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 공채 최종합격자 시리즈 4번째 포스팅이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이 최종합격자의 회사를 특정해서 알려줄 순 없다.
수강생 신상 보호가 나의 철칙이다. 그러나 tvN이나 SBS나 JTBC 중 한 곳 들어갔다는 것 정도로는
말해줄 수 있겠다. 좋은 언론사 예능국에 들어갔으니 믿고 봐도 좋은 자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을 보기 전에 아래 포스팅들도 봐주라. 고생해서 올렸던 것들이라.. ㅎ...
https://vongmeanism.tistory.com/720
https://vongmeanism.tistory.com/721
https://vongmeanism.tistory.com/732
내가 제목에 변곡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맞다.
이 친구가 처음으로 합격권에 근접한 걸 써낸 작문을 가지고 왔다.
4주차 과제에 썼던 작문이다. 앞선 작문들을 봐선 알겠지만,
이 이전까지는 영 아니었다. 그러나 근성이 있는 친구라 지치지 않고 계속, 정말 계속 써내고,
첨삭 받고, 피드백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교본 분석 요약은 물론이고, 구체적으로 쓰기 연습도 충분히 되었고,
내가 제공한 작문 자료들도 철저히 분석 요약한 상태였다.
이걸 보는 당신도 공채 필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게 자명한데,
망설이지 마라. 내가 교본에 다 적어놨다!! 제발!! 제발!!! 읽어 봐!!
시제 : 집은 삶의 안식처입니다.
-> 다음 문장을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완성하시오.
(단, 완성된 글 안에 ▼20대 남성 ▼30대 여성 ▼동물이 모두 등장해야 함)
(개요 소요 시간: 45분/글 소요 시간: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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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우리 집 가문이 대대손손 승승장구하기 위해 내 손자에게 좋은 것만 남길 것이다.
-주인공 수식어: 집은 삶의 안식처. 집/가문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주인공 원초적 욕망: 우리 집 가문이 대대손손 승승장구해야 한다.
-방해 요소: 할아버지의 재력(->전세금 40% 올리기), 엄마의 정보력(->좋은 논문 과외), 아빠의 무관심(->아빠는 아무것도 모름)
개요
-서: 정치 집안. 우리 집 가문이 대대손손 승승장구하기 위해 내 손자도 정치길에 편안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것.
-본1: 할아버지(정치인)의 재력->기본적인 재력이 뒷받침해줘야 선거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음.
-본2: 엄마(30대 여자)의 정보력->좋은 학벌은 필수. 논문 과외 선생님(20대 남).
-본3: 아빠의 무관심->아빠는 적당히 모른 척해주는 센스. 아이가 여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초롱이만 관심(동물).
-가짜결말: 죽을 때, 손주가 새울대 합격증 가져옴.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
-꺾기: 하지만, 후보 등록 당시, 논란 불거짐.
-진짜 결말: 손주에게 가문이 힘이 되지 못함.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집은 삶의 안칙처다.’ 며느리가 사준 헐렁한 회색 츄리닝을 걸치고 나와 10분 간 현대아파트를 돌며 떠오른 생각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희끗희끗한 머리, 굽어진 허리, 제이스틱 지팡이 없이는 왼쪽 발을 절뚝거리는 60대 할아버지에 불과했지만, 나 유병임의 일생은 특별했다.
이 현대아파트 420동의 60평을 자가로 사기까지 쉽지 않은 인생이었다. 8남매 중 장남이었던 그는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구두닦이, 샘숑 공장 업무를 하면서도 학업을 놓지 않았고,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경개도 도지사까지 올라가 돈을 차곡차곡 모아 자수성가했다. 여유는 여유를 낳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자식은 풍족한 60평 현대아파트에서, 분당의 열띤 교육열과 함께 새울대 법대에 갔고, 서현역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 슬하에 10살 남짓의 초롱초롱한 아들 내미, 혁이를 낳아 가정을 꾸렸다.
이런 편안한 삶인데, 내가 암이라니…. 자생병원 의사는 샘숑 공장 업무 중 다친 다리 염증이 곪아 피부암 4기라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남은 시간에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때, 혁이가 두꺼운 책 하나를 들고, 쪼르르 뛰어왔다. “할아버지, 정치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이 노무 자식, 당차다. 꿈도 크고. 그 질문을 듣고, 생각이 섰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자손이 대대손손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리다. 정치인 인생도 그 지점에서 나쁘지 않지. 우리 손자, 혁이의 꿈을 꼭 이뤄주리다. 이 할애비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치인을 했는데, 네가 못할 쏘냐.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재력, 좋은 학벌,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우선, 재력은 이 할애비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분당 신도시가 세워지기 전, 이 땅과 같은 동에 있는 5채의 집을 사 놓은 것도 모두 내 탁월한 선택 덕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집값은 똥값이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지금 세를 들고 있는 나머지 4채, 404호, 504호, 703호, 903호 집을 찾아갔다.
“다음 해 계약 연도가 2주 뒤지여..? 이제부터 전세가격을 좀 더 올려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찾아왔쏘다. 한 40% 정도 올려야 할 거 같애.”
