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진짜 귀한 걸 가지고 왔다.
내가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 올린 자료들 중, 교본 다음으로
가장 귀한 자료라고 장담한다.
다들 알다시피 공채 최종 합격자들의 창작 기획안은 구하기가 어렵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건 당연히
드라마 기획안이다.
예능 기획안? 솔직히 금방 짠다. 50개 넘는 기획안을 가진 자들이 부지기수다.
시교 기획안도 마찬가지다.
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들은 일주일에 2~3개씩도 능히 짜낸다.
드라마 기획안은?
예능이나 시교 기획안 짜는 에너지와 시간의 3~4배 정도 투자가 되어야
간신히 한 편의 기획안이 나온다. 정말 죽도록 짜내기 힘든 게 드라마 기획안이다.
게다가 드라마PD 공채 최종 합격자들은 자기가 짜낸
드라마 기획안에 대한 애착심이 남다르다.
거의 분신으로 여기는데,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다.
골머리 썩혀가며, 자신의 모든 창의력과 스토리텔링 능력 및 기술을
총동원하여 짜낸 창작 드라마 기획안을 분신처럼 안 여기는 게 오히려 더 기괴한 거다.
그래서 아무리 구글링을 해봐도 제대로 된
언시생이 만든 공채용 <드라마 기획안 풀버전>은
목격하기가 어려운 거고.
그러나 나는 오늘 가지고 왔다.
재작년에 공채에 최종 합격한, 내 수강생이었던,
지금은 현직 드라마PD가 된 자가 나의 기획안-작문-논술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때 짰던 창작 드라마가 기획안을.
이 기획안,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다. 퀄리티 높다. 거의 에이스급 기획안이다.
그럼에도...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좀 쑥스럽다만, 그래도 말하겠다.
나에게 배우지 않았으면 공채 드라마PD 최종 합격은 불가능했을 거라며 조금이나마
내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이 기획안을 내 블로그에 올려도 된다고 승낙을 해주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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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 자랑이 맞다.
쑥스럽네. 허허.
그럼 기획안을 보자.
참고로 합격자의 신상은 밝힐 수가 없다.
그래서 어디에 붙었는지도 적을 수가 없다.
공채 최종 합격한 수강생들의 프로필에 대한
정보를 끝까지 보호하자는 게 나의 신조다.
제목: 박연과 하멜
장르: 휴먼 시대극 / 방영: SBS 금토드라마 12부작
1. 기획의도
조선의 푸른 바다에 두 번 떨어진 두 명의 이방인.
한 사람은 남기로 했고, 한 사람은 떠나려 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표류하며 살아가는 이방인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하거나 원치 않는 삶의 궤도에 진입한 우리들.
이 낯선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어떻게든 억척스럽게 버텨낼 것인가.
아니면 끝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칠 것인가.
1653년 조선, 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마주 앉다.
이 지독한 생존의 딜레마를 마주한 두 인물이 17세기 조선에 실존했다.
1627년 조선에 귀화한 네덜란드 청년 얀 얀스 더 벨테브레(=박연)와,
26년 후 같은 바다에 떠밀려와 끝까지 탈출을 시도한 헨드릭 하멜이다.
잊혀가는 모국어와 처음 마주한 동향의 얼굴.
26년 만에 고향 사람을 만난 박연은 모국어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하멜은 조선인이 된 박연을 보며 영원히 갇힐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조정의 감시 속에서 두 이방인은 13년간 아슬아슬하고도 기묘한 우정을 쌓는다.
머무는 자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진정한 표류기.
외국인이 주인공인 조선시대 사극. 그 기묘한 풍경 속,
머무는 자와 떠나는 자가 빚어내는 딜레마는
시청자에게 시대를 초월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조선의 푸른 바다에 두 번 떨어진 두 명의 이방인.
