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마스터
오, 마이 캡틴 이강백 마스터께선 졸업을 앞둔
수제자 김봉민을 앞에 두고 가라사대,
인생 누구나 초보다.
매해 매년 이 나이는 처음으로 사는 거라,
내 나이 환갑이 코앞인데 아직도 인생이 서투르다.
그러니까 곧, 인생에서 가끔 초짜짓을 저지르게 되더라도
너무 스스로를 다그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그러니 너무 쫄지 말라는 말씀이셨던 것도 같다.
꿋꿋하게 살라는 말씀이셨던 것도 같고.
그리고 이 말씀이 두고 두고, 졸업 이후,
인생 생초짜에 멍텅구리빠삐용스러운 행각을 벌인 내겐 힘이 되었다.
내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으며 징징거리기엔,
조금 민망한 것은, 나 만큼은 누구나 다 힘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
은 아니다. 그냥 적기 귀찮다, 라고 말하는 것도 반만 맞다.
아무튼 그 시절, 그 어떤 것이든, 힘이 될만한 것이라면
내겐 필요했던 건 사실이고, 그러니까, 됐다. 말을 말자.
허나, 오늘. 졸업한 지 언 6년차에 접어든 나는,
신촌을 걷다가, 신촌에 가서 또, 치욕스럽게
써야 할 내 글은 뒷전으로 늘상 그래왔듯 미루고, 시덥잖게,
선생질을 하며 맥주 값이나 벌겠다는 심산으로 촐랑촐랑 걷다가,
나는 대뜸 이강백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
도로에 차들은 쌩쌩 달리고, 나는 아직 운전면허도 없으므로
초보 운전자의 반열에도 오를 수가 없는 형편인데,
나도 꽤 빠르게 달리거나 살고 싶다는 욕심으로 똘똘 뭉치게 되었고,
여전히 나는 초보인가. 저 달리는 차들 중엔 중고차도 있으려나. 있겠지. 없지 않겠지.
보고 싶은 이강백 선생님을 볼 수만 있다면,
예전의 그 지랄 맞은 근성으로 대들고 싶었다.
선생님. 인생은 초보가 아니지 않습니까.
왜 진실을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망가지면 망가진 채, 계속 굴러먹다가, 정 안 되겠다 싶을 만큼 고장나도,
대충 굴러먹을 정도로만 가라로 수리하면서 쉬지 않고 또 줄창 가는 거잖아요.
인생은 중고잖아요. 초보가 아니라 중고라는 걸,
왜 감춰둔 채 용기 백배의 말을 해주셨나요.
오, 마이 캡틴, 졸업을 앞두고 제게 인생은 초보라고 해주셨던,
이강백 선생님, 얼마나 더 많은 졸업을 거쳐야, 되는 겁니까.
꿀밤 같은 건 맞지 않았고, 그건 이강백 선생님께서
물리적으로 내 앞에 안 계셨기 때문일 테고,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아직은 아닌 거 같아.
글의 마지막엔 희망스러운 말을 적는 건 내 유서 깊은 습관인데,
오늘은 됐다. 중고 희망말고, 진짜 새로운 희망, 그것을 쟁취해내고,
완전히 내것으로 습득하기 전까지는 낙담하자.
망가졌지만, 열심히 스스로 수리해가며, 굴러 먹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