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가 늘었다. 언제 이렇게 늘었나.
그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다.
허나 20세기에는 흰머리가 없었고,
그러니 21세기에 흰머리 발모가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다.
10년 후에 나는 뭘 하고 있을까.
행복하면 좋겠다.
20년 후엔.
행복하면 좋겠다.
30년 후엔.
역시. 행복.
행복은 무엇인가.
흰머리가 성성해지는 게
마냥 괴로운 건 아닌, 그 무엇이겠지.
나는 요즘 흰머리가 느는 게
되게 싫지는 않다.
그냥 나고 있구나, 싶다.
삭발했다가 머리를 기르는 게 좀 번거로울 뿐이다.
나는 22세기에는 무얼 하고 있을까?
아마 나는 죽고 없을 것이다.
근데 뭐, 괜찮다.
나는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에 흰머리가 늘었으며
22세기는 없을 사람인데,
뭐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다.
다들 잘 기르길 바란다. 그게 흰머리든, 행복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