이제, 그들의 푸른 눈에 비친 그때의 우리를 마주할 시간이다
박연 역할 캐스팅 1안: 다니엘 헤니
하멜 역할 캐스팅 1안: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2. 드라마 전체 내용
한 바다에 두 번 떨어진 사람들, 26년의 시차와 13년의 우정.
1653년 제주에 표류한 하멜은 한양으로 송환되고,
조정은 26년 전 조선에 정착한 박연을 통역관으로 붙인다.
조선에서 가정을 이루고 무관이 된 박연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하멜.
두 이방인은 시대의 폭랑 속에서 13년에 걸친 깊고도 처절한 우정을 나눈다.
3. 캐릭터
박연 (얀 얀스 더 벨테브레, 50대 초반, 남, 훈련도감 무관)
“내가 네덜란드 사람이었던 게, 이제는 잘 떠오르지가 않네.”
26년 전 표류해 조선의 무관이 된, 네덜란드를 잊은 네덜란드인.
자신이 일군 조선의 가정과 자리, 그 두 발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26년 만에 나타난 동향의 얼굴, 하멜. 잊었다고 믿었던 모국어가 다시 입에 차오른다.
하멜 (헨드릭 하멜, 30대 초반, 남, 동인도회사 서기)
“여기서 죽을 순 없습니다. 저는 반드시 돌아갈 겁니다.”
1653년 제주에 좌초된 동인도회사 선원, 끝까지 떠나려는 자.
조선을 탈출해 본국으로 돌아가, 살아 있는 자신을 가족들에게 증명하고 싶다. 하지만 박연이 찾아온다.
그가 이미 26년 전에 포기한 길을 자신도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임옥례 (38세, 여, 박연의 아내, 의녀 출신)
“당신, 그 사람을 만난 뒤로 자다가 이방의 말로 잠꼬대를 하더이다.”
박연이 조선에서 처음 마음을 연 여인, 26년의 단단한 동반자.
박연이 끝까지 자기 가족의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러나 하멜의 등장 이후 흔들리는 박연의 눈빛은 그녀가 가본 적도 없는 바다 너머의 어느 항구에 닿고 있다.
효종 (이호, 30대 후반, 남, 조선 제17대 왕)
“네 푸른 눈은 이제 조선의 눈이다. 새로 온 자들의 눈은 아직 이방의 눈이고.”
북벌을 꿈꾸는 임금, 박연의 화포 기술을 가장 잘 아는 후원자이자 감시자이다.
박연의 손에서 더 강력한 무기를 얻어 청을 칠 명분과 힘을 쥐고 싶다.
그러나 새로 온 이방인들이 일으킬 외교 분쟁, 그리고 그들이 박연의 마음을 흔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 화별 세부 스토리 제시
1화 <두 번째 푸른 눈>
1653년 제주, 한 척의 외국 배가 산산이 부서진 채 모래사장에 떠밀려온다.
36명의 외국인이 살아남고, 하멜은 그들 중 하나다.
조정은 26년 전 같은 일을 겪은 자, 훈련도감의 무관 박연을 찾는다.
2화 <잊은 말, 잊지 못한 얼굴>
한양에서 박연이 처음 하멜과 마주 앉는다.
26년 만에 듣는 모국어에 박연은 절반은 알아듣고 절반은 못 알아듣는다.
하멜은 그 모습에 절망하며 차라리 바다에 빠져 죽는 게 낫겠다고 절규한다.
3화 <어좌 앞의 두 이방인>
효종 앞에 박연과 하멜이 나란히 선다.
임금은 박연에게 이자도 너처럼 조선 사람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묻는다.
박연의 입은 한참 동안 열리지 않고 두 이방인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나머지 내용
박연은 하멜과 동료들을 훈련도감 휘하에 두고 화포 개발을 함께 시키지만, 하멜의 탈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박연이 흔들릴수록 옥례는 침착하게 곁을 지키고, 효종은 박연을 노골적으로 시험한다. 마침내 하멜이 목숨을 건 탈출을 결행하던 밤, 박연은 그를 막을 수도 보낼 수도 있는 결정적 자리에 선다. 그는 결국 단 한 번의 중대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무게로 남은 평생을 살아낸다.
