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밤 12시가 임박하여 용인 아르피아 육상 트랙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하였다.
걱정과는 다르게, 라이트는 용인시의 정책에 따라 12시가 지나도 꺼지지 않았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달렸다. 나는 그보다 더 빨리 뛸 수 있었지만,
나는 너와 나란히 달리고 싶어서 너의 속도에 맞추었다.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가 잡담이 아니라 진담을 나누기도 하면서, 그러다가
그냥 아무 말도 나누지 않으면서, 한 바퀴를 돌면 400미터 정도가 되는 트랙을
우리는 나란히 달려나갔다. 너는 오른쪽 갈비뼈가 애리다고 해서 여섯 바퀴 정도가 된 시점에
달리기를 멈췄다. 나는 추가로 혼자 2바퀴를 전속력으로 달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으나
심장은 그리 쉽게 터지는 게 아니므로 나는 곧 멀쩡해졌고, 소변이 마려워서
용인시의 정책에는 좀 어긋나지만 나는 과감히 노상방뇨를 어딘가에서 감행하였다.
다시금 가뿐해진 나는 너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다. 내가 오만방자했던 것일까.
너는 한 바퀴를.
나는 두 바퀴.
누가 이겼을까.
내가 당연히 패배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한 번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착각에 들 만큼
달렸고, 2바퀴째 달렸을 땐 이미 1바퀴를 뛰고 결승선에 서 있는 너를 지나치고는
이내 트랙에 누웠다. 하늘을 바라보니 좋았다.
너도 나란히 트랙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옛날 농구 신나게 하고는 코트에 누워버린
두 친구가 나왔던 박카스 광고가 두서 없이 떠올랐으나,
오늘 새벽의 그 마냥 깜깜하지도, 달빛이 그리 강하지도 않았던, 약간 세피아톤의 구름은 다소 많이
끼어있던 밤하늘. 나의 머리와 등과 궁둥짝과 허벅지, 종아리로 느껴지는, 처음 누워보는 육상 트랙의 오돌오돌함.
그리고 그걸 같이 본 너. 이 장면이 오래토록 나의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
하여, 이렇게 박제를 해보는 것이다. 은근한 6월 밤의 육상적인 기억, 이라고 명명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