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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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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by 김봉민 2018. 2. 21.


2004년 2학기 종강파티가 끝나고 다음 날. 

몇 없는 또래 남자 동기들은 

모두 학교 근처에 자취하는 나이 많은 동기 형아들의 집에서 자고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갔다. 그 형아들은 황기수, 박복안, 이성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고, 내가 말하는 또래 남자 동기들의 이름은 

나 김봉민, 그리고 이승우, 김형준, 권오현, 황찬호였다. 

초겨울이었지만 춥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했던 것 같기도 했다.

고잔동이었나. 동기 형아들의 집이 있던 동네가...?

이젠 그런 게 헷갈리지만, 그때 우리는 최대한 까불거리며 

헛소리질을 하면서 웃어댔고, 그러면서 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며칠 후면 아마 승우형이 군대를 가는 시점이었고, 

그걸 시작으로 우리도 언젠가는 군대를 가야 했다. 

그리고 아무리 계산을 해도 그 멤버가 같이 

학교를 다닐 일은 앞으로 절대 없을 것이었다. (2년제였으니까..!) 


이제 우리 삶에서 다시는 이런 식으로 웃으며 다 같이 밥 먹으러 가는 일은 아마 없을 거야!


그런 소리를 내가 했고, 그런 소리를 내가 했다는 걸 

지금은 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 모두 구태여 기억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별나도록 기억력이 좋은 나는, 아주 가끔 그날이 떠오른다. 

당시엔 슬퍼서 어쩔 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참 정말로 지독히 슬퍼해야 하는 순간이라 

딱 그만큼 슬퍼했을 뿐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을  무수히도 보내주었다. 

이승우, 김형준, 권오현과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황찬호와는 연락 두절이다.

황기수, 이성현 형과도 사실상 연락이 끊겼고, 

박복안 형은 가끔 대학로에서 오며 가며 마주치는데, 

박복안 형과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친했던 적이 없었으므로 

이 정도면 복안이형과는 관계유지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2004년. 1학년 때 학교를 더 재밌게 다닐 걸 그랬다. 

나는 너무 학교를 안 나갔다. 학교 활동 열심히 할 걸. 흠. 

이제 와 후회해서 뭐하냐고? 

그래야 비슷한 부류의 후회를 덜하게 된다. 

2018년. 즐겁게 살아야지. 

2032년, 그래야 후회를 안 하겠지. 아마. 

에라 모르겠다. 조만간 승우형, 형준이, 오현이랑 만나서 

여하간 승리감을 맛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