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결혼하는 건 축하한다.
근데 나한테 네 결혼식 와달라고 하지 마라.
나는 현재 사실혼 관계에 있다. 3년 정도 됐다.
결혼식은? 못 했다. 혹은 안 했다.
결혼식을 하려면 내 얼어죽일 부모와 친형을
불러와야 하고, 그들이 반드시 요구할 개좆 같은 댓가- 억지 애정과 돈을
나는 지불해야 한다. 그걸 지불하면 나는 죽게 된다.
불 보듯 훤한 그 미래가 죽도록 싫어서
나의 연인은 결혼이라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포기한 채 산다.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그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할수록 나의 분노는 커진다.
엄마, 아빠, 집 좀 해주세요.
그런 심각한 야망을 나는 가져본 적이 없다.
근데 대개, 뭐라도 부모에게 얻어먹고 결혼을 하더라고.
그걸 보는 내 맘은 쪼그라들었다.
나는 그런면서, 네들 결혼식에 가며 내 부족함을
불가피하게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었다면 나아졌을까.
아마 그랬어도 영구히 나를 무한연금으로 치부했을 나의 부모.
이딴 부모의 자식인 게 싫었다. 근데 나는 그들의 자식이다.
그리고 결혼식은 줄창 있다. 안 간다. 가기 싫다.
나 결혼하면 그들을 불러야 하는데 나는 그러면 죽을 거다, 그냥.
그러므로 말한다. 네들 부모 승천하여도 나를 부르지 마라.
안 간다. 결혼식을 치를 일은 아예 없고,
내 부모 장례식이 있어도 너희와 다 같이 묵념하자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나는 내 결혼식에 너희를 부를 수도, 내 부모 장례식에 너희를 부를 수도 없는
꽉 막힌 인간이다. 축의금, 부의금이 필요한가? 이젠 없다.
나도 부를 생각이 없는데, 그딴 하찮은 용도로 나를 늬들이 감히 활용할 순 없다.
요약하고 싶다. 끝내고 싶다.
씨발 것들아. 나를 안다면, 나한테 네 결혼식 같은 거 와달란 소리는
하지 말라고. 나를 모른다면, 날 왜 불러.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이왕 하는 김에 대가리 수 채우려는 심산으로
사람 상황, 마음도 잘 모르고, 예의 없이 축의금 갈취하려는 것에
내가 동참할 리는 없다.
제발 늬들끼리 결혼하고 늬들끼리 장례 치러라.
어차피 멀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