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망해버려서 누가 봐도, 큰, 2층집에서
지하 투룸으로 이사온 순간, 네가 느꼈을 추락감을 생각해본다.
딱하다. 의기소침해진 아이야. 아버지가 재기하면 나아질 텐데,
그땐 또 행복해질 거란다. 누가 봐도 아주 큰, 3층집에서
살 수도 있을 거야. 너는 그때, 이 추락에 대해 회상하며,
그때 참 힘들었지. 나는 강인한 우리 아빠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해, 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사업이란 게 그렇잖아.
아버지가 재기한 다음에 다시 사업을 말아잡수실 수 있다.
그땐 또 고통스러울 거야. 그러나 안 망할 수도 있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리고 아이야. 또, 한 아이가 있단다.
이 아이는 평생 지하 투룸은 커녕,
동굴 같은 지하 단칸방에서만 살아온 경력을 지녔다 치자.
이 아이의 아버지는 사업 말고 술을 허구한날 말아잡수신다.
이 아이는 이 생활에 익숙하다.
가끔 욕하고 때리지만 진심은 아닌 거 같기에 그냥 그러려니 한다.
먹을 게 없어 밥에 물을 말아먹는 게 다반사이지만,
사실, 괜찮다. 대조군이 없으니, 다들 이렇게 살겠거니 하면서 산다.
가끔 고기를 씹은 날엔 좀 웃기도 한다.
아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가 더 괴로운가. 그 아이가 더 괴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