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서 뭐가 제일 중요한가?
오프닝?
엔딩?
아니면 바디?
멍청아.
이야기는 생물이다.
오프닝은 대가리.
엔딩은 하반신이다.
바디는 말 그대로 몸통이다.
대가리는 사자.
하반신은 인간.
바디는 고래.
그건 괴물이다.
저마다 미학적 관점이 다를 순 있지만, 일단 그건 고전적 의미에선 기괴한 거다.
모든 게 연속선상에 있어야 한다.
결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알아둬야 한다.
결말이 좋으려면 오프닝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오도시가 더 제대로 쳐진다.
바디도 좋아야 한다. 오프닝과 엔딩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지 않으면
결말만 아무리 멋져봐야 그건 그냥 리얼리티가 태부족한 허접의 소산물일 뿐이다.
게다가 바디에서도 니쥬를 깔아줘야 결말에서 오도시가 제대로 쳐진다.
하반신이 인간이라면 대가리도 바디도 인간의 것이어야 한다.
근데 또 오프닝만 좋으면, 그건 그냥 용두사미에 불과하다.
결말에서 페이오프가 확정된다.
대가리가 사자라면 하반신도 사자의 것이어야 하고 바디도 사자의 것이어야 한다.
이걸 확장시켜 생각해본다.
과거가 더 중요한가, 미래가 더 중요한가.
미래가 중요하다,
라고 말하는 게 더 진취적으로 보일 수 있긴 하다만,
솔직히 말하자. 사람은 안 바뀐다. 세상은 더 안 바뀐다.
더 나은 미래는, 미래에 갑자기 펑, 하고
마법처럼 나타나는 게 아니라 잠복하고 있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줄 과거의 니쥬가,
비로소 미래에 빛을 발하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통해 미래로 침투한다.
올해 열심히 살았는가를 생각해본다. 쉽사리 확정적으로 말하지 못하겠네.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한가도 생각해본다. 그건 확정적으로 아니, 라고 대답하겠다.
잘사는 게 중요하다. 잘사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이겠지.
잘살았나? 그것도 근데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대가리는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나의 하반신도 인간의 것이고, 바디도 그렇다.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반인간적인 것은 아니었기를.
나의 최후적 미래- 죽는 순간, 그 최종엔딩에서 나의 오프닝과 바디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정나겠지.
그러나 나는 그때 이미 죽었을 것이므로 누군가 대신 나의 스토리를 구술해줘야만 그것은 존재하는 것처럼 되겠다.
아무도 나란 사람에 대해 말하지 않는 순간, 나는 완전히 죽는 것이니까.
그리고 나에 대해 말해줄 그들이 바로 나의 가족일 거다. 가족. 가족. 오!!! 결국 가족.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