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을 찍어도 렌즈에 따라 그리고 필터에 따라,
또한 후보정에 따라
같은 하늘이었던 하늘은 저마다 상이한 용량의 메모리에
전혀 다르게 남겨진다.
그러다 보면 그 하늘의 실상이 뭔지,
미궁에 빠지게 된다.
왜곡 없는 렌즈와
변조 없는 필터 없고,
의도 없는 후보정 없다.
메모리의 개수는 무한하지 않다.
(가끔은 나한테 그런 기록물이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단 말이다)
하늘을 어떤 단일한 사건이나 인간으로 치환한다면,
그걸 보는 관찰자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간은 저마다에게
전혀 다르게 남겨진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관찰자이기도 하다.
카메라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세계 안엔 나라는 인간도 있다.
나란 인간에겐 여러 사건이 있었다.
이 모든 걸 나는 어떤 렌즈로 받아드렸고,
후보정은 어떻게 했으면, 어떤 메모리에 저장한 걸까.
카메라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세상을 자기 입맛대로 편하게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아예 엄연히 있던 것을
없는 것처럼 여기게 되어 제대로 된 주인공 행세를 못 하게 된다.
엉뚱한 조명 아래,
구석인데 중심으로 오해하고 있는 무대에서
있지도 않은 상대(유령)와
외롭거나 괴상한 액션과 대사를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실상을 모르니까.
실상이 있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
영영 없는 것인데, 괜히 집착하는 건 아닐까.
허나, 없어도 괜찮다.
그게 있나 없나 알고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하늘 사진들을 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어휴. 이제 나가서 다른 하늘도 좀 보면서 러닝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