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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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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지는 대로 쓰는 일기.

by 김봉민 2023. 11. 6.

 

 

어떠한 열망이라던가 광적인 집착이라도 없으면 그대로 가루나 먼지가 되기라도 할 것처럼

끙끙거릴 때의 나는 이제 그 정도로까지 나 자신을 쥐어 짜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안 될 거 같더라도 되게 하려고 했던 그 안달복달이 장기화되고 고착화되어 

내 가장 중요한 특질 중 하나가 된 게 고달팠던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극단적으로는 거의 무생물처럼 있더라도, 

심지어는 똥처럼 굴러다니더라도  욕 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게임에 지지 않는 방법은 게임에 아예 참가를 안 하는 것이기에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헛된 승리를 갈구하며 내 눈썹 사이에 주름을 더 깊게 

파내는 짓을 하고 싶지 않다. 그 모든 강박을 으깨버리고 남의 말, 남의 표정에 

너무 좌지우지 안 해도 되는 삶을 구축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런 식으로 살아야만 한다는 

다짐들 역시 일종의 열망, 그리고 광적 집착이라, 숨을 곳은 없고, 

깊게 저절로 잠에 빠져들 만큼 지치기 전에는 내내 쓰잘데기 없는 

뉴스와 잡지식, 잡정보를 접하며 도망치고, 

정작 제대로 취해야 할 휴식시간은 음주로 일관하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게 사실 가장 질긴 욕망임을 확인하고, 

내게 그다지 잘못한 것도 없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상기하며 

아주 극랄하게 미워하고 저주하면서 내 질투와 분노에 정당성을 

확보하려 드는데, 내가 접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참 쉽지 않다. 이 와중에 나는 배가 고프다.

먹고 싶은 게 없다. 하지만 나는 곧 먹을 걸 응당 먹으려 들 것이다. 

계속 살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고 극심한 엉망진창의 상태인 것도 아니고, 

일상적 고민을 그냥 한 번 적어본 것인데, 글을 쓰면 뭐가 또 왜 이렇게 

오버되는 것일까. 워. 워워. 글을 쓰면 잠자코 있던 것들이 깨어나는 것일까. 

내게 알맞은 최소한의 욕심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그걸 핸들링하다 내 손이 타들어가지 않는 요령을 파악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까. 

안 오라는 법도 없지. 물론 오라는 법도 없다. 

나는 모르겠다. 

내가 모른다는 것은 아주 간신히 알 정도로만 아는 것도 극히 적다. 

그러나 이걸 내 자산 삼아 나는 내 여생을 꾸려나가야 하겠지. 

결론은 다 죽을 때쯤 누가 얼추 내주겠지. 지금의 나는 그 결론이 뭘지 

짐작이 안 된다. 그게 오늘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