닥... 타닥..
의자에 앉은 나는,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문제의 근원을 찾고자하니, 삐걱대는 의자가 분명 문제였다. 나의 엉덩이 움직임에 따라 같이 탱고를 추듯 연신 삐걱대는 의자가 나의 집중력을 파괴했다. 아이고!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그리곤 노트북 한글파일을 잠깐 내려놓곤 쿠팡에 들어가 최신형 게이밍 의자를 구매했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고 최신형 게이밍 의자가 나의 책상 앞 자리를 차지했다. 좋아, 이 의자만 있다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5일 전, 타닥... 타다닥...
의자 하나에 이틀을 소비했다. 나는 최신형 게이밍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때, 천장에서 쿵! 쿵!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쿵! 쿵! 소리는 도저히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윗층에 이휘재 가족이라도 사는 것인가? 아니라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최강폭군 혜성이’가 윗집에 사는 것이 분명하다. 아이고!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그리곤 현관문을 열곤 윗층으로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휘재든 혜성이든 한소리 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인터폰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낮고 굵었다. “거 누구쇼?” 미, 밑에 집에서 왔습니다. 하고 말하자 현관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내는 이휘재도, 혜성이도 아닌 마동석 같은 사내였다. 조, 조용히 좀 해주시면 감사... 쿵! 그는 굵직한 팔을 뒤로, 문을 굳게 닫았다. 나는... 쿠팡으로 들어가 방음부스를 주문했다.
띵동!
방음부스가 배송됐다. 나는 방음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어떠한 세상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오직 ‘나만의 공간’이었다. 이제야 좀 집중을 할 수 있겠군. 나는 최신형 게이밍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2일 전, 타닥... 타다다닥....
윗집의 마동석 탓에 하루를 꼬박 소비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완벽하다. 노트북 위에 열 손가락을 얹었다. 아니,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지? 나의 시야가 검은 화면으로 깜빡깜빡거렸다. 나의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 라는 생각은, 노트북 옆의 스탠드가 고장난 것을 보고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나 같은 글쟁이에게 이 스탠드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탠드의 주황빛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데, 글쟁이에게 분위기란 매우 중요했다. 나는, 다시 쿠팡에 들어갔다. 그리곤 최고급 스탠드를 주문했다.
띵동!
고장난 스탠드는 치워버렸고, 최고급 스탠드를 내 책상에 놓을 수 있었다. 스탠드를 켜보았다. 아아, 이 안정감 있는 주황빛!
이젠, 정말 모든 게 완벽하다. 스탠드에 하루를 꼬박 소비했지만, 나는 베테랑 스토리텔러가 아닌가? 오늘 하루 원고를 완성해 기필코 메일을 보내겠다.
띵동!
배송됐다. 아니, 주문한 게 없는데 뭐가 배송된 건가?
.
.
.
카드 명세서였다. 명세서에는 최신형 게이밍 의자의, 방음부스의, 최고급 스탠드의 값이 적혀 날라왔다. 나는 손이 벌벌 떨렸다. 카드엔 이번달 월세로 택도 없는 잔액이 남았기 때문이다. 재빨리 원고 메일을 보내 원고료를 받아내야 한다.
이젠 최신형 게이밍 의자건, 방음부스건, 최고급 스탠드건, 다 쓸모가 없다. 내 머릿속엔 오직 ‘월세’라는 단어만이 가득찼다. 노트북 위에 열 손가락을 얹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고도의 집중력이었다. 이마도 탁! 짚을 새도 없이.
-끝-
뭔가, 아주, 너무도, 고도로, 심각하게, 흡사하다는 걸 느꼈을 거다.
같은 사람이 썼냐고?
그렇지 않다. 위 작문은 또다른 나의 제자가 썼던 연습 작문이다.
편의상 첫 번째 작문을 쓴 제자를 '로제'라고 하고
방금 본 두 번째 작문을 쓴 제자를 '마스'라고 하자.
마스는 로제의 서울예대 극작과 2년 선배다. 마스가 로제보다 2년 일찍 나한테 배우고
서울예대에 갔다는 뜻이다. 마스가 썼던 연습 작문을 읽고 분석한 후,
로제는 맨 처음 봤던 저 작문을 썼던 것이다.
