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장동에 있는 황귀닭곰탕 백반집에 갔다.
같은 건물 2층에 스터디카페가 있는, 그런 집이다.
밤 12시쯤에 갔으니, 퍽 늦게 간 편인데,
바로 아래층에 식당이 있어서 그런가,
스터디카페에 있다가 온 듯한,
공부깨나 열심히 할 거 같은 젊은것들이 식당 안에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젊은것들이라고 쓰니까 나는 마치 젊은것들이 아닌 거라고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데,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다. 나도 아직 젊다, 라고 쓰면 조사인 '도'가 걸린다.
그 식당 안의 젊은것들이 중심에 있고 그 주변에 악착 같이 매달려서
나도 그 범주에 포함되려고 애타게 주장하는 거 같잖아.
그러니 나는 이렇게 쓰련다.
나는 아직 젊다,
라고 썼는데, 아. 조사를 바꿔도 또 걸리네. 아직이라는 부사.
끝물에 다다른 거라 자의적으로 여기지 않으면 저런 부사를 쓸 리는 없다.
무의식적으로, 라는 프로이트식 만능의 변명 어휘를 사용치 않겠다.
헤밍웨이 흉내를 내야지.
나 젊다.
그러나 여기에 남긴 흔적을 보니 나는 모종의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듯 싶다.
지금보다 더 젊었던 그 시절들에 대한.
정확한 것은 내가 그때보다는 더 나이를 먹었다는 것.
돌이켜보면 서른 중반에 돌입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시늉을 했었다.
내가 엄청 나이 먹은 것처럼 꼴사나운 행태와 언행을 자주 펼쳤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올린 포스팅 제목도 '늙어'가 아니었던가?
계속 신경이 쓰이긴 하나 보다. 영락 없는 그랜드파파가 된 후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후에 할수록 더뎌진다.
마장동 황귀 닭곰탕 백반집 안의 젊은 것들은 밥 먹고 즉각 다시
2층의 스터디카페로 가는 거 같았다. 그냥 집에 가버렸을 수도 있지만,
모쪼록 밥 먹고 즉각 내 할 일을 위해 내 몸뚱아리를 가장 이상적인 곳에 배치하자.
닭곰탕은 맛있었다. 쥐스킨트 선생님이 또 문득 떠오르는, 그런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