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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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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소리

by 김봉민 2022. 3. 12.


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36.5도 정도의 온도가 느껴졌으면 하는데
나는 어쩐지 점점 감기에 걸릴 것 같다.
내 인생의 베스트 기쁨 리스트에 친구들의 이름이 몇 있긴 하지만,
가족들 다음으로 나를 내내 우중충하게, 우회적으로 우울하게 만든
사람들은 장제원이나 이준석이나 전원책 같은 자들이 아니라,
대개 내가 친구라고 불렀던 자들이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난 사실 너희가 재수 없다, 라고
쫑알거리기엔 나 역시 딱히 해준 게 없으니 양심상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겠지만, 

기침이 연거푸 세어나온다. 
나도 피곤해지는 상황을 굳이 자처하고 싶지 않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우리가 뭐라고, 그렇게 많은 걸 바랄 것도,
그렇게 많이 섭섭해 할 이유는 없단 걸 안다. 
그저 그때그때의 관심사와 시간적 여유가 고충 사항이
타이밍이 맞아 공유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보며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위로를 얻으려 애썼던 거였나 싶다. 그래서 결국 끼리끼리 지내며
우리와는 다른 부류의 인간들 험담도 좀 하면서 같은 바운더리 안에 우리가 있다는
소속감으로 심적 방어선을 구축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친구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분명 그랬던 것 같다.
허나, 조금씩 달라지는 삶의 양상과 그 간극에 쌩쌩 부는 바람.
저런 식으로 살아도 한 인간이 안 죽고 멀쩡히, 그리고 버젓이
살고 있다는 게 어떻게든 이런 식으로 살아나가야만
인간 구실을 해낼 거라 믿고 있는 이에겐 심리적 위협이 되었던 것일까.
게다가 바로 내 인근에 저런 삶을 사는 자가 있다는 것이 더 큰 불편함을
끼쳤고 제발 너도 나랑 비슷하게 살아봐라. 네가 잘 되면 내가 어떻게든 수호하고,
현실화 하려던 나의 금과옥조와 같은 플랜이 한낱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다는 걸로
판명될 것 같으니, 이젠 좀 이 관계를 기피하련다, 뭐 그런 것이었으려나.

이제 다 얼어죽어가는 우정을 바라본다.
그런 게 우정이라면, 그냥 일평생 독고다이로 사는 편이 나은 거 아닌가.
잘 되면 배 아파하고, 잘 되면 콩고물 기대하고, 잘 안 되면 비웃고, 잘 안 되어야
내 삶의 정당성을 느끼는 사이는 친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원수까지는 아니다. 그저 잡스러운 관계이고
어서 청산해야 할 지인일 뿐이다. 때문에 나 역시 청산의 대상이었을 테고,
계절마다 앓게 되는 사소한 감기처럼 이따금 콜록거린다.
그저 때가 되어 다시 원래 유지해야 할 거리와 간격을 유지하게 된 것이지,
우리는 멀어진 것이 아니다. 이 진심이 가래처럼 목에서 들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