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유하는 건 나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사 공채 PD가 된
자들이 연습했던 작문 3편이다.
이 작문 3편을 읽고 공통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술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포스팅 따위는 읽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도통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포스팅을 끝까지 읽는 게 좋겠다.
<우리가 만난 기적>
하늘나라 저기 어딘가, 지구에 기적을 행하는 이들이 모여 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적은 이들 - 지구에선 천사라 부른다 - 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그들 중 하나인 내 이야기다.
“너 한국으로 발령받았다며? 어떡하니?”
내 첫 발령 소식을 들은 친구가 말했다. 우리는 백 년에 한 번, 지구로 발령을 받았다. 지구에 기적을 행하기 위해서였다. 원하는 나이로 내려가 지구에서의 삶이 다하면(죽으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만 발령지는 랜덤이었다. 내 첫 발령지인 한국에 대한 친구들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걱정되었지만 괜찮았다. 신입 교육 때 한국에 대해 배운 결과,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나름 괜찮은 나라였다. 어찌 됐든 나는 한국에 내려가 기적을 행하고 올라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천사의 징표를 등에 새기고 - 링 모양의 문양 - 한국으로 내려갔다.
스무 살 성인으로 내려간 나는 직업부터 구해야 했다. 어차피 내 죽음은 정해져 있으니, 기적을 행하고 명예롭게 죽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바로 소방관이었다. 자신과 전혀 무관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으로 천사인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기적이었다. 40:1이 경쟁률을 뚫어야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소방공무원은 위험하다고 다들 기피해 그나마 낮은 경쟁률을 보여 다행이었다. - 그나마도 10:1이었다 - 이런, 중년의 나이로 내려왔어야 했다.
그렇게 3년간 엉덩이에 땀띠 나도록 공부하고, 등에 땀띠 나도록 운동한 끝에 소방관이 되는 기적을 이루었다. 이미 한국에서 기적을 한 번 행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6개월 동안의 시보 생활을 마치고 정식 소방관이 되었다. 진짜 기적을 행할 차례였다. 생각보다 화재 현장은 적었고, 구급 활동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기도 하고, 벌집도 제거하면서 한국에 소소한 기적들을 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난 전화들에 막히고, 불법주차 된 차들에 막히고, 양보하지 않는 차들의 진로 방해에 막히기 일쑤였다. 그나마 과태료가 증가한 덕에 어느 정도 개선은 되고 있었다. - 지상에서 돈의 힘은 위대했다 - 하지만 열악한 장비는 나아지지 않았다. 새로운 보급이 나오지 않아 몇 년째 쓰고 있는 장갑이 제 기능을 못 해 피부가 녹기도 하고, 낡은 소방복은 통풍이 잘된 지 오래였다. 남을 살리기 위해서 내 돈을 내고 따로 더 좋은 장비를 사야 했다. 소방관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피로인. 우리끼리 자조적으로 우리를 부르는 말이었다. 나라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고,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FILO’(First In Last Out)인 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가장 피로한 사람이었다. 어느새 나도 천사라는 내 신분을 잊은 채, 이들과 동화되어 있었다. 함께 피로한 생활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나도 진짜 소방관이 되어있었다.
“화재 발생, 화재 발생,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 발생! 대원들은 신속히 출동하라!”
화재 시 골든타임은 5분. 우리는 즉시 출발했다. 현장은 공사장 인부들이 대거 도망쳐 나오고 있는 아수라장이었다. 우린 피로인으로서 그들이 도망쳐 나오는 불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한 명, 두 명, 인부들을 구해내기 시작했다. 준공되지 않은 건물이라 인부들이 대다수였다.
그때였다.
“저기요! 우리 아들 좀 구해주세요! 아직 안에 있어요! 제발요!”
다급해 보이는 노모의 외침이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난 뛰어 들어갔다. 명예롭게 죽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장이었다. 그때 뒤따라 온 동료 두 명이 더 있었다. 팀장과 사수였다.
“팀장, 사수! 여긴 왜 들어와요! 제가 구하고 나가면 되는데! 어서 나가요 당장!” “아니야, 여기 구해야 할 사람이 더 있대. 너라도 빨리 나가” “그래, 너는 아직 젊잖아. 얼른!”
나는 죽으면 다시 하늘로 돌아가지만 이들은 아닐 터였다. 이들은 굳이 죽음을 자처하고 있었다. 전혀 나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제발 나가요! 제가 다 구할게요! 전 죽어도 괜찮아요. 사실 전 천사예요. 죽어도 하늘로 돌아가면 그만이라고요!”
그들이 도저히 나갈 것 같지 않자, 나는 금기를 어기고 내 신분을 밝혔다. 낡은 소방복을 벗고, 등에 있는 천사 문양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아. 그랬구나. 괜찮단다, 수호야.” “그럼 우리 이들을 빨리 구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까?”
팀장과 사수는 소방복을 벗었다. 그들의 등에는 둥근 링이 박혀있었다. 어렴풋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기저기 현장을 누볐던 그들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아아. 여기서 기적을 이루는 소방관들은 모두 천사였구나. -끝- |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 친구는 SBS 드라마 PD가 되었다.
그럼 다음 작문을 보자. 이 친구는 채널A 예능국으로 갔다.