마스가 쓴 레퍼런스 작문을 토대로 로제가 자기만의 작문을 썼다는 말이다.
그런 식으로의 연습을 나는 중시한다.
이유는 단순한다.
최대한 많은,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의 연습 작문(=레퍼런스 작문)을 확보해놔야 실력이 급속도로 늘기 때문이다.
이번 2025년 서울예대 극작과 수시에 합격한 또또다른
내 제자(위에서 언급한 마스와 로제가 아닌 제 3의 인물임)가, 내가 제공한 레퍼런스 작문을 분석했던 것도
공유해보겠다. 단, 레퍼런스 작문 원본은 못 보여준다.
그건 가급적 내 제자들에게만 제공한다는 게 나의 신조이기 땜시롱...
1.
제시 문장: 길거리에서 나를 혐오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는 나에게 폭력을 행세하려 한다. 나는 슈퍼맨이다. 무슨 일이 펼쳐질까.
제목: 오늘날 슈퍼맨
1) 로그라인
- 미션형
주인공 수식어: 뼈가 앙상하게 마른 27살 백수이자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나
욕망: (예비) 장인어른의 결혼 승낙을 받아내겠다.
방해물(사람, 세력): 여자친구랑 헤어지라고 말하는 (예비) 장인어른
2) 개요 분석
- 서 : 뼈가 앙상하게 마른 27살 백수. 여친을 임신시켰다. ‘가장’이라는 슈퍼맨이 되기로 한 나. 장인어른의 승낙을 받겠다.
- 본 1 : 식사 약속 장소(길거리)에 3시간 만에 나타난 장인. 레프트 훅을 날린다. 처음엔 피했지만 맞고 쓰러진 나.
- 본 2 : 장인은 여친과 헤어지라고 말하며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린다. 나는 그걸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다.
- 본 3 : 식당에 이동하여 앞으로 작가가 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현재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겠다 등 이야기한다.
- 가결 : 내 말을 들은 장인은 한숨을 쉬며 소주를 시킨다. 나는 슈퍼맨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꺾기: 그러나 굴하지 않고 장인의 소주를 모두 받아 마셨다. 끝내 먼저 고개를 숙이는 장인.
- 진결: 장인을 업고 집에 모셔다드리며 나는 꼭 슈퍼맨처럼 여친 옆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3)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내 인생 스물일곱에 사고 쳤다.’라는 첫 문장,
연애, 결혼, 출산 모두 포기하는 시대에 슈퍼맨처럼 가장이 되고자 결심하는 점,
장인어른을 설득하기로 하는 미션이 흥미롭다.
홀드 : 갑자기 나타나서 레프트 훅을 때리는 장인어른이 좀 재밌다.
‘개 쌍놈의 새끼’라는 욕을 직접적으로 쓴 점이 재밌음
현실적인 답변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서 ‘쯧쯧’하게 됨
페이오프 : 나 같으면 결혼 안 시킴. 등의 생각을 해 볼 수 있음
혹시 내가 사고 치면 어떻게 할지? or 내 자식이 사고 치면? 등의 상상을 하게 됨
4) 구체적인 개선점 제시 (평론질 하라는 게 아님)
- 제시 문장의 ‘혐오’와 본 1, 2, 3
본 1에서 장인어른이 등장하자마자 ‘혐오’의 감정에 휩싸여 나를 레프트 훅으로 패버린다. 그리고 ‘개 쌍놈의 새끼’라고 말한다. 그런데 본 3에서 갑자기 <수지 갈비찜>에 동행한다. 나 같으면 혐오의 대상과는 밥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본 1, 2, 3에 장인의 혐오가 살짝 풀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넣어주면 좋을 것 같다.
5) 해당 작문에 대한 25자 평
- 스물일곱이면 사고 쳐도 책임질만하지. 파이팅 슈퍼맨.
2.
