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집으로의 귀환은 버스로 해결해야지 맘을 먹었는데
시간은 마침 사람들 퇴근시간.
버스 안에 사람들이 제법 타기 시작하고,
그렇게 내가 살며 처음 본 사람들과의 부대끼기가 펼쳐졌다.
그들이 각각 저마다 풍기는 냄새와 점유하고 있는 공간.
그리고 성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표정.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으면서 나는 내 혈연가족들을 생각했고,
사람은 주변에 휘말리기 마련이구나.
아무리 집 밖을 나서지 아니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해도
결국엔 휘말리게 된다. 아주 짧은 구간의 버스 탑승을 통해서도
나는 그렇게나 휘말려 버리는데,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원하지 않는 것에는 덜 휘말릴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기 자신의 밥줄을 자기가 쥐고 있으면 덜 휘말리는 거 같구만.
그리고 사람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사라지면, 난 밥줄이 끊기고 굶어죽을 것도 자명한데,
왜 이렇게 유난을 떨며 타인에 대한 까탈스러움을 마치 뭐 자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구는 것일까. 그건 아마 과거의 내가 사람들에게 너무 휘말리며 살았기 때문이겠지.
이젠 좀 덜 휘말리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나 봐.
이런 시스템을 붕괴가 되어야 하겠지. 그 역시 내가 과거에 사람들에게 휘말렸던
트라우마에 여전히 내가 휘말리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