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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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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러닝

by 김봉민 2023. 8. 10.

지겨운 나날은 대규모 광주 아파트 단지처럼 증설되어가고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나는 스포티파이 어플리케이션을 

내 PS4에 다운 받았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것은 지겨운 나날에 관한 것이었다. 

음악이 내게 필요한 것인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나는 음악 애호가인가. 호강은 내게도 워너비이고, 

음악 애호가 아닌 자가 내가 사는 이 땅 인근 5키로 권역 내에 

몇이나 될까. 나는 그 중 한 사람인가. 

계속 뭐라도 써야만 한다는 중압감에 

머리가 붕괴될 것 같았지만, 

붕괴는 아파트 단지 같은 것만 되는 것이라 

이 역시 지나친 억측에 근거한 구라 서술에 속하겠지.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내게 호몽이라고 부르곤 하는 

여자인데 이 여자는 분명히 여자라는 것을 나는 여러 차례 

목도했다. 근래에 나는 그럭저럭 산다. 

마지 못해 살았던 적도 있었던 것인데 

기분도 좋게 나는 그 구체적 일자는 까먹어버렸다. 

그런 건 너무 세세히 기억하지 마. 

하지만 그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잊지 않기로 결심하고, 

우중 러닝을 감행할까 말까 지독한 심적 갈등이 펼쳐진다. 

그 결과는 나도 모른다. 너도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태풍에 휩쓸려 사라진 지겨운 나날의 아파트 단지처럼 

슬픈 게 있거든 보기 좋게 붕괴되기를.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간다. 우리는 그럭저럭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간다. 과연 나는 우중 러닝을 하게 될까. 

그보다 일단 나는 이 글의 제목을 뭘로 할까. 

무엇 하나 제대로 알긴 어렵다만,

알 수 없는 인생이란 것 만큼은 잘 아는, 인생이네. 

이걸로 제목을 삼자. 행복을 바라는 것마저 

쑥스럽게 여기며 언감생심인 듯 살지는 말아야지. 

간절하지만 소박한 여름밤이다. 우중러닝은 가겠다. 

제목을 바꿔야지. 바꾸면 안 될 이유 같은 건 내 인근 50키로 내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