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꿈에서 본 걸 기록해보자.
일단 무대 위에 쌓인 큰 짐들. 레고 블럭처럼 잘 쌓아져 있었는데,
거대한 숫사자 한 마리가 등장해 게임에서처럼 짐들을 가루가 되도록 박살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갔는데, 나는 태연히 바라보다가
박살난 짐들의 파편 하나가 내 왼발에 닿아, 나는 찰과상을 입었다.
그것 말고도 내 왼발에는 다양한 형태의 상처가 있었다.
나는 아프다고 징징거렸다.
장면은 전환 되었고, 교실이 되었다.
외사촌 정훈이형이 나한테 대뜸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형이니까 그냥 듣기만 했다.
교실은 또, 외할머니 장례식장이 되었다.
곡소리가 울려퍼지고, 나는 책상을 부수고는 조각난 책상을
왜 나한테 성질내냐며 정훈이형에게 던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욕했다.
다시 전환.
이번엔 군대처럼 보이는 곳의 어느 공간이었는데,
그곳에 모인 내 지인들은 여기가 서울대라고 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얼굴은 작년에 서울예대 극작과 준비하는
과외생 녀석이었는데, 이놈이 자기가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나는 '이놈 결국엔 중앙대 대학원에 갔는데'라고 사실에 맞게,
있는 그대로 생각했으나, 녀석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PT 체조 같은 몸풀기 운동을 오와 열을 맞춰서 했다.
말이 운동이지, 고문 같았다.
다시 장면은 처음의 무대로 돌아왔다.
처참한 무대는 이내 영화 상영관이 되었고,
나는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과 영화 '기생충'을 관람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논평을 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그 현장이 기생충의 영화속 장면이 되었다.
서로 협박하고 소리 지르더니 죽고 죽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즈음에 나는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 40분 정도 되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몽을 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 나는 꿈을 꾸었다. 모두 나와 관련된 소재였다.
나의 뇌는 내가 경험하여 그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걸로만
꿈을 구성해낸다.
그리고 100% 나의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한계를 계속 더듬어본다는 것이다.
아, 여기까지가 내가 쓸 수 있는 것이고, 이 바깥으로는 내가 현재는
쓸 수 없는 것이구나, 라고 알게 되는 과정이다.
그러니 나의 한계를 적확히 아는 것이 내 앞으로의 방향성을 유추해볼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나는 '나'라는 질병과 장애를 앓으면서도, 나는 '나'라는 도움닫기와 나침반을 갖고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