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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 거인의 상상력

by 김봉민 2016. 7. 26.

포토 바이 아라키 노부요시




2016년 7월 12일

요즘 들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조금씩 키가 자라며 

자신이 올려다봤던 꿈의 천장에 

가까워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천장과 내 정수리와의 간격이 

좁혀지는 과정이 아니라, 조금씩 나는 난장이가 되어가고, 

내 꿈의 높이도 덩달아 낮아지며 

이 천장이 내 정수리를 푸쉬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낮기만 한 천장을 못 이기고  

곱추와 같은 형상으로 구부정하게 있는데, 

내가 난장이가 된 것도 모르고, 

천장이 낮아진 것도 모르고, 

그냥 내가 이만큼 자란 거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난장이 곱추에게도 미덕이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도 생각한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한다. 

생각만 하다가 나이를 먹긴 싫다고. 


거인 같은 상상력으로 

다 들어올리고 싶다. 


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 거인의 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