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천천히 와.
그다음 괄호 열고,
(하지만 일찍 오면 좋겠고,
너무 천천히 오다가 굉장히 늦어버리면
나 화가 날 것 같으니까 알아서 감안해줘)
괄호를 닫고 기다리면서,
괜히 한 번 핀란드의 야경과
다질링 홍차의 쓴 맛과 싱가포르 공항 대기실 의자의 형태를
떠올리며,
사실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는 거라고 적어본다.
괄호 열고,
(빨리 가고프다)
괄호 닫고.
너무 천천히 가려다가 굉장히 늦어버리면
화가 날 것 같으니 일단 너는 어서 오라. 내 곁으로.
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