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요즘 J팝을 많이 듣는다
-다시 요즘 J무비도 많이 본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걸작 <큐어>가 근래 본 J무비 중에서 가장 어안 벙벙을 안겨다줬다
-제이팝 중엔, 스피츠의 노래들이 극도로 귀를 잡아 당겼다
-어안 벙벙. 극도로 귀를 잡아 당겼다. 이 표현들을 굳이 쓰려고 나는 순간 쓰던 걸 멈추고, 생각했다
-2005년이었지. 그땐 문장 하나를 써도 남다르게 쓰려고 늘 이랬었다
-남들 안 보고, 남들 덜 듣고, 잘 된 놈들 다 읽었을 거 같은 것들에 치중하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누적되어 어쨌든 나는 나란 동물이 되었다. 얼마나 남들과 유사하며 얼마나 남들과 이질적인 것일까
-주제 넘게 계속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매일 뭔가 가르치면서 사는 게 참으로 고역이다만, 이거라도 할 줄 알아서 다행인데, 고역과 다행 중 나는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판단하는가
-방금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오늘 해야할 일들을 얼추 짐작해본다
-기승전돈의 삶
-돈 많이 주면 꾹 참고 하는 인생
-그게 뭐 부끄러운 것인가
-시네마 카메라 사고 싶은 형편이니 다행으로 여기고,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를 두고는 고역으로 여긴다
-벌써 사교육에 나와 일한 지 10년이 되는구나
-12년 전에 사원으로 살 때 첫 월급이 128만원이었다
-게임을 하나 샀다. 킹덤컴. 재미 없어도 후아, 와우, 니기미, 세 단어 연달아 내뱉은 후에 괜찮다, 라고 말해야지
-이렇게 된 거 어서 마흔이 되면 좋겠는데, 이런 맘을 품으면 또 시간은 천천히 가기 마련
-다 필요 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이전에 언젠가 분명 어떠한 도움을 간절히 바랐던 게 분명하다
-결핍이 푸념을 만들고 소원을 양산해댄다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전통이라는 책을 대출해서 읽고 싶은데, 근래에 산 책 3권 - 하얼빈, 버닝 각본집, 만비키가조쿠 각복집을
읽지도 않았는데 내가 그래도 되는 걸까
-글쓰기도 기본적으론 데이터 처리 및 전송 기술이다
-헤드셋을 하고 있다. 한솔이 건데, 이어폰과는 확연히 다르다
-녹록치 않은 건 세상이 아니라, 나의 욕심이 셀프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자들은 사실의 전달이라는 졸라 멋진 기치를 달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파워를 뽐내려고 할 때가 많은 거 같다. 그래 봐야 사회의 부당함이 없으면 존재 불가능한데 말이다. 기자의 간지는 자신의 밥벌이를 가능케 해준 이 세상의 가장 그늘진 곳에서 하루하루 매 맞듯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감이 있을 때만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기자 뿐 아니라 작가도 그러면 좋겠다
-쳐맞는 사람이 있다면 매질하는 것들도 있는 거 아닌가
-누구를, 혹은 무엇을 적으로 상정해야 하는가
-보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 스스로가 너의 적이며, 너는 너 자신을 자학하며 사는 게 아닌가? 근데 불교에서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
-내용은 비슷한데, 허나, 그 근본은 전혀 다르다, 라고 말할 수 있는가
-불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주인임을 강조하고, 보수들은 각 개인이 탄생하며 각자에게 입력된 기본값에 대한 인정과 순응, 그리고 수긍을 강조한다.
-이 위에 쓴 것을 보면 내가 상당히 불교에겐 호의적이고 보수에겐 반감이 있단 게 드러나는구나
-내 뇌의 데이터. 그걸 처리하고 전송하는 기술. 나의 글쓰기.
-내가 글로 처리한 데이터는 그대로 자동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내 뇌의 저장 용량 한계를 누가 알려줄 수 있는가
-잊고 싶은 데이터일수록 점점 더 HD급의 화질이었던 게 8K 화질이 되는 거 같다. 내가 계속 되돌려보면서 각주와 주석을 다니까
-너무 미워만 하지 마. 어차피 언젠가 다 죽어. 그때까지의 내용이 누군가를 미워만 하는 거라면 죽을 때 리얼 기분 더러울 거야
-아직 J팝을 듣는다. J무비도 열심히 찾아본다. 계속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