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차피 내가 뭘 쓰든, 그게 시나리오든 희곡이든 혹은 심지어 수업 홍보 게시글이든,
거기에 내 지문이 묻는다는 걸 알기에 마치 일기에 해당하는 글을 이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거리낌없었다. 나한텐 그게 다 근본적으론 다 같은 거였다. 물론 일기 같은 잡글보다는
시나리오를 잘 쓰고 싶은 무한 욕심이 발동하므로 시나리오 쓰는 일엔 무척이나 괴로워했지만.
여하간 나의 일기에서 드러나는 나의 추함이나 모남, 팍팍함과 기타 모든 것에 대해
사람들이 설령 보더라도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쓴 희곡엔 그보다 더 심대하게 쪽팔린 것들이
더 드러날 텐데 그냥 예행연습이라 여기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나를 알고 내가 아는 터럭 만큼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 중,
내 블로그의 존재를 알고는 계속 내 일기를 읽고 있다고
내 앞에서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더라고.
그건 괜찮다. 어차피 누군가는 보라고 쓰는 게 글이니까.
당연히 누군가 보라고 내 일기 같은 잡글도 블로그에 올린 것이고.
그런데 제목처럼 내가 일기 같은 건 안 올리려고.
일기 같은 걸 블로그에 올림으로써 해소시키는 발산욕구를 아끼고 싶다.
그리고 그 발산욕구는 모두 다 이제 시나리오 쓰는 데만 써보고 싶다.
얼마 남지도 않은 발산욕구를 잡글을 통해 해소하는 게 너무 아까워 죽겠다.
그리고 내 일기를 줄곧 읽어왔던 내 지인들에겐 내 잡글이 아니라,
내 리얼의 리얼의 리얼을 보여주고 싶다.
그 리얼의 리얼의 리얼에 대한 피드백을 정성스럽게 받는 편이 차라리 더 낫겠다.
그런 생각이다.
이젠 아주 열심히 쓰는 수밖에 없다.
뭘 쓰지?
그건 자고 일어난 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