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고 있으니 좀 춥다. 바깥엔 비가 내린다.
라디오도 틀어놨다. 이제 여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닌 거 같기도,
이젠 충분히 그래도 될 것 같다. 모르겠다. 헷갈리지만,
그때 나는 그 사람들을 더 빨리 미워만 해버렸어야 했다.
그렇게 많이 미워졌다는 사실은 곧, 나와 꽤 가까운 관계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나는 미워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끼는 옷 몇 벌과 맥북, 자전거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도록 설계된 사람이기에, 어떻게든 내가 품게 된 미움을
좀 덜어내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오판이었다.
포기가 언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에 당도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붙잡고, 노력하고 싶었다. 그게 괴롭더라도 솔직히 그런 내 모습을 내가 원했던 것이다.
그런 결과로 나는 내게 더 몹쓸 짓을 한 셈이 된 것 같다.
희망을 부여해도 될 자리와 싸그리 거둬들여야 할 자리를 분간하지 못 했던 나의 무지함은
엉뚱한 곳에 정성을 쏟아 정작 내가 보살펴야 할 것을 방치해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창문과 선풍기를 바라보며 더듬어보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며 누구와는 그만 둬야 하는 것일까?
그런 지혜는 어느 곳에 적혀있단 말인가. 좀 춥다.

얼마나 더 많은 실수와 오판을 해야 그걸 알게 될 수 있을까.
미워하는 것 만큼이나 미워하지 않는 것의 소중함도 알 수 있게 될까.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당신들이 싫다고 말하는 것의 옹졸함에 대해선
뭐라고 판정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그만 생각해도 되는 것 같기도, 조금은 더 생각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었던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어쩔 땐 당신들을 다 버려버리고 싶다.
그리고 춥다. 창문은 열어두고, 선풍기는 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