“네????? 보증금 인상은 직전 보증금 5% 제한인데요? 할아버지, 40%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그건 연장 계약일 때지, 이 사람아. 나는 다 새로 계약할 거야. 싫으면 나가! 어차피 올 사람도 많이 있다고.”
그렇게 4채의 전세입자와 2주 간 실랑이 끝에 전세금 30% 인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한 동에서 오며 가며 볼 세입자들이지만, 괜찮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기에, 우리 혁이가 나중에 정치길을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는 돈이 될 것이라 믿는다.
새울대, 그 타이틀이 정치판에서는 먹혔다. 경개도 도지사가 되기 위해 후보 지지를 위해 만난 수많은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도, “저 새울대 법대 20기입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끝났다. 우리, 혁이도 상위 1%에 속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타까운 건 30대 중반의 바쁜 새울대 법대 며느리였다. 워낙 자신의 일에 바쁘다 보니, 아이의 교육 상황을 챙기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나라도 나서야지. 틈날 때마다 새울대 법대에 들어가기 위한 입학 전형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며느리에게 찔렀다.
“아가, 혁이는 분당국제고다 보니까, 아무래도 내신을 챙기기 쉽지 않을 거 같구나. 학생부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한 번 보렴.”
“네, 아버지.”
“아가, 학생부종합 전형에 대표적인 스펙으로 논문을 쓴다던데, 논문 도와주는 학원도 있다더구나. 한 번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네, 아버지.”
며느리는 똑똑했다. 한 번 찔러준 교육 정보를 주면, 알아서 혁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스펙을 채워 나갔다. ‘대한민국의 사법제도의 절차적 중립성의 문제’에 관한 50~60페이지 되는 논문은 이제 막 새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마무리한 28살 남학생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분당국제고 논문대회에서 금상 수상을 하는 쾌거도 이뤄낼 수 있었다.
혁이는 역시나 초롱초롱한 아이였다. 할아버지의 도움이 가미된 엄마의 정보력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화장실을 가다 슬쩍 본 문 틈 사이로 혁이의 고개는 책 속에 늘 파묻혀 있었다. 혁이의 이케아 책상 앞에는 ‘새울대 법대 입학’이라는 7글자와 스톱워치에는 새울대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이제 수능 D-100. 저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에게는 적절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오은영 박사가 이야기했다. 오히려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순간, 잘하려는 마음이 결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삐삐삐삐삑-“ 그때 마침 아들내미가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온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아들아, 아빠 왔는데, 뭐…” 아들 노무 자식, 도통 도움이 안되네. 순간적으로 아들의 입을 막았다. 아들은 읍읍거리며, 놀란 눈치였다. 방으로 데려와 아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아들아, 혁이 공부해야 되고. 도움이 되지 않을 거면, 일단 조용히, 무관심하게 100일 보내라. 그래야 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새울대 법대 가고, 정치인 한다.” 아들은 이해한 듯, 조용히 끄덕였다. 그 뒤로 아들은 집에 와서 혁이 대신 갈색 리트리버 초롱이에 관심을 쏟았다.
수능이 끝난 2주 뒤, 나는 자생병원에서 혁이의 새울대 법대 합격증을 받아볼 수 있었다. 아들 식구는 눈물 바다였다. 그래도, 나처럼 힘든 삶을 살지 않도록, 우리 자손이 대대손손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혁이가 정치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 사실이 뿌듯했다. 이 정도면 자손을 위해 마무리를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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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2052년 경개도 도지사 후보에는 ‘유 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후보는 1번, 유병임의 손자라는 이야기도 빼먹지 않고 써져 있었다. 하지만 포스터 속 웃는 남자의 얼굴에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매스컴에는 ‘유혁’의 이름으로 도배됐다.
'30년 전 현대 아파트 4채 전세금 30% 인상 논란’
‘유혁 후보, 분당국제고 논문대회 논문 대필 의혹 논란’
‘유혁 父, 유인식 변호사 曰 유혁의 논문 대필 관련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유병임은 유혁에게 든든한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끝-
아직 좀 모자란 감이 있으나, 그래도 그전과 비교해 일취월장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었던 게 결말에서 시점이 전지적 시점으로 바뀌며 홀드를 좀 깨뜨린 건 아쉬웠다만,
그러한 지엽적인 사항을 개선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게 정확히 나에게 보낸 20번째 과제였다.
4주차 5일째 과제. 그 정도는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그냥 가만히 집에 누워 아이패드로 유튜브 보고 있는데 공채 PD가 될 순 없는 것이다.
PD 언론고시 공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친듯이 높은 경쟁률 따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나태함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는다면 계속 그렇게 정체되어
아무런 변화도 맞이하지 못한 채, 변질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주눅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필기 작문, 드디어 변곡점의 순간ㅣ 예능 PD 공채 최종합격자 시리즈 ㅣtvN이나 SBS나 JTBC 중 한 곳 들어갔음 PD 공채 최종합격자 시리즈 ㅣtvN이나 SBS나 JTBC 중 한 곳 들어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