<웃기지 않은 개그맨>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역시 세계 최고의 코미디언다웠다. 내 인생 또한 친구들이 봤을 때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 코미디언이었지만 현실은 대학로 극장에서 열리는 코미디 쇼에 아무도 오지 않는 망한 코미디언이었으니까. 오늘도 관객은 0명. 벌써 1년째 이 모양이다. 난 실패했다. 이젠, 포기하련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내 무대 한 번 보여주고 오늘 밤 12시에 이 세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가족들에게 오늘 내 소극장에 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오후 6시. 가장 먼저 엄마가 도착했다. 이마트 캐셔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오신 듯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공산품들의바코드를 횡단보도 삼아 생계를 이어오신 우리 엄마. 엄마에게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같은 슬랩스틱이 제격이리라. 엄마를 객석 1열에 앉혀 놓고 사각형 모양의 콧수염, 엉성한 신사 모자, 지팡이까지 완벽하게 채플린 분장을 한 뒤 현대 노동자들의 삶을 토대로 슬랩 스틱을 열연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엉성하게 걷다가 넘어지고, 널브러진 참치 통조림들을 잘못 밟아 진열된 상품들을 쓰러뜨리고, 마지막으로 컨베이어 벨트 위로 실려 가는 <모던 타임즈>를 오마쥬한 슬랩스틱까지! 하지만 완벽한 열연을 끝내고본 엄마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걱정만이 서려있었다. “아들,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넘어질 때 엉덩이 뼈 크게 부딪히던데 안 아프니?” 아차, 웃음보다 내 걱정이 먼저인 엄마였다.
오후 8시. 두 번째로 동생이 도착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 ‘샤’ 대학교 공대에 다니는 내 동생. 오늘도 화학 실험 때문에 늦게 끝난 듯했다. 엄마를 웃기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웃기리라. 대학생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인싸 개그’면 백발 백중이었다. 객석 1열에 동생을 앉혀놓고 요즘 유행하는 ‘인싸 개그’를 퍼부었다. “내 얼굴 잘 생긴 거 인정? 어 인정” “동의? 어 보감” “고등? 어 조림” “머라이? 어 캐리” 하지만 동생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찡그림만이 배어 있었다. “형, 무슨 소리야?” 아차, 내 동생은 공부만 하는 ‘아싸’였다.
오후 10시. 마지막으로 아빠가 도착했다. 여의도에서 회사가 끝나자마자 달려오신 아빠였다. 비록 엄마와 동생은 실패했지만 아빠만은 확실하게 웃길 수 있었다. 50대 중년들에게는 사회 풍자 개그가 취향저격이었으니까. 객석 1열에 아빠를 앉히고 사회 풍자 블랙 코미디를 보였다. “박근혜가 간장을 먹으면? 간장 치킨!” “이명박이 멜빵을 입으면? 미키마우스!” 언제나 정치 풍자 블랙 코미디는 관객들의 정치에 대한 답답함을 뚫어줬기에 확실했다. 하지만,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불쾌함만이 서려 있었다. “…” 아차, 우리 아빠는 자유코리아당 지지자였다.
결국, 난 마지막 무대에서 가족조차 웃기지 못했다. 나란 놈은... 못났다. 어서 가족들을 보내고 무대를 정리하고, 12시 정각에 내 삶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아빠가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으니 외식이라도 할까?” 생각해보니 이렇게 온 가족이 모인 것도 오랜만이었다. 언제나 마트 일로 바쁘셨던 엄마, 공부만 했던 동생, 회사 업무에 치여 사셨던 아빠까지. 하지만 오늘, 나를 위해 소극장까지 달려와 준 가족들이었다. 비록 내게 코미디에 대한 재능은 없었어도, ‘나’를 보러 와주는 나만의 ‘관객’들이 있었다.
11시 59분. 나만의 관객들과 극장 근처 삼겹살 집에서 외식을 했다. 신기하게도 무대에서는 웃지 않던 가족들이 모이자 서로의 이야기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내 인생의 관객들을 위해, 조금은 더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12시. 아니 0시. 소주잔을 부딪히며 건네는 웃음에,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그리고 감히 찰리 채플린의 명언에 하나 얹어 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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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 친구의 마지막 과제에서 캡처해왔다.
결국 채널A에 갔다. 자랑은 아닌데,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약간 자랑이지.
이름은 공개할 수가 없다. 프라이버시 문제 땜시롱.
자, 그럼
마지막 작문은 현재 MBC PD로 일하는 자가 썼던 연습 작문이다.
워낙 유명한 작문이고, 이 작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많긴 하다만,
그래도 결국엔 이 작문의 오리지널리티를 못 따라 가더라.
자, 여기까지다. 이 정도면 합격이다.
이걸 읽고 있는 언시생에게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작문들이 사실상 같은 매커니즘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같은 거다, 같은 거! 디테일만 다를 뿐이다!
<합격 작문의 공통점>
1. 고퀄 일반 개요 공식을 활용했다
2. 개요에 맞게 분량, 시간 안배를 했다
3. ‘구체적으로 쓰기’를 시전했다
4. 매일 연습했다
이것을 이해되기 쉽게 건설로 비유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집짓기와 글짓기는 유사하다.
1. 고퀄 일반 개요 공식을 활용했다 -> 좋은 설계도를 활용했다
2. 개요에 맞게 분량, 시간 안배를 했다 -> 설계도에 입각하여 시공했다
3. 구체적으로 쓰기’를 시전했다 -> 인테리어에 돈 좀 썼다
4. 매일 연습했다 -> 매일 공사판에 나가 실전 노가다 지식과 근육을 키웠다
그리고 이 모든 노하우는 내가 제작한
교본에 실려있다. 무료다. 방송사 공채 PD가 된 자들에게
매우, 요긴하게 쓰여왔다.
다운 받아서 써먹길 바란다.
현재는 2021년 개정판을 만들고 있다.
이번엔 작문 뿐 아니라, 기획안과 논술도 포함된다.
나의 온라인 교육도 좀 수정되었다. 참고하길.
[언론고시 필기 작문 자료 #1] 합격자들의 연습법 ㅣ KBS SBS MBC JTBC mnet tvN 채널A TV조선 방송사 공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