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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 기다림

by 김봉민 2015. 9. 26.





기다림


천천히 와. 

그다음 괄호 열고, 


(하지만 일찍 오면 좋겠고, 

너무 천천히 오다가 굉장히 늦어버리면

나 화가 날 것 같으니까 알아서 감안해줘)


괄호를 닫고 기다리면서, 

괜히 한 번 핀란드의 야경과 

다질링 홍차의 쓴 맛과 싱가포르 공항 대기실 의자의 형태를 

떠올리며, 


사실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는 거라고 적어본다. 

괄호 열고, 


(빨리 가고프다) 


괄호 닫고. 

너무 천천히 가려다가 굉장히 늦어버리면

화가 날 것 같으니 일단 너는 어서 오라. 내 곁으로. 





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