제목: 완벽한 몰입을 위하여 (‘원고를 위하여’와 같은 구조)
1) 로그라인
- 미션형
주인공 수식어: 전 세계에 1,000부만 인쇄된 한정판 책이 배송 오고, 그걸 읽으려는 나
욕망: 완벽하게 몰입하여 책을 읽고 싶다
방해물(사람, 세력): 좀스러운 환경, 옆집 소음, 흐릿한 형광 불빛
2) 개요 분석
- 서 : 전 세계에 딱 1,000부만 인쇄된 한정판 책이 배송 오고, 그걸 읽기로 한다.
- 본 1 : 좀스러운 환경 때문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 안락한 의자를 주문한다.
- 본 2 : 옆집 소음이 들린다. 최고급 헤드폰을 주문한다.
- 본 3 : 흐릿한 불빛에 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 최고급 스탠드를 산다.
- 가결 : 이제 완벽하게 몰입해서 책을 읽으려고 한다. 그런데,
- 꺾기: 똑똑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보니 카드 명세서다. 월세 낼 돈이 빠듯하다.
- 진결: 어떤 걸 팔까 고민하다가 책을 들고 학교 장터에 간다. 책이 안 팔려서 그냥 읽는다. 완벽한 몰입을 경험한다.
3)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1,000부만 인쇄된 한정판 책이 뭔지 궁금함.
홀드 : ‘책 좀 읽을 줄 안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주인공이 이렇게 집중을 못 하는 게 웃기다.
서론에서는 엄청 소중한 책인 줄 알았는데 다 읽지도 않고 팔아버리려는 게 웃기다.
페이오프 : 몰입하는 데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
4) 구체적인 개선점 제시 (평론질 하라는 게 아님)
- 구체적으로 쓰기
서론에서, 한정판 책의 이름과 개요, 직거래 시세 정도는 제시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진결에서 월세를 내기 위해 책을 팔러 가는데, 책이 대체 얼마길래 월세를 충당할 수 있는지 궁금하니까)
본론에서, 각 상품의 상품명을 언급하면 더욱 생생할 것 같다. (예-애플 아이맥스)
꺾기 부분에서 각 상품의 가격, 월세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해 주면 더욱 생생할 것 같다.
- 시제가 뭐였는지 모르겠는데 페이오프가 다소 아쉽다.
‘몰입하는 데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페이오프를 간신히 생각해 냈는데, 조금 별로인 것 같다. 왜냐면 애초에 환경이 중요하지 않았다면 본 1, 2, 3에서도 주인공이 잘 몰입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렇다. 만약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면, 이거 말고 어떤 페이오프를 느껴야 하는지 조금 혼란스럽다. 이 작문의 진짜 페이오프는 무엇일까?
- 맞춤법(두 번째 문단 셋째 줄)
좀스런 -> 좀스러운
5) 해당 작문에 대한 25자 평
- 최고의 환경을 만드는 데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3.
제시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제목: 우물쭈물하다가...
1) 로그라인
- 텐션형
주인공 수식어: 미래에 잘 살기 위해 우물쭈물하지 않고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를 유예한 나
욕망: 미래를 잘 살고 싶다.
방해물(사람, 세력): 미래를 잘 살기 위해선 현재에 노력해야 함. (즐기지 못함)
2) 개요 분석
- 서[유년기] : 할아버지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와 반대로 살고자 노력한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영어유치원 등 예비 학습을 받음
- 본 1[청소년기] : 사립초, 사립중 졸업 후 외고 입성. 청소년기를 유예하고 공부에만 힘씀.
- 본 2[청년기] : 최고 명문 K대 입학. 부모님은 나를 ‘방목’했으나 고용불안 때문에 취업에 힘씀. 메이저 언론사 입사
- 본 3[장년기] : 은퇴가 다가옴. 기자 퇴직금으로 취업 못한 자식 부양, 노후 대비 어려울까 봐 박사학위 따고 교수 임용.
- 결말[죽음] : 미래를 위해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모두 유예한 나는 죽음을 유예할 수는 없었다. 장례식 후 묘비명 “우물쭈물하지 않았는데 내 이럴 줄은 몰랐지”
3)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 문구 활용
홀드 : 본 1, ‘나의 청소년기를 유예했다.’라는 표현이 가슴이 와닿는다.
「상실의 시대」의 ‘자유로운 보헤미안’, 우석훈의 ‘88만 원 세대’가 대비를 이뤄 청년기 고용불안의 우울함을 더욱 강조한다.
