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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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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1군과 나

by 김봉민 2020. 12. 15.

 

그림 잘 그려보고 싶은데, 잘 그리지 못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곤 당최 없는 내가 그린 그림

2016년 9월 18일

'전설의 1군'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시합을 펼쳤는데,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만약, 1군 전력이 총출동했더라면..?'

 

이라고 가정하던 버릇에서 

유래한 걸로 알고 있다. 

부상당한 선수나, 이런저런 이유로 

대표님 차출이 무산된 선수들이 

그 '전설의 1군' 전력의 대상이었다. 

못 올 만하니까 못 온 건데, 

그런 걸 핑계라고 대나, 참 웃기다고만 생각했다. 

 

 

허나, 좀 더 곱씹어보니, 나라고 다를쏘냐. 

나도 뭔가 잘 안 풀렸을 때, 내 컨디션이 최상이었다면, 

주변 상황이 좀 더 나았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거라고 변명하곤 했다. 

근래뿐 아니라, 인생 전반이 그러했다. 

참으로 우스운 변명이었다. 

 

웃기게도 나는, 현재의 나는, 지금 이 상태가 

내가 보장할 수 있는 최상의 '1군'인 것이다. 

매번, 꽤 망가져있더라도 망가진 채로 꽤나 진지했다. 

그보다 그때 그보다 나을 수가 없었다. 

 

가상의 환타지가 아니라, 소망의 영역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이 현실에 

나의 최고의 1군이 있는 거였다. 

 

물론 부끄럽게도 땅을 치고 후회할 만큼 

내 1군의 실력은 변변치 못했으나, 

그마저도 그때 정말 애썼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것이 부상당해서였든, 

오만에 젖어 꼭 필요했던 마음을 잊어서든, 

현재의 나를 받아드리지 않으면 

계속해 전설의 1군만 찾으며

연전연패하게 될 것이다.

 

관중석은 텅 빈 시간이 

텅 비지 않은 않은 시간보다 늘 길다. 

남 눈 의식은 적당히 하고, 

오늘 이 변변치 않은 나를 그래도 존중하고,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너무 다그치지는 말기로 하자.

나는 어쨌든 지금 내 최선의 1군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