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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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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by 김봉민 2018. 10. 9.






잠을 자고 있으면 익숙한 음색의 목소리가 

나를 또 욕하고 있다는 걸 인지한다.  

나는 이미 깬 거라고 해도 무방한데도 

못 들은 것처럼 계속 눈을 감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점점 더 씩씩거리면서 

육두문자를 구사한다. 


결벽증이 극렬한 사람은 자신의 자식이 

배설물처럼 여겨질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나는 당신이 구축한 질서를 지키고 싶었지만, 

그 법칙의 엄밀함은 차마 내가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이 평온하다는 게 뭔지 몰랐다. 그런 마음의 상태를 나는 몰랐다. 

늘 욕 먹고 있어서 내가 잘못한 게 뭔지 

스릴이 넘치는 수수께끼를 풀고 있었다. 


이젠 당신과 무관하고 싶어져서 애를 쓰고 있지만 

당신의 배설물에는 버젓이 당신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 


그래서 억지로 잠든 척 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나는 잠들 수가 없다. 아름다운 날들이 올 때까지 나는 아름다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