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실 땐 대개 기분이 좋다. 그 대가는 적잖다.
나는 주사가 우울증이다. 술 마신 다음 날엔
무슨 법칙처럼 주울증이 몰려온다.
그걸 알면서도 역시 또 법칙처럼 술을 즐겨 마신다.
삶의 애환이 깊게 주름 잡혀서 그런 거라고 우길 수도 있지만,
실은 단순한 이유다.
술을 마실 땐 대개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 대가로 태어난 것일까.
달리고 싶다. 땀을 빼면 우울이 좀 가신다.
지금은 비가 온다. 달릴 수 없다.
돔으로 된 스타디움이 있으면 달릴 수 있는데,
내가 지금 그런 데에 있다.
여기는 달릴 수 없는 돔 스타디움이라 달릴 수는 없다.
오늘은 술을 마신 다음 날이다.
법칙처럼 내일이면 괜찮아지겠지. 내일이나 내일 모레, 글피,
나는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주울증의 대가도 있을 거야.