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이와 유순이가 오늘 여행을 떠났고,
나는 집에 혼자 있다.
사람 하나와 강아지 하나의 빈 자리가 느껴진다.
내일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이 텅 빔을 즐길 수 있다.
가끔은 사람 하나와 강아지 하나가
영구히 내 곁을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무서웠다.
그리고 오늘은 날씨가 무덥다.
집 청소를 알뜰하게 싹싹 해버리고는
혼자 있을 땐 에어컨을 좀체 키지 않는 나의 좀스러움을
유지하니 땀이 더욱 많이 나더라.
선풍기가 있어 다행이다.
며칠 전 시나리오를 하나 썼다. 퍽 마음에 들어 요즘 나는 희희거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까, 안 그럴까, 의문이 생기지만,
최소한 시나리오 보는 눈이 후지지 않은 내 눈엔 꽤 괜찮게 여겨진다.
나의 자기객관화를 나는 보증할 수 있는가?
용기내어 한 번 판단 받아볼 작정이다. 시나리오 고친 후 배우 한 사람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무섭다. 용기가 그보단 크다.
에어컨이 있어서 다행이고, 에어컨이 있지만 켜지 않아서
자신만만해진다. 벼랑 끝에서 빈자리를 공허함을 앓고 있는
사람에 관해 자주 상상해왔다. 이젠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