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나의 슬픔은 건강하지 못한 댓가로
그리 오래 앓아볼 기회가 없다
여기저기 산개한 메모지엔 조각조각 내 창피한
족보가 적혀있고, 퍼즐을 다 모으면 아마도
출처없음, 정도가 될 것 같다
용기가 없다고 말했지만, 너의 너의 너는 안다
그건 그냥 지금 이대로가 더 좋았던 것 뿐이지,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니란 걸 말이다
메모지에 나는 나의 병명을 적어보려고 한다
글씨를 쓴다는 건 면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의
힘을 주어 종이 위를 가냘픈 펜촉이 용기 있게 지난다는 것이다
그 흔적이 글이고, 그렇듯이 나는 나를 계속 앓아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