5. 경쟁포인트 및 차별점
1)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낯설고 매혹적인 조선
한국 사극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시선이다. 조선을 안에서 밖으로 보는 사극이 아니라, 푸른 눈의 이방인이 안에서 목격한 조선이다. 그 시선으로 본 17세기 한양의 권력과 인심이 매회 새롭게 펼쳐진다.
2) 남는 자의 시선에서 최초로 다시 쓰는 하멜 표류기
지금까지의 모든 하멜 콘텐츠는 철저히 하멜의 일기와 탈출 과정에서 출발했다. 이 드라마는 정반대다. 떠나지 않고 끝까지 남은 박연의 시점에서 그들의 13년을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올리며 가장 깊고 한국적인 페이오프를 선사한다.
3) 글로벌 시청자와 국내 시청자를 잇는 양방향 서사
한국의 고립된 역사가 아니라 세계 해양사 속에서 조선이 맞물리는 지점을 다룬다. 국내 시청자에게는 미지의 외국인을 바라보던 조선의 호기심을, 글로벌 시청자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불시착한 서양인의 공포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6. 특이사항
1) 국내 사극 미술과 유럽 시대극 미술의 공존
제주와 한양 사대문 안의 조선, 그리고 회상 씬을 위한 17세기 암스테르담 항구를 재현하여 두 개의 시각 언어를 한 화면에 담아낸다.
2) 한국어와 17세기 네덜란드어의 교차 연출
대사 비율을 한국어 75퍼센트, 17세기 네덜란드어와 무역 라틴어를 25퍼센트로 구성하여, 글로벌 시장에 통용되는 생생한 시대적 고증을 구현한다.
3) 국립해양박물관 및 네덜란드 헤이그 아카이브 공동 자문
철저한 사료 검증을 위해 양국의 역사 기관과 협업하여, 단순한 픽션을 넘어선 다큐멘터리적 사실감을 극에 덧입힌다.
나에게 당시 위 기획안을 짠 현직 드라마 PD는
<기획안-작문-논술 통합 8주프로그램(2026년 현재 이 프로그램은 없앴음)>을 수강했었고,
해당 커리큘럼에 포함된 '드라마 간단기획안 짜기' 과제를 통해 하루에 4개씩의 간단기획안을 짜서 보냈었다.
그리고 그 간단기획안들 대부분은 내가 킬을 시켰다.
애초에 안 될 만한 것은 싹을 잘라내는 게 효율적이니까.
안 되는 거 붙잡고 시간과 에너지를 열정적으로 투자하는 것만큼
고달프고 슬픈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킬 당하지 않은, 내게 컨펌 받은 간단기획안만을 1차 디벨롭하여
기획안 초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후 위 기획안은 대략 4차 첨삭까지 받아가며
수정에 수정을 해가며 결국 저렇게 완성이 된 거다.
누가 봐도 프로의 냄새가 나는 드라마 기획안을 준비해놔야 한다.
그래야 실무면접에서든 임원면접에서든 경쟁자에게 안 밀린다.
그리고 저런 창작 드라마 기획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저 <박연과 하멜> 짰던 현직PD는 저런 창작 드라마 기획안을
15~20개 정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공채 최종 합격한 거다.
그런 거다. 우연은 없다. 공짜도 없다.
진짜 극한으로 노력하고 있는 자는 자기가 노력하고 있다는 허튼 소리를 못 내뱉는다.
이보다 더 해야 하는데! 이보다 더 할 수 있는데! 라며
여전히 헝그리 상태에 있다. 어설프게 노력한 인간만 자신이 제법 노력했다고
결코 설득되지 않을 주장만 해댈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실 안다. 자기의 꿈이 왜 안 이뤄지고 있는 건지.
노력을 하자. 피땀눈물콧물까지 마구 흘려가며 노력하자.
그 미친 근성이 진정한 재능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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