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너무 안 쓰는 것 같아서 늘상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나는 내가 죽도록 글쓰는 것에만 매진해야 한다고 상정하는 인간이다.
고질병이라 고쳐지지 않는다.
다른 걸 할 때마다 내가 지금 허송세월 하는 것 같다며
자책과 자학을 일삼는다.
그래서 늘 피곤하다. 좀 다른 말로는, 아프다.
아프다. 울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바라보니,
그렇게 안 쓴다고 투덜거렸음에도
써놓은 흔적들은 산재하다.
내가 언제 이런 걸 써놨나 싶은 것들이 득실거린다.
요점은 이거다. 그 지랄발광 속에 있으니 제대로 보지 못 했을 뿐,
사실 나는 상당히 많이 쓰고 있다. 그 글이 내 맘에 퍽 안 들고,
그 글의 제작이 지지부진한 것이지, 쓰긴 써왔다.
웅크려왔다. 매질 당하는 형국으로 웅크려왔다.
그래서 아프지만,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손글씨라도 쓴 것이다.
손톱 사이에 떼가 꼈지만,
그것마저 훈장으로 여기며 여기까지 왔고,
이 이야기의 결말에 쓸쓸한 퇴장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