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부모가 누구인가에 달려있다.
나는 나의 부모를 원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의 부모의 자식이 되어 태어나버렸다. 내던져지듯이 세상에 던져졌고, 나는 잘난 건 없지만 못난 건 너무 많다는 내 부모의 편향적 가설에 따라 어려서부터 우울함을 달고 살았고, 애정결핍을 앓으며 지냈으며, 불안감이 부착된 채 성년에 해당하는 나이까지 먹어버렸다.
나는 내가 못 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글쓰기에 집착하며 살아왔다.
나는 고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
내 부모와 무관해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럴수록 나는 내 부모와 더욱 강력하게 연관된 사람이 되고 있었다.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지 마라.
이해해달라는 말. 이해하기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어서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인데, 이해해달라고 하는 그 작태. 당신은 이런 날 이해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다. 때문에 이해해달라는 그 말은 당신 자신에게 먼저 했어야 맞다. 왜 내가 당신을 이해할 수 없는지 헤아려보지도 않은 주제에 그런 말을 또다시 늘어놓으며 지쳐버린 나에게 이중고를 부과하지 말란 뜻이다.
그래서 나는 채워지지 않을 이 마음을 채우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을 쏟아내고 텅 비게 된 것을 고갈이 아니라 여유로 여기며.
미움을 달고 사는 게 거추장스러워 죽겠다.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었지만, 사실 그 만큼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다만, 나는 점점 베베꼬인 심술 고약한 중년이 되어가고 있어 나 자신을 어찌 하지도 못 하고 저찌 하지도 못 하고.
그럼에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를 무작정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내 옆에 늘 있어주고 있다.
나의 개병신스러움으로 인해 이 사람은 시시때때로 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나의 조울증적인 극단적인 감정 변화를 살피게 하고 있다.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가.
이 사람 없는 나는 한낱 몇 조각의 뼈따구와 수십키로의 비계덩어리에 불과하다.
나는 나의 부모가 아니라, 내 옆에 있어주는 이 사람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니 내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되든 안 되든 우렁차게 계속 텅 빈 여유를 찾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