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어나서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 하고,
뜀박질하고, 밥 먹고, 씻고, 빨래 개고,
몇몇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늦은 새해 인사 카톡 돌리고,
그러다 유순이랑 한솔이랑 산책하고, 집에 와서는 발 씻고,
귤 먹고, 이렇게 뭔가를 써본다.
심란하지 않은 나날이 있었던가. 있었겠지.
없지 않았겠지. 심란이 맞나, 심난이 맞나.
괜스레 헷갈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도 헷갈린다.
제법 괜찮은 삶의 조건을 청소와 설거지와 빨래와 뜀박질과 밥 먹기와
씻기와 연락하와 산책 정도로 규정을 해보고 싶다가도
아, 나는 이렇게 글도 써보고 있으니 그 조건에 글쓰기도 낑궈 넣어볼까 싶은데,
헷갈린단 말이다. 이걸 다 쓰면 게임을 할 거다.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
사실 게임을 하는 걸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할 게 없을 때 하는 정도일 뿐,
게임을 내 생활 중심에 배치해본 적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 헷갈린다. 귤은 맛있었다. 그건 분명하고,
유순이는 껌을 잘 씹고 있다. 그것도 분명하다.
한솔이는 씻고 나와서 머리 말린다. 이 또한 분명한데,
내게 있어 분명하지 않은 것들이 뭔지 분명하게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거추장스럽게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 당장 거추장스럽다고
냉대하거나 외면해버리면 길게 봤을 때 더 큰 손해로 돌아올 터이니
이 정도로만 만지작거리고 일단은 서랍 같은 데 고이 넣어두는 편이 낫겠다.
새해 복 많이 받기보단 초 박복을 면하면 좋겠다는 소원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