페이오프 : 현재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은 꼭 즐기자.
4) 구체적인 개선점 제시 (평론질 하라는 게 아님)
- 맞춤법 (서론 셋째 줄)
할아버지를 일찍 여윈 아버지 -> 할아버지를 일찍 여읜 아버지
- 이 작품도 흠잡을 곳이 없어 보입니다. 결론 부분에 몇 살이었는지 적어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5) 해당 작문에 대한 25자 평
- 이 작문을 N수생 수험생(어떤 시험이든)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 4.
제목: 요리
1) 로그라인
- 미션형
주인공 수식어: 1++한우 택배를 받은 나.
욕망: 배송 온 고기를 정말 정말 맛있게 완벽하게 구워 먹을 것이다.
방해물(사람, 세력): 숯, 상추, 쌈장이 떨어짐.
2) 개요 분석
- 서 : 택배가 왔다. 1++한우를 찬양하는 나. 마당에서 구워 먹기로 한다. 바람이 선선히 부는 여름 저녁.
- 본 1 : 숯이 없다. 가스버너를 찾았지만 영 내키지 않아 숯을 사러 간다.
- 본 2 : 상추가 없다. 상추가 없으면 맛이 없다. 상추와 마늘을 사러 간다.
- 본 3 : 쌈장이 없다. 다음에 먹을까 고민하지만 결국 사러 간다.
- 가결 : 완벽히 준비된 재료들. 이제 고기 랩을 벗긴다.
- 꺾기: 고기가 상해버렸다.
- 진결: 참숯에 마늘을 구워 쌈장에 찍어 상추에 싸 먹어도 시장이 반찬인지라 맛있다.
3)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택배가 왔다.’ <- 무슨 택배가 왔는지 궁금함.
1++ 한우를 찬양하는 내용이 공감되기도 하고 재미있음. 한우 먹고 싶어짐.
홀드 : 숯, 상추, 마늘, 쌈장 등 고기를 먹을 때 필요한 재료들이 나열되어 고기를 먹는 상황이 자동으로 상상됨. (맛있을 거 같음)
얼른 안 먹고 뭐하나 초조함.
고기가 상해버려서 진심으로 안타까움. (어제 소고기 먹어서 더 그런 듯)
어제 먹었는데 또 먹고 싶음. 입맛이 싹 돎.
페이오프 : 중요한 일을 하려거든 반드시 사전에 싹– 준비하자.
4) 구체적인 개선점 제시 (평론질 하라는 게 아님)
- ‘제법 선선한 바람’, ‘여름 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 저녁’에 갓 배송받은 고기가 숯, 상추, 쌈장을 사러 다녀오는(본 3에 따르면 왕복 10분이니 총 30분) 그 시간 동안에 갑자기 상해버리다니. 아주 무더운 여름이라도 바비큐를 해먹는 동안은 고기가 멀쩡한 걸 감안하면 너무 빠르게 상해버렸다. 서론에서, 고기가 상해버릴 거라는 걸 암시하는 니쥬를 깔아주면 좋을 것 같다.
(예 - ‘아직은 무더운 바람이 부는 여름낮’, ‘햇볕이 쨍쨍하고 무덥지만 그늘 아래서 구워 먹으니 괜찮을 듯’, ‘택배를 꺼내자 보냉제가 다 녹아 터져있었다’ 등 상황 설정)
- 한우의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 주인공이 고기를 먹은 지 오래된 백수라든가 돈 없는 작가라든가 등의 디테일을 추가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날을 위해 숯을 딱 하나 사놨지만 동생이 캠핑 간다고 가져가 버렸다든지 추가하면 어떨까? (숯이 많이 있었는데 다 써버렸다고 하니까 평상시에도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예)
서론 – 택배가 왔다. 경건한 마음으로 택배 기사님에게 박스를 받아 든다. 내용물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부엌에서 조심스레 박스를 뜯어본다. 열자마자 보이는 선명한 붉은색과 흰색의 완벽한 마블링. 눈이 멀어버릴 것 같다. 부모님 앞으로 온 1++ 한우 꽃등심, 가난한 작가에게 이것은 포르노나 다름없다. 지금 당장 이 고기를 입안에 넣고, 사르르 녹는 그 느낌을 맛보아야겠다. 오늘 나는 미각이 선사할 놀라운 환희를 오롯이 나 혼자 누릴 것이다. (중략)
본 1 – 숯이 없다.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 오늘 없다. 아 참, 아침에 동생이 캠핑 간다고 가지고 갔지. 그게 마지막이었나.
