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드워드 호퍼
구수하게 유령이 밀려온다. 지하철에서였다.
작년 오뉴월 냄새를 잡아다가 주머니에 넣으니, 목이 말랐다.
나는 우물을 파고, 냉수 한 사발 들이켰다.
지하철 안 사람들은 황망히 내리거나 타거나 하면서 무심했다.
그때, 유령 하나가 내게 말을 건 것이다.
연락하라고. 그럼 다시 살아난다고.
나는 목이 마를 유령에게 냉수 한 사발을 권하고,
우물 안을 보았다.
무덤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지하철은 달리고, 유령은 몰려오고, 연락은 해야겠다.
-외로움, 김봉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