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서울예대 극작과 수시 일반전형 경쟁률을 보자.
17명 뽑는데, 415명이 지원했다.
24.4 대 1
최소 100명 5명 안에 들어야 합격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기출 시제로 연습 작문을 써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글을 잘 써야 합격하는 건 당연한 것이니,
부단한 연습과 훈련으로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이 당연한 수준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래 작문을 보자. 서울예대 극작과 24학번이 된 나의 제자가 쓴 작문이다.
기출시제로 쓴 글이니, 꼼꼼하게 읽어보길!
- 서울예대 극작과 기출 시제: 내가 만약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제목 : 떡고
스트레스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도 나의 스트레스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 박 대리가 프린트 좀 해 놓지. 사람이 은근 센스가 없다니까.”
또, 또. 또 나한테 불똥이다. 아무래도 내 명찰에 ‘대리 박진수’가 아니라 ‘만만한 인간’이라 쓰여 있는 것만 같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 넓은 회의실에, 무려 인턴도 있는데, 대체 왜, 대리씩이나 되는 내가. 프린트를 해놔야 하는 거냐고. 속으로는 최 과장에게 미친 듯이 따져댔다. 정작 입으로 나온 말은...
“하하... 죄송합니다...”
월급쟁이가 그렇지 뭐.
나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탕비실로 달려갔다. 나의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말해야만 하니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있을까 봐 안절부절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내 꼴은 사내 비밀연애 저리 가라였다. 하지만 내가 탕비실에 달려온 이유는 바로 내 친구 떡갈고무나무. 줄여서 떡고. 떡고였다. 나는 떡고 앞에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나보고 프린트 왜 안 해놨냐고 하는 거 있지. 어이가 없어서. 내 발표도 아닌데 내가 왜?”
“그니까, 내 말이.”
“다른 부서 사람들도 다 있었는데. 쪽팔려. 하긴 군대도 안 갔다 온 놈이 뭘 알겠어.”
“최 과장 군대도 안 갔어?”
“너 몰랐어? 최 과장, 그 인간 면제잖아. 내가 말 안 했나?”
내가 식물과 대화할 수 있단 사실은 기획 1팀으로 부서를 옮기면서 알게 됐다. 떡고와의 인연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신께서 고난과 역경만이 가득한 이 회사에 내게 기댈 곳을 선물해 주신 것 같았다. 오늘도 떡고의 공감과 위로 덕에 금세 기분이 풀렸다.
기분도 풀렸겠다, 탕비실에 온 김에 믹스커피 6잔을 타서 기획 1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남은 한 잔은 지나가던 마케팅팀 서 팀장에게 선물이라며 건넸다.
“박 대리, 나는 아메리카노 아니면 안 마시는 거 몰라? 센스 없이 증말~”
나는 점심시간 내내 서 팀장의 말투와 표정. 내 어깨를 툭 치던 제스처까지 곱씹었다. 내가 센스가 없다고?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한 설렁탕을 죄다 버리고 탕비실로 달려갔다.
“하여튼 여자들이란. 커피가 다 똑같은 커피지, 이게 센스까지 운운할 문제야?”
“절대 아니지.”
“맞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서 팀장, 내년에 결혼한다던데. 서 팀장 같은 여자랑 결혼하는 남자도 참 불쌍하다. 아니다, 지 팔자 지가 꼬는 거지. 지팔지꼰이라잖아. 뭐? 점심시간 지났다고? 진짜네. 고마워. 갈게!”
떡고와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일할 때는 시간이 더럽게 안 간다는 게 문제지만.
“박 대리님! 점심시간 끝난 지 15분이나 됐는데, 어디 계셨어요!”
하여튼 이놈의 회사는 나 없으면 돌아가질 않아요.
“최종본 올려 주신 거 확인했는데, 오타가 너무 많아요... 센스 있게 좀 해주시지.”
나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귀신에라도 홀린 듯 탕비실로 향했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사원 주제에 감히 나한테 센스 타령을 해? 오타 그거 얼마나 있다고. 그럼 자기가 하면 되잖아, 자기가...”
그때, 기획 2팀 강 대리가 탕비실로 들어왔다. 아, 아직 얘기 덜 끝났는데. 설마 들은 건 아니겠지? 강 대리, 김 사원이랑 친할 텐데. 듣기라도 했다면 큰일이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태연하게 탕비실을 나왔다. 떡고와 은근한 신호를 주고받으며.