- 결말에서 눈물을 한 방울 흘리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마늘 쌈장 상추쌈이 맛있다고 한들 ‘시장이 반찬이다’라며 사랑스럽게 음미할 수 있을까? 죽어버린 한우만 계속 생각날 듯. 흑흑. 결말에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합리화를 하며 눈물을 한 방울 흘려 주면 좋을 것 같다.
- 맞춤법(본 3, 다섯째 줄)
입안에 고일 데로 고인 침들 -> 입안에 고일 대로 고인 침들
- (개선점은 아니지만, 아주 개인적으로) 1++짜리 한우를 쌈장에 찍어 먹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어떻게 그 좋은 한우를 쌈장에? 충격적이다.. 한우는 모름지기 소금에 찍어서 약간 짠맛과 함께 그 기름을 즐겨야지. 그리고 그 좋은 한우를 상추에? 상추는.. 고기 질이 나쁘거나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렸을 때 마지막에나 싸먹는 것이다.(취향) 미식을 하면서 상추를 먹다니.. (결론에 쌈싸 먹기 위한 빌드업이겠지만)
5) 해당 작문에 대한 25자 평
- 으이구 바보야! 고기를 냉장고에 넣어뒀어야지!
어떤가. 분량이 많지.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한, 선배가 될 그 애들의 연습 작문을 이렇게 분석하며
자기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번 자기 작문을 쓸 때 무조건 도움이 되고
실력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다. 많은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생들이 그토록 게으름을 피우는 이유도 나는 안다.
글을 어떻게 써야 맞는 건지 잘 모르니 큰맘 먹고 책상 앞에 앉아보지만 매번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 되며
나의 머리통이 과연 인간의 것인지 닭의 것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르게 되니 자신감이 대폭 줄면서
절로 게으른 일상이 구축되는 거 아닌가!!!! 이걸 줄여 말하면,
개뿔, 뭘 알아야 쓰지!
라는 말로 귀결될 것이다.
좀 더 많은 합격자들의 레퍼런스 작문을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자.
4편을 살펴볼 수 있다.
https://vongmeanism.tistory.com/1011
극작과 시험 앞두곤 손글씨로 작문 써라! ㅣ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의 작문 4편과 첨삭 피드백
아래 작문들은 모두,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한 나의 제자가 썼던 연습 작문들이다.손글씨로 쓴 것이기에 모바일 환경에선 보기 어려울 거다. 데스크탑에서 보길. 그리고 왜 이렇게, 서울예대
vongmeanism.tistory.com
그리고, 이제 진짜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가 얼마 안 남았다.
이 포스팅을 봤는데도 이번에도 게으름을 피우면서 입시 대비를 하는 주제에
앞으로 계속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에 나설 생각은 하지도 마라.
내가 이렇게까지 꿀팁들을 대폭 방출했는데도 매일 드러누워 유튜브나 보고 있다면
그건 그냥 열정의 부족이며, 자기 자신이 무능력함의 결정체라는 걸 증명하는 거다.
떳떳하게 밥 먹고, 극작인이라면 누구나 앓는 우울증과 불면증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잠들고,
자랑스럽게 친구들과 만나는 방법은 오직 극작과 합격을 위해 연습하고 공부하는 것뿐이다.
그래야 뿌리깊은 학력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내가 예술을 하고 있다'라는 자부심 속에서
내가 앓던 우울과 불면이 실은 예술의 원천이었다는 걸 깨달게 될 것이고,
희망이란 누군가가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발하내는 것이며,
그것은 누구도 분쇄시킨다거나 훔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나만의 무기라는 걸 깨달게 될 것이다.
2025 서울예대 극작과 정시 합격을 위한 실기 작문 연습법과 입시 일정 및 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