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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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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5일 목탁소리

by 김봉민 2023. 10. 25.

목탁소리가 들린다. 

내가 켜놨거든. 

그리고 뭔가 타는 냄새도. 

이건 출처를 몰라. 

어쩜 타는 냄새가 아니라 김치찌개류의 음식을 만들며 파생된 

냄새일 수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출처를 몰라. 

뭔가 타는 냄새라면 큰일일 테니 누군가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는 것이기를. 

그리고 목탁소리는 들린다. 내가 끄지 않았거든. 

밖에선 오토바이 내달리는 소리 들린다. 

배달 오토바이였을까. 혹시 김치찌개류였을까.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내가 끄지 않은 이 목탁소리가 

내 귀에는 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탁소리가 창문 너머 

어쩌면 김치찌개류의 음식을 끓이는 집에도 배달될 수도 있겠다. 

타는 냄새의 출처에도 이 목탁소리가 손을 내밀고 있을 수도 있겠다. 

온갖 것에 대해 나는 모른다. 이 목탁을 실제로는 누가 두들겼는지도 모른다. 

누가 두들긴 게 아니라 그냥 디지털로 만든 사운드일 수도 있겠다. 

 

나는 요즘 말을 덜 하고 싶다. 

그건 내가 말을 덜 하는 대신, 바깥의 소리를 더 듣고 싶어졌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덜 말하고, 덜 듣고 싶다. 물론, 덜 쓰고도 싶다, 라는 말을 구태여 더 써본다. 

다시 또 오토바이 내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로 가는 것이오?

기온 일교차가 심해져서 창문 열고 있으면 제법 쌀쌀하고, 

오토바이를 타면서는 더 매서운 바람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전거도 그렇다. 오늘 내가 자전거 타고 내달리며 스쳐지나간 사람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모른다. 모른다는 말을, 요즘 말을 덜 하고 싶다, 로 시작하는 문단 안에 

나는 버젓이 써놓고 있다. 목적 없는 삶은 얼마나 황량한 것인지 

적잖은 책에서 설파를 해주었지만, 적어도 목적 없는 글쓰기 만큼은 청량함을 선사해준다. 

나에게 목적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일까. 목탁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아직도 내가 끄지 않았기 때문이고, 저 출처 알 수 없는 냄새도 잠잠해진 듯 싶다. 

내 코가 적응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 오토바이는 또 언젠가 내 주변을 스쳐지날 것이다. 

목적 없는 글쓰기라고 했지만, 사실 그런 건 없다. 그냥 장난처럼, 게임처럼 나 재밌으라고 쓰는 것인데 

거기에 대고 목적 없는 글쓰기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겠지. 

이제 목탁소리를 꺼야지. 

 

더 나은 내일 같은 게 있거든, 내일 말고 나중에, 좀 더 나중에 찾아와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