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으로 잠드는 건 중요한 것 같다.
어제는 인석이와 한솔이와 맥주를 먹다가
노기를 쏟아냈다. 부모님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되었는데, 그 기분이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잔류해 있더라.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객관적으로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었는지 알게 된다. 다 잊고 싶다.
10년 전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무어라 말하고 싶은가.
그냥 빨리 독립하라고.
퍼뜩 나와.
더 미워하게 된단 말이야.
그러나 나는 자기 전엔 좋은 마음으로 있다가
잠들어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야.
그래서 적어본다. 조잡한 희망을 연거푸 품는 행태가
사람을 장기적으로 늪에 빠뜨린다, 라고.
조잡한 희망을 거둬드리면, 장기적으로 늪에 빠져있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라고도 적어본다.
비극에서 벗어나면 심적 여유가 생긴다, 라고까지 적으니,
이런 것도 쓸 수 있겠다.
자, 저리들 가셔유.
나는 아침에 일어나 좋은 마음으로 있고 싶습니다.
좋지 않은 날도 있겠지만, 좋지 않은 날들만 빼곡이 채워지는 걸
좌시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듯 좋은 마음으로 일어나지 못한 날의 밤에,
나는 항시 좋은 마음에 대해 궁리하고야 맙니다.
나는 단 하나의 희망에 대해서도 적을 수 있단 말입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나는 살아낼 거야.
나는 살아낼 거야. 살아낼 거야. 그러다보면
다시 한솔이와 인석이와 맥주 같은 걸 마시는 날이 올 것이고,
그날엔 노기가 아니라 호기를 보여줄 거야.
그러니 10년 후의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
잘 살고 있어라.
그리고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두루두루 잘 살아라.
이제 됐다.
이런 마음으로 잠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