다음 날 역시 출근하자마자 자리에 가방을 올려놓고, 떡고한테 모닝 인사를 하러 탕비실로 향했다. 오늘따라 왠지 회사가 시끌시끌하다. 그러고 보니 최 팀장, 서 대리, 김 사원까지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탕비실 근처로 가자 수근 대는 소리가 더 커졌다. 그때, 들리는 내 이름에 나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요. 저도 들었어요. 기획 1팀 박 대리, 아무도 없는 탕비실에서 혼자 말하는 거.”
“정말 미친놈인 줄 알았어요. 귀신이라도 보는 거 아니에요?”
“회사 굿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며칠 후... 나는 사장실에 불려가 퇴사를 권유받았다.
떡고야. 나 어떡하면 좋아? 이제 나의 스트레스를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끝.
위 글의 로그라인과 개요를 보자.
<로그라인>
주인공 수식어 : 찌질한 성격의 기획 1팀 박 대리.
욕망 : 떡고에게 스트레스를 말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방해물 :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남들이 보기엔 혼잣말이다.
- 개요
서론+본1) 회의를 하다 최 과장에게 한 소리 듣고, 언제나 그랬듯 탕비실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탕비실에서 떡고에게 최 과장의 험담을 한다.
본2) 기껏 커피를 타서 줬더니, 마케팅팀 서 팀장이 아메리카노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고 핀잔을 준다. 떡고에게 서 팀장 험담을 한다.
본3) 김 사원이 최종본에 오타가 너무 많은 거 아니냐며 눈치를 준다. 떡고를 찾아가 후배 주제에 미친 거 같다며 김 사원 험담을 한다. 그때, 탕비실에 사람이 들어와 대화를 급히 종료한다.
가결) 최 과장, 서 팀장, 김 사원 등 회사 사람들이 나를 피하기 시작한다.
꺾기) 탕비실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주절댔다며 미친놈이라는 소문이 난 것이었다.
진결) 괜히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퇴사를 권유받는다. 하지만 박 대리는 퇴사보다 앞으로 떡고를 만날 수 없음에 괴로워한다.
이러한 로그라인과 개요를 작성한 후에 본문을 쓴 것이다.
로그라인과 개요 없이 작문의 본문을 바로 써버리는 것은
서울예대 극작과 불합격을 소망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만큼 로그라인과 개요는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의 필수가결적 요소이다.
근데 로그라인이란 뭘까?
이 점에 대해선 내가 이 포스팅 최상단에 공유해놓은 교본에서 더 정확히 살펴볼 수 있는데,
일단 요약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로그라인을 만드는 것은 개요 작성에 있어서 핵심이다.
이것이 있으면 개요 작성의 절반은 해결된 셈이다.
그럼 로그라인이란 무엇인가? 이제 언급할 3가지만 잘 적어도 로그라인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첫 번째로, 주인공 수식어다.
‘나’ 같은 것을 주인공으로 삼지 마라. 이는 엑스트라지, 주인공이 아니다.
심각하게 못 생긴 나. 이래야 주인공이다.
주인공에게는 특징과 개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직업까지 적어주면 주인공의 개성이 더 산다.
두 번째로, 주인공의 원초적 욕망이다.
슈렉처럼 되어서 세상에서 제일 못 생겨져서 유명해지리라,
라는 식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 주인공을 방해하려는 것(사람, 세력, 세상, 혹은 그 무엇)에 대한 묘사다.
못 생겨지는 걸로 유명해지려면 건강을 포기해야 한다, 같은 것이 있으면 좋다.
-> 이렇게 되면 저절로 미션이 된다.
미션이 개요의 (서)에 명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프닝이 너무 뚱뚱해지면서
이른바, 우리가 말하는 '설명충 작문'이 되기 십상이다.
설명충 작문이 되면 천하의 명의 화타가 와도 못 살리는 '죽은 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심해야 하는 것은 위 연습 작문을 쓰고 극작과에 합격한 내 제자는
저러한 작문을 200여 편 써냈다는 것이다.
부단히 훈련하고 연습했다. 누워서 유튜브, 인스타 할 시간에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했다.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지 마라. 입시란 노력한 자를 위한 것이지,
배 깔고 집 구석에 드러누워 입으로만 인생을 살고 글을 쓰는 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합격자 작문]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기출 시제로 연습해보자! ㅣ 극작과 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