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 서울예대 입학 최종 발표가 있었다.
내 제자 하나가 또, 극작과에 입학했다.
내 제자는 이제 내 후배가 된 것이기도 하다.
뭐 그걸 자랑하려고 이렇게 글을 올리는 건 아니다.
극작과에 최종 불합격한 사람들을 위해 이 포스팅을 올리는 거다.
서울예대 극작과는 입시 요강의 특수성으로 인해
오직 서울예대 극작과만을 노리는 입시생들이 많은데,
떨어진 사람들은 정말이지 지옥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다.
다시 내가 서울예대 극작과 입학을 꿈꿔도 될까, 하는 의문과 자괴감과
괴로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거다. 그래. 그건 괜찮다.
코리안좀비 정찬성에게 한대 어퍼컷 맞았으면
당연히 아파야 정상이다. 아무런 고통도 못 느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명심해야 할 것은 딱 하나다.
포기하면 그걸로 다 끝인 거다.
다시 또 어설프게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마음을 비운 것도 아닌 상태로 있으면,
내 단언한다. 올해 수시 앞두고 또 부랴부랴 연습과 준비 덜 된 상태로
'그냥 원서만 써보자'는 안일한 근거를 밑바탕 삼아
입시에 도전하게 될 거다.
그럼 또 떨어지는 거다.
그렇게들 장수생이 되는 거고.
포기하면 그걸로 다 끝인 거라고 했는데,
그걸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말로 포기가 안 된다면
아픈 건 아픈 대로 일단 처절하게 느끼되,
최대한 빨리 추스려서 입시 준비에 나서는 게 좋을 거라는 뜻이다.
이 또한 내가 장담하는데 이번 입시 준비하면서
연습 작문 50개 이상도 안 써본 불합격자가 매우 많을 거다.
그래서 떨어진 거다. 몇 개 써보지도 않고, 합격을 바랬던 자세부터
틀려먹은 거다. 내 입시 선생님은 그냥 뭉뚱그려서 자주 써서 보내라고만 하지,
기초 극작 이론에 대한 언급이나 강경한 과제 관리 방침 등은 없을 테고,
나도 맘 같아선 자주 써보고 싶은데 뭘 잘 모르니 머리로 생각만 할 뿐
뭐 하나 제대로 못 써내며 나 자신의 나태함에 치를 떨며 자괴감을
몹시도 느꼈을 테다.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50개도 적다. 100개. 200개. 연습 작문을 최대한 많이 쓰고
기초 극작 훈련과 연습도 해놔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면접 준비를 하긴 했나??
어설프게 면접용 대본을 만들고 그것을 암기하여
면접장에서 발연기를 펼치면서 벌벌 떠는데 어떻게
면접에서 최종 합격하기를 바라는 건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5대 희극은 기본으로 읽어라.
체홉 4대 장막도 읽어야 한다.
희랍 비극들도 충실히 읽어야 한다.
극작과에 입학하겠다는 자라면, 왜 기원전에 쓰여진 <오이디푸스왕>이 우리시대에 여전히 먹히는 것인지,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 건지
살면서 10분이라도 제대로 고민해본 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브레히트의 명작들 제목도 모르면서 무슨 극작과 입학을 떠드는가.
해롤드 핀터라는 극작가가 노벨문학상을 21세기에 받았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관객모독>이라는 작품을 누가 쓴 건지는 아나?
면접 대비는 어설픈 면접용 대본을 만들면서 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 고전을 많이 읽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왜 서울예대 극작과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래야 면접장에서 술술 말이 나오면서 어설픈 발연기가 아니라,
교수들과 참다운 대화를 나누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뼈저리는 게 있다면,
그 또한 당연한 것이다. 제대로 연습하고 준비하지 않았다는
맹렬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만 이번 입시의 대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아무리 포기하려 해도 포기가 안 되는 서울예대 극작과 입학이라는
꿈의 현실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러니, 아픈 건 아픈 걸로 두되,
그 들끓는 열정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포기가 되면 포기를 해라.
그러나 포기가 죽어도 안 되면 다시 달려들어라.
제대로 준비하고 연습하여 운명을 바꾸려 하지 않으면
죽는 날까지 패배감이 길들어져 무엇 하나 내 뜻 대로 잘 되지 않는
무력함에 길들어질 수 있다. 나 자신의 인생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깨달아야 하는 사실은,
합격이라는 것은,
나 자신이 합격이 당연한 사람이 될 수준으로
절차탁마해서 쟁취해내는 것이지,
요행이나 바라면서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 마인드로 임하면 누구나 능히 합격할 수 있다고,
내 여태까지의 경험을 밑바탕 삼아 주장해본다.
끝으로 이번 내 후배가 된 제자의 연습 작문과 더불어
내가 